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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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p.89



​책 제목을 쓰다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는데요. 싱아..? 물고기인 줄 알고 싱어라고 적었다가 아차 했네요. 그 많던 싱아는 도대체 뭐길래 누군가 다 먹었다고 하는 걸까요? 박완서 작가가 자신만의 기억만으로 썼다는 성장소설이라는 소개보다 싱아가 더 궁금했던 스테디셀러였는데요. 이미 많은 분들이 읽었을 추천도서지만 저는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네요. 싱그러운 표지로 재단장하고 나왔다는 이야기에 손을 번쩍 들었거든요. 작가가 들려주는 한 시절의 기록들,, 누군가의 지독히도 개인적인 기록 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 또한 우리의 삶이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송도 근처의 시골 마을, 박적골. 더 넓은 세상을 알기보다는 이 동네가 전부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앞에는 탁 트인 벌이 넓게 자리 잡고 있고, 어디에서나 실개천을 흐르며, 흉년이 지지 않는 넓은 농지를 다 함께 나누면서 지내는 오붓한 시골마을이었다는데요. 양반이라며 여자들은 송도에 가지도 못하게 하시던 할아버지의 사랑을 혼자 독점하고 있는 이야기부터 공부를 시킨다며 오빠를 데리고 서울로 가버린 엄마, 그리고 할아버지의 동풍과 여자도 공부를 해야 한다며 오빠와 엄마를 따라 서울로 이사를 한 이야기까지.. 가족과 집안과 동네에서 벌어지는 소소하면서도 사소한 수 있는 이야기들부터 굵직한 사건까지 막힘없이 펼쳐집니다.




한 가족의 역사,, 그것보다는 나의 역사라고 해야 더 정확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 차근차근 담겨있는데요. 그 시절에 한 소녀가 느낄 수 있는 너무나도 다채로운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할아버지와 엄마와 오빠와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도 보이네요. 고향인 시골 동네의 아름다운 추억과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함께 하는 가족, 그리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크나큰 역사 속에서 혼란스럽기만 했던 우리의 모습까지 말이죠.


그래서 싱아가 뭐냐고요? 그 시절, 시골에서 뛰어놀면서 흔히 뜯어먹었던 간식거리였다고 하는데요. 서울살이를 하면서 그 흔한 풀 한 포기 쉽게 볼 수 없던 주인공이 불현듯 떠올린 추억이었답니다. 모두가 서울로 향했지만, 그 시절 마음만은 고향을 향했던 모두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 많던 이웃들과 친구들이 전쟁과 이념과 차별로 사라져 가는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도 싶더라고요. 그런데 싱아라는 풀을 혹시 아시나요? 진짜로 그 많은 싱아는 정말로 누가 다 먹은 걸까요?




어떤 분이 이 책을 읽으면서 국어사전을 오랜만에 펼쳐볼 수밖에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읽다 보니 너무나도 공감이 되더라고요. 굉장히 낯선 단어들,, 분명 한국어지만 요즘 사용하지 않는, 아니 들어본 적도 없는 단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담겨있더라고요. 하지만 문맥상 충분히 이해가 되었고, 오히려 이런 단어들 덕분에 경험해 보지 못한 그 시절 그 동네의 이야기에 더 빠져들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그 이후 이야기를 담은 또 한편의 소설, <그 산이 정말로 거기에 있었을까>도 궁금해지네요. 지금까지는 화창하고 싱그럽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였다면, 속편에서는 조금은 어둡고 아픈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듯했거든요. 한국전쟁 이후 특별하면서도 독특했던 그녀의 삶에는 어떤 모습을 담았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오랜만에 너무 재미나게 독서에 빠졌답니다. 주인공의 순수함에 반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 시절의 민낯을 너무나도 마주했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은 모습에 친근했다고 해야 할 지도..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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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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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제 말은 이런 뜻입니다. 블랙록 님. 10호실은 계속 비어 있었어요. 승객이 타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어요.

p.140



​보는 내내 긴장감이 흐르네요. 호화 유람선 위에서 벌어지는 파티, 그리고 바로 옆방인 10호실에서 누군가 바닷속으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10호실에는 처음부터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요? 그녀가 본 10호실의 여자는 누구인 걸까요? 오랜만에 넷플릭스에 새롭게 올라올 예정인 10월 오리지널 영화를 살펴보다가 예고편을 보게 되었는데요. 짧은 예고편만으로도 충분히 궁금하게 만들더라고요. 궁금해서 알림 설정을 바로 해버렸는데요. 아마존 베스트셀러 소설인 우먼 인 캐빈 10.. 넷플릭스에는 10월 10일 오픈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전에 원작 소설을 먼저 만나봐야겠지요? 몰입감 넘치는 장면들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비밀이 너무 흥미롭네요.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반전까지도..!!!




잡지 <벨로시티>에서 일하는 기자 로라 블랙홀은 운 좋게 초호화 크루즈에 탑승해서 취재를 할 기회를 얻었는데요. 그녀의 상사인 로완이 개인적인 일로 잠시 휴가를 가면서 로라에게 기회가 왔다고 하네요. 드디어 그녀가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오로라호에서 다양한 인물들과 친분 관계를 맺고 잡지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건데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찾아올지 알 수가 없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탑승 며칠 전에 반지하인 그녀의 집에 강도가 들었거든요. 그녀가 잠든 사이.. 불안 장애로 약에 의지해하고, 매일 술을 마셔야만 하는 그녀의 눈앞에 강도가..! 더욱더 심해진 불안 증상으로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남자 친구와 사소한 의견 차이로 싸우기까지 하는데요. 도저히 제정신일 수가 없는 그녀는 그래도 오로라호에 탑승합니다. 부족한 수면과 과도한 음주로 정상이라고 볼 수 없는 그녀는 첫날밤에 창문 너머로 바로 옆의 10호실에서 들리는 수상한 소리를 듣게 되는데요. 풍덩..! 사람이 바다에 빠졌다? 베란다에 묻어있는 것은 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누군가 바다에 빠진.. 아니 누군가를 바다로 던져버린 건가요? 살인사건인가요..! 





그런데,, 그녀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을 듯합니다. 그녀가 말한 10호실은 처음부터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녀가 봤다는 핏자국도 없습니다. 10호실은 그 누구도 사용했던 흔적이 없는데요. 배 안에서 사라진 사람도 없다고 하네요. 어떻게 된 거죠? 그녀가 첫날 저녁식사 전에 10호실 문을 두드리고 마스카라를 빌렸던 여자는 어디로 사라진 거죠? 혹시 바다에 빠진 사람이 그 여자인 걸까요? 그보다,, 누가 한 걸까요? 10호실은 그녀는 누굴까요? 아니,, 10호실의 그녀는 진짜로 존재했던 걸까요?


승무원 모두를 만나보지만 그녀를 닮은 사람도, 봤다는 사람도 없습니다. 승객들의 알리바이도 슬쩍 물어보지만 모두가 수상하면서도 아닌 듯합니다. 자신의 말을 믿는다는 옛 남자친구는 거짓 알리바이를 말하고, 그날 밤 돌아다니던 누군가를 목격한 이도 있었고, 누군가와 함께 있었기에 결백해 보이는 이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점점 미궁에 빠지고 의심은 심해지고 공포는 더해가는데요.




과연 그녀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무런 증거도 남지 않은 이 상황에서 사건은 어떻게 전개되는 걸까요? 10호실 여자가 존재했다는 증거들, 10호실 여자가 준 마스카라와 사진작가의 카메라에 담긴 그녀의 사진은 교묘하게 사라집니다. 좁고 어두운 유람선의 밀폐된 공간이 주는 긴장감, 그 누군도 믿을 수 없는 두려움, 다음번에는 자신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공포, 외부와 모든 연결이 끊어져 버린 고립감까지.. 모든 상황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데요. 과연 그녀가 목격한 것이 진짜일까요? 과연 그녀는 무사히 유람선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제 내일 아침이면 육지에 도착한다고 하는데요. 두근두근두근.. 오늘 밤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존 베스트셀러 스릴러 소설답게 독자들을 끊임없이 혼란스럽게 만드네요. 범인이 누구일까 헷갈리게 합니다. 아니, 모두가 범인일 수도 있으니 모두를 의심을 하게 만드는데요. 게다가, 사건의 존재부터 헷갈리게 만드네요.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누가 거짓된 모습을 하고 있는지,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누가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심리 싸움이 치열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놀라운 반전..!! 그리고 또 한 번의 반전..!! 


영화는 이렇게 치밀한 이야기를 어떻게 영상으로 담았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유람선이라는 밀폐된 공간,, 낯선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관계들,, 섬뜩하면서도 소름 돋는 심리 묘사까지.. 충분히 매력적이면서 매혹하는 이야기였답니다. 조만간 영화도 보고 감상을 남겨봐야겠네요. 만족스러운 스릴러 소설이었기에, 영화도 기대되거든요. 제발 이번에는 실망시키지 않고, 소설만큼 충분히 재미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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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당신의 죽음을 허락합니다 - 이토록 멋진 작별의 방식, ‘간절한 죽음이라니!’
에리카 프라이지히 지음, 박민경 옮김, 최다혜 감수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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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판사 지원도서



여러분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존엄사, 존엄한 죽음, 자발적 조력사망, 의료조력사망, 안락사, 자비로운 죽음,, 참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는 이런 용어들에 대해서는 어떠신가요? 누군가는 합리적 자살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반대의 입장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게 원하는 죽음의 방식일 수도 있을 텐데요.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은중과 상연>이라는 드라마에서도 나오더라고요. 어린 시절 서로에게 상처받고 상처 주면서도 의지하고 함께했던 친구가 정말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는 자신과 함께 스위스에 가달라고 부탁을 하죠. 죽음을 맞이하는 길에 동행해달라고 하는데요. 서로 마주 앉아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두 배우의 표정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더라고요.


​​



그렇게 나의 아버지 알브레히트 고틀리프 하베거-비겟-푸기는 2005년 5월 3일, 그토록 열망했던 자기 결정에 따른 죽음의 의지를 실행에 옮겼다.

p.59


그래서인지, 이번에 만난 책의 내용이 너무나도 깊이 들어오네요. PD수첩 <나의 죽음에 관하여>라는 이야기에서 소개된 책인 에세이인데요. 제목처럼 저자는 자신의 아버지와 안락사로 이별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뇌졸중으로 모든 언어 표현이 불가능한 실어증과 편측 마비로 괴로워하던 아버지.. 그는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고 하네요.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삶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나 봅니다. 결국 사랑하는 자녀와 손자를 뒤로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세상과 이별을.. 


혼자만의 결정이 아닌 자신의 굳은 의지로, 가족은 물론이고 누군가에게 충격과 슬픔을 최소화하는, 전문가의 판단과 도움으로 실현된 죽음.. 그토록 열망했던 자기 결정에 따른 죽음은 그녀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고 하네요. 의료 조력 사망을 찬성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의사로서 말이죠.


​​



의사조력사망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행위가 아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죽고자 하는 의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 의지가 반복적으로 발현될 때 비난하려 들지 않고 깊게 헤아리는 것이 목적이다.

p.84


그녀가 만난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에세이에 솔직하게 담겨있는데요. 더 이상 진통제도 듣지 않을 정도로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암 환자, 조금씩 조금씩 자신을 잠식해가는 병으로 무너져가고 있는 루게릭 환자, 나를 잊고 사랑하는 사람을 잊고 결국 살아있음을 잊게 만드는 치매환자.. 세상에는 참으로 아픈 이들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하네요.


온갖 기계과 약물로 하루하루를 살아있도록 만드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조금씩 잃어가는 나 자신을 바라만 봐야 하는 시간은 도대체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예고 없는 자살로 상처받을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점점 무거워집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선택한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의 행복한 모습에 미소를 보내게 되네요.




이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해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내게 그럴 권리가 있는 걸까?

p.111


하지만 어렵네요. 우리 모두는 똑같은 존재인데, 누군가의 죽음을 결정해 줄 수가 있을까요?  누군가의 삶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걸까요? 아무리 객관적인 지표와 다양한 방법과 수많은 경험과 차곡차곡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다고 하지만,,, 그래서 그녀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던진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그렇지만 결국 그녀가 만난 이들을 통해 답을 얻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신은 아닐 겁니다. 그저 한 명의 의사일 뿐이라고요. 우리가 받은 가장 소중한 선물인 삶을 최대한 기쁘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더 이상 아무런 것도 소용없는 끔찍한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 죽음이라는 선물도 건네주는 사람이라고 하네요. 어떠한 외압도 없이 스스로 적절하고 존엄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임종을 맞이할 수 있게 해주는.. 상반되는 일인 듯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소중한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같을 듯합니다. 


​​



조력사망은 어떤 이들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불편한 개념일 수 있다. 그러나 생애 말기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환자들에게는 구체적이고 절실한 현실이며, 때로는 마지막 남은 인간다운 선택일지 모른다.

p.12


리뷰를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정말 많이 하게 만든 책이었답니다. 영화나 소설에서나 보았던,,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허락되지 않는 행위이기에,, 아직은 죽음이란 상태가 멀리 있다고 생각하기에,, 존엄사라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더라고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인사를 건네야 하는 걸까? 아니.. 요즘 세상에서 어떤 죽음이 가장 바람직하고, 가장 인간적이며, 가장 멋진 모습일까라는 생각들.. 웰빙에 이은 웰다잉이 중요해진 요즘에 정말 필요한 고민이고 논쟁이고 논의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네요.


저는 여러분의 생각이 너무 궁금합니다. 누군가에게 추천하고픈 도서였고, 함께 읽고 싶은 내용이었고,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이야기였네요. 존엄사가 옳고 그름을 선택하기보다는, 나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죠. 그 순간.. 이 에세이에 담긴 이들처럼 평화와 안식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말이죠. 꼭 읽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누군가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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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미래 - 편혜영 짧은소설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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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도서



얼마 전에도 단편소설이 아닌 짧은 소설집이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요즘은 단편보다 조금 더 짧은 소설들이 유행인 걸까요? 숏폼이 유행하고 드라마나 영화 요약 영상이 더 많이 소비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 짧은 이야기에 어마어마한 것들이 담겨있어서 너무 깜짝 놀랐는데요. 차근차근 쌓아 올리면서, 기나긴 서사를 만들면서, 오르락내리락 독자들을 흔드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깊숙하게 한 번에 들어오는 이야기가 너무 신선하면서도 재미나더라고요. 그래서 편혜영 작가의 짧은 소설이라는 책 한 권은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게다가 이미 다양한 작품으로 사랑받아온 작가의 신간소설이기에 말이죠.



#냉장고

첫 번째로 만날 수 있는 단편 소설은 냉장고라는 제목이었는데요. 20 페이지밖에 안되는 짧은 이야기에는.. 아니 그 마지막 문장에서 느낄 수 있는 서늘함과 긴장감은 정말 최고네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야구부 친구인 정일우와 김우진인데요. 그리고, 야구부 지도 선생인 최도영과 무진이 할아버지인 김동현까지.. 4명이 전부인 이야기에서 이들의 관계, 그리고 이들이 처한 상황이 소설의 내용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직접 언급하지 않는 사건 하나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섬뜩함을 남기네요. 냉장고.. 무진이가 오래된 냉장고를 비워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선생님 최도영이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탄원서를 받으러 왔다가 냉장고를 열어본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 생각해도 섬뜩하네요. 


#어른의호의

주인공은 자신을 스토킹하던 남자를 알고 보니 아들을 괴롭히고 때렸던 가해자 학생의 부모였다네요. 조용히 그의 곁에 머물면서 그의 실수,, 아니 그의 잘못을 발견하기 위해서 말이죠. 주차 위반이나 신호 위반 같은 사소한 것들부터.. 하지만, 진짜 섬뜩한 부분은 다른 것이었군요. 어른의 호의라는 핑계로 가해자 아이들을 차별해서 처벌 수위를 정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기준은 가해 참여 정도였다고 하지만, 왜 부모들의 옷차림과 태도와 연결되는 걸까요? 


#깊고깊은구멍

우산을 고치고 신발을 수선하는 조그마한 구두 수선점이 배경입니다. 이곳에서는 금이빨도 매입한다고 하는데요. 치료 목적으로 제거한 금니.. 얼마나 많이 있을까 싶었지만 은근 팔려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어느 날 나타난 소독약 냄새가 심하게 풍기는 남자는 한 움큼을 가져오는데요. 이빨 뿌리가 달려있는 것도.. 몇몇은 분홍 살점까지.. 섬뜩하지만 누런 금니들은 매혹적이었는데요. 과연 그 금니들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치과에서..? 아니면.. 금니를 한 구두 수선점 주인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 남자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그리고 11편의 단편소설들.. 아니, 짧은 소설들은 이렇게 우리의 삶 가운데서 벌어지는 수상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요. 세상을 뒤흔들 사이코의 등장도 아니고, 섬뜩한 살인사건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것도 아니랍니다. 그냥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 마주하고 있을 듯한 이야기,,,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옆에서 벌어지고 있을 이야기,,, 또는 어느 순간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는데요.  이것이 바로 일상 서스펜스.. 이제부터 이 단어의 매력에 푹 빠질 듯하네요. 아니, 이번 단편소설을 읽고 편혜영 작가에게 반해버린 듯합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너무나도 평온해 보이는 이야기를 이렇게나 서늘하고 섬뜩하게 만들어버리다니.. 마무리 결말은 보여주지도 않으면서도 충분히 이야기의 끝을 떠올리게 만드는 단편 하나하나가 너무 놀랍네요. 지루할 틈이 없고, 다른 생각할 틈도 없고, 미리 앞서나갈 필요도 없는 이야기들이었거든요. 오늘.. 당신의 삶에도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지도 모르거든요. 물론 저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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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니 사이코 픽션
박혜진 엮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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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다채로운 사이코들을 한 권의 책에 모아야겠어.’ 불시에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p.7


제목부터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요? 퍼니 사이코 픽션, 재미난 미친 자들의 이야기라니..!! 도대체 누가 이렇게 대놓고 책 제목을 지었을까요? 아니, 어떤 단편소설들이 담겨있길래 이렇게 당당한 걸까요? 너무 궁금해서 펼쳐볼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었는데요.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이들이 사이코일까? 각양각색의 아픈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진짜 모습은 아닐까? 혹시 내 이야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 너무나도 다양한 생각이 들기도 했던 한국단편소설이었답니다. 아시잖아요. 우리 모두 조금씩은 맛이 갔다는 것을.. 아니 조금씩 조금씩 맛이 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뉴스에 나오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보면.. 하지만, 그보다 더 아픈 이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네요. 7명의 작가가 선별한 사이코는 과연 어떤 캐릭터일까요??




​그런데,, 다채로운 사이코에는 어떤 캐릭터들이 속하는 걸까요? 그녀의 프롤로그를 읽어보니 만만치 않게 심각하고 독특하고 특별한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물론 재미도 겸비한 그런 단편소설들..! 그리고, 그녀가 이야기했듯이 현재 쓰인 어떤 소설보다 더 현재적으로 인간의 심연을 보여주는,,, 바로 그들 중에서 내가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깜짝 놀랄 수도 있으니 긴장하고 만나보실까요?


/ 음주 뺑소니이후에 나타난 신비로운 여인의 유혹​

/ 매마른 남자에게 정열을 요구하며 불길이 되어버린 여자

/ 짐승 같은 광채를 내뿜으며 고기만 먹었던 언니

/ 엄청난 오지랖으로 탈출을 도운 정신병원의 자칭 의사

/ 위대한 작가로 칭송받기 시작한 작품의 비밀을 간직한 남자




세상을 놀라게 할 정도의 레벨은 아니었지만,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뒤틀리고 오묘하게 아픈 이들이 담겨있었는데요. 그들 중에는 분명 우리가 담겨있더라고요. 아니, 내 안에 숨겨진 사이코의 미소가 희미하게 느껴지네요. 만족하고 몰입하면서 읽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약간의 혐오감과 불쾌함도 함께.. 그리고,, 조금은 익숙한 모습들이 슬쩍 보이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 잃어버린 정상이라는 단어를 더 이상 찾고 있지 않는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하네요. 스스로 미쳤다고 말하는 미친 사람이 없듯이, 우리도 지금 그런 상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만드네요. 순간 소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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