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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락모락 - 우리들은 자라서
차홍 지음, 키미앤일이 그림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평점 :
"100페이지 남짓한 책을 끝까지 읽을 자신이 없었다.
책이 주는 감동과 두께는 별개인것도 처음 알았다.
내가 눈물이 이렇게 많은줄도 처음 알았다.
이렇게 좋은 책을 미리 알게되는것도 행운이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
작가님이 누군지 모르는 블라인드 가제본 서평단 문학동네라는 출판사와 곁들여져 그 자체만으로 도전해 본 서평 다 읽고 난 지금 주책맞게 맺혀있는 눈물을 닦으면서 서평을 해보고자 한다.
책 제목과 표지를 보면 무럭무럭 자라나는 건강한 어린이에 대한 동화일듯한 그런 착각에 빠진다. 그러면서 든 생각 '모락모락보단 무럭무럭이 맞지 않나?'
곧 여지없이 깨져버리는 나의 편협한 생각
3인칭 시점에서 빛이 쏟아지는 첫 장면을 보고 성장동화가 맞구나 라고 흐뭇하게 생각하며 페이지들을 넘기다 보니 '음 이건... 화자가 머리카락이었구나!!!' 작은 깨달음과 동시에 아 이래서 제목이 '모락모락' 이었구나!!!
전체적인 책에 대한 한줄평을 한다면
평생을 머리카락(모)과 함께 동고동락(락)한 이야기이니까!!!
사진을 다 실을 수 없어서 넘겼는데 20페이지(로 알고 있던 부분)에서 이십년평생이란 단어가 나온다. 그 순간....
책을 앞뒤로 바지런히 넘기며 뭔가를 찾는 나!!! '하 이건... 페이지가 아니라 머리카락 주인공의 나이였구나...'
이 깨달음을 찾는 순간 이 책은 나에게 동화책이 아니라 일년을 한페이지 분량으로 엄청 효율좋게 압축한 대서사시 아니 일대기로 다가왔다.
이 부분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는데 - 지금 47 아재 - 내 나이 스물아홉에 친구들과 밤을 새가며 다가오는 30을 멋지게 살자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불러가며 돌아다녔던 기억이 났다. '그래 그때는 그래도 몸 하나는 건강했는데...'
지금 내 나이 47. 책중에서도 머리카락의 주인공이 내 나이에~ 이런 말을 되풀이 한다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내 나이는 이 책에서 어떻게 표현될까 굉장히 궁금했는데
딱 내 모습인... 무엇보다 나를.. 무엇보다 내 건강을 걱정해야 할 나이.. 도저히 눈물이 마르질 않는다...
47페이지 이후로는 말 그대로 상상의 공간인데 - 나에게 있어서는 이 부분은 반드시 발생하는 미래라 넘어갈 수가 없었다. 지금 순간 순간 마늘님에게 잘해야지 하는 다짐을 한번 더 해보는 순간... 99년만에 머리카락과 대화를 나누게 된 에피소드... 이것이 마지막페이지인줄 알았다. 아뭏튼 펑펑 울며 마지막 장을 넘겨본다.
흡연자들은 한번 들어봄직한 문구가 하나 있습니다.
훈련소에서 흙바닥에 뒹굴때 유일하게 늘 함께 있어준 존재가 '담배'라고, 그래서 '그녀'를 보낼지언정 '담배'는 버릴 수 없다고...
이 책을 소개하는데 어울리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떠올랐던 비유입니다.
태어날때부터 죽을때까지 내 자신과 함께해주는 내 몸의 여러 부분들... 머리카락, 손 발톱, 피부등등 그중에서도 머리카락은 내 자존심이자 나를 표현해주는 가장 큰 매개체입니다. 손톱이나 문신등으로 조금 그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머리스타일과 염색, 건강도 등으로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만드는 그 머리카락 이 책에서는 그 머리카락이 주인공에게 말과 기분을 전하는 방식으로 페이지의 숫자가 나이를 먹어가는 주인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그러면서도 한해 한해 바뀌어가는 주인의 모습에 행복을, 가끔은 실망을 가끔은 안쓰러움을 표하면서도 늘 주인과 함께 합니다. 99세에 이르러 드디어 주인과 대화가 가능해졌을때 대기중의 산소처럼
가장 필요하고 가장 소중한 존재는 마지막에서 깨닫게 된다는 그런 간단하지만 불변의 법칙을 한번 더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얇은 책을 차마 뒷장의 내용을 받아들일 용기가 없어서 몇번을 들었다 놨다하면서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느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먼저 이 책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도 제 인생의 모락모락을 쓰면서 몇페이지까지 건강하게 적을 수 있을지 도전해 보고싶습니다.
실컷 울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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