기억지우개? 제목부터 흥미로웠어요. 특히나 나쁜 기억은 모두 지워준다는 설정이 나도 그런 지우개 하나쯤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 설핏 들었답니다.기웅이는 단짝 성민가 제편을 들어주지 않아 짜증이 났습니다. 으레껏 만지작거리던 지우개똥을 학교앞 골목어귀에 던지며 화풀이를 했던 어느날 유혹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내가 네 나쁜기억을 다 없애줄게"마음속 짜증, 속상한 일들을 모아 공책에 쓰고 지우개로 쓱싹쓱싹 순식간에 빨아들여 기억이 사라집니다.머리는 조금 무겁지만, 마음은 알쏭달쏭, 걸음은 나비걸음이 됩니다.아이들 마음 속 나쁜 기억이 얼마만큼 될까요? 그 기억들로 몸짐이 커지고 아이들 기억을 뺏을 괴물로 자라려는 못된 지우개는 결국 실패하게 됩니다."나쁜기억도 네 기억이야", "힘들고 아픈 기억도 지나고 나면 웃음이 물리는 뿌듯한 기억이야."지나고 나면 다 아무것도 아니더라 어른들 말씀을 아이들은 아직 모르겠지만 불혹을 훨씬 넘기고 나니 고3 그때의 힘들었던 시간도 그립고, 아이 낳던 고통의 시간도 아름답게 느껴집니다.저학년 친구들도 그림을 보며 주인공 기웅이의 마음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안좋은 기억을 지워가는 기웅이 얼굴과 그 기억도 소중히 지키는 기웅의 얼굴이 아이의 마음의 빛으로 다가옵니다.차곡차곡 쌓인 세월의 단층속에는 길게 이어진 띠도 있고 푹 파인 곳도 있고 색이 바라거나 이끼낀 검은 자국도 있습니다.수많은 우리의 기억들도 때론 아름답고, 슬프고, 행복하고, 아팠을 겁니다. 그걸 버리지 않고 잘 쌓아두면 저리도 멋진 기억의 창조물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