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누나야
강정규 지음, 김종민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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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밭에 모녀는 가을을 모으고 있습니다.
책을 읽기 전 배경지식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너무나 평화로운 가을풍경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한가로운 갈대밭이 아닙니다.

엄마야! 누나야

일제강점기 우리민족의 한을 노래했던 시인 김소월의 작품들이 떠오릅니다. 진달꽃, 산유화, 엄마야 누나야 ...
식민지 땅에 일본의 지배를 받으며 가난했고, 내 나라말도 내 나라 문화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었던 그 한 들을 소월시에는 아련한 고향과 기다림으로 표현됩니다.
한 폭의 명화를 보는듯 책 한 장, 한 장이 두툼하니 캔버스 입니다.
책띠와 달리 겉표지는 수묵화인듯 더 단조롭습니다. 진달래꽃 가지위에 뻐꾹이가 먼산을 바라보며 노래합니다. 반가운 누군가를 기다리듯 멀리 섶다리를 건너는 아버지의 걸음이 당당합니다. 지난밤 꿈 속에 보았던 아버지가 생생히 그려집니다.
황포돛배를 보며 강을 바라봅니다.
"정식아 밥먹어!" 누나는 오늘도 아버지를 기다리는 동생을 부릅니다. 강건너 아버지가 오시길 정식이는 기다립니다. 매 끼니 남편의 끼니를 이불 깊숙히 묻어두고 엄마도 매일 아버지를 기다립니다.
오늘도 강가 갈대밭, 빗자루를 만들 재료를 모읍니다.
국궁새가 울던 날, 결연히 아버지는 집을 떠났습니다. 아버지가 떠나던 날의 장면은 없지만 늘 아버지를 기다리는 가족과 아버지를 찾는 일본순사의 뒷모습에 정한수를 떠놓고 남편의 안녕을 비는 아내의 모습에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러 떠난듯 합니다.
평화로운 강변 국궁새의 노랫소리는 아버지를 부르는 그리움이요. 엄마와 누나 그리고 정식이의 기다림입니다.
"먼 산에서 여우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어디선가 만세 소리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돌아오시는 모습을 꿈꾸었습니다. 아버지가 없는 시간 집안에 가장 막내인 정식이는 유일한 남자로 아버지를 대신해 제사를 지냅니다. 그리고 하얀 눈이 내린 어느날 아침 아련히 '만세' 소리도 듣습니다.
치열하게 일본에 맞서 독립운동을 하는 그림도, 일제 시대 암울한 상황도 어느 한 장, 그림으로 담겨있지 않습니다.
그저 잔잔히 엄마와 누나와 나는 만세 운동하러 간 아버지를 기다리며 하루 하루를 잘 기다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글로 다 쓰여지진 않아도 그림과 공백만으로도 내용이 짐작되고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애잔한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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