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벚꽃
왕딩궈 지음, 허유영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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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신이 날 떠나면 날마다 여기서 기다릴 거야. 기억해둬, 진심이니까.

p.53



누가 봐도 이상한 위치에 갑자기 나타난 카페. 그 카페 주인은 경제적 이득이 아닌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이었군요. 자신을 떠나버린 아내, 추쯔.. 그녀와 함께 찾았던 백사장이 없던 해변에서 나누었던 이야기. 당신이 떠난다면 날마다 여기서 기다리겠다는 지나가는 말 한마디를 기억하면서 말이죠. 그녀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남자, 대지진으로 후유증을 얻은 여자.. 이들은 각자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서로를 위해 선뜻 솔직해질 수는 없었던 관계였답니다. 그게 이들의 사랑이었고, 이게 이들의 표현이었던 거죠.



하지만, 이들 사이에 나타난 뤼이밍의 존재는 뭔가 복잡하네요. 외투 대신에 백화점에서 구입한 주전자를 시작으로 경품행사로 받은 수동 카메라와 사진 선생으로 만난 뤼이밍의, 그리고 새로운 취미로 삶의 활력을 찾아가는 추쯔,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된 남자,,, 이들 부부에게 밝은 미래가 시작되는 듯합니다. 하지만, 곧 뭔가 불안하네요. 이별을 하게 되네요. 사랑..? 도대체 무엇이 사랑인 걸까요? 무엇이 행복인 걸까요? 우리의 삶은 언제나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작가가 결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요?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는 한참 동안 생각하고 고민해 보았답니다. 진정한 사랑에 대한..? 아니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아픔에 대한..? 아무도 분노하지도 않고, 누구도 폭발하지도 않고, 무엇도 뚜렷하게 문제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무심하지만 변함없이 지키고자 하는 것들이 있네요. 단지 사랑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대만 사회에서 보이는 듯한 계층 간의 갈등과 도심의 개발에 대한 문제들에 대한 관점들까지 말이죠. 조금은 낯설었지만,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던 소설이었답니다. 대만 소설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추천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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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의 섬 - 불을 품은 소년
TJ 클룬 지음, 이민희 옮김 / 든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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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비밀 하나만 고백할까요? 저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젓가락질을 한답니다. 그래서 매번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곤 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이렇게 답을 하죠.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올바른 젓가락질이 아니라 대중적인 젓가락질보다 이게 더 편할 뿐이라고 말이죠. 저만의 궁색한 변명처럼 느껴지시나요? 다른 젓가락질을 하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거라고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갑자기 왜 젓가락질 이야기를 하냐고요? 다르다는 이유로 벌어지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흥미로운 책을 한 권 만났거든요. <벼랑 위의 집>이라는 SF 판타지 소설로 이미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TJ클룬. 이번에는 그 이후의 이야기가 담긴 후속편을 출간했다고 하더라고요. 마법적인 존재와 비마법적인 존재.. 젓가락질 방법 같은 사소한 차이는 아니라서 조금은 걱정이긴 하네요. 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리고 어떤 엔딩을 보여줄까요? 궁금한 sf 판타지 추천도서.. 살짝만 들려드릴게요.




그건 제가 답할 수 없는 문제예요. 다만 이제부터는 최선을 다해 상황을 바꾸려고요. 저는 그 아이들에게 제가 못 가졌던 걸 줄 거예요.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상관없이 오롯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장소요.
p.16

오랫동안 무인도였던 섬 하나.. 저주받은 곳이고 유령이 들렸다는 소문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는 마르시아스 섬에 한 남자가 찾아옵니다. 오래전에 그곳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 보이는데요. 빽빽한 나무 사이로 이어진 구불구불한 흙길을 지나서 길을 가로막은 나무를 마주합니다. 그리고 말하죠. 이곳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돌아왔다고 말이죠. 바로.. 불을 품은 소년이 돌아왔답니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으로 가득한 이곳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특별한 아이들을 위한 고아원을 다시 세우려고 말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많이 다른... 아이들을 위한.. 그리고 그 스스로를 위한.. 




그렇게 고아원 원장이 된 아서와 그의 파트너 라이너스는 특별한 아이들과 함께 하게 됩니다. 와이번 또는 용이라고도 불리는 시어도어, 개로 변신할 수 있는 샐, 정해진 모양이 없는 녹색 소년 천시, 숲의 정령 피, 정원 노움 탈리아.. 그리고 악마의 아들 적그리스도 루시까지..!! 아참, 또 한 명의 새로운 친구가 합류하게 되네요. 온몸에 털이 하나 가득인 설인 데이비드까지.. 조금, 아니 아주 많이 특별한 아이들이 모여있는 마르시아스 섬에는 언제나 불안과 행복과 즐거움과 아쉬움과 아슬아슬함과 사랑이 넘치네요. 이들은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거든요. 아빠와 파파와 아이들.. 그런데 세상은 이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네요. 왜냐면 이들이 가진 능력은 너무나도 어마어마했으니까요. 세상을 뒤바꿀 만큼.. 또는 세상을 지배할 만큼..




혼자 책임을 떠맡은 것처럼 굴지 말아요. 아서는 혼자가 아니에요. 우리가 있잖아요. 라이너스도 있고, 조이와 헬렌도 있죠. 그리고 마을의 거의 모든 사람도요.
p.358

아서는 마법 관리국의 요청으로 어린 시절에 마주했던 아픔을 증언하러 갑니다. 놀라운 사실과 뛰어난 언변으로 훌륭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데요. 하지만, 그 초청은 그가 생각했던 그런 자리가 아니었군요. 새로운 마법 관리국 대표의 목표는 이들의 위험성을 밝히고 자신의 권력을 완성하기 위함이었거든요. 도대체 인간이란 존재는 왜 이런 걸까요? 결국 마르시아스 섬의 고아원은 정부 담당자의 집중 점검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새로운 아이 데이비드를 숨기지 말고 떳떳하게 보여주자는 아이들,, 최고의 친절로 공격하자는 아이들,, 아서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는 아이들,, 천진난만하게 장난만 치는 줄 알았지만 아이들이 더 훌륭하네요. 보호하려고만 하고, 숨기려고만 하고, 말과 다른 행동을 하고,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어른들보다 말이죠. 이들이 함께라면 아무것도 무섭지 않을 듯합니다. 그리고 이들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라면 말이죠.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요? 마법과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SF 판타지 소설에서만 만날 수 있는 놀라운 마법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TJ 클룬의 이야기, 멋진 SF 판타지 소설에 대책 없이 몰입해서 읽어버렸네요. 앞서 만났던 <언덕 위의 집>에 이어서 너무나도 감동적인 문장과 공감하게 만드는 캐릭터들,, 그리고 재미 가득한 이야기까지.. 특히,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서 아서와 라이너스가 느끼고 깨닫고 성장하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답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아버지, 또는 어머니일 텐데요. 그 누구도 익숙하지도 않고, 완벽하지도 않은.. 그리고 물론 정답도 없는 그 위치에 서있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멋지기만 합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 마법적 존재와 비마법적 존재가 함께 하는 이야기,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는 이야기였답니다.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더 이상 어리다고 무시할 수 없는 나이의 아이들,, 어느새 이렇게나 컸나 싶은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었던  SF 판타지 소설이었거든요. 저만의 생각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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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피플 존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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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요즘 단편소설에 푹 빠져 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우연인지 인연인지 요즘 읽는 책들 중에서 많은 작품이 단편소설집이더라고요. 게다가 특히 한국 소설은 저의 마음에 조용히 스며들면서 매력적인 흔적을 남기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정이현 작가가 9년 만에 출간했다는 소설집도 어떤 내용일까 궁금한 마음에 펼쳐봤는데요. 동시대의 맥박 소리를 듣는 소설가라는 멋진 타이틀과 <노 피플 존>이라는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에 눈이 가게 되더라고요. 노 피플 존.. 사람이 없는 곳.. 물론 이 제목이 모든 단편소설의 주제와 연결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뭔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담고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가장 어렵지만 절대 피할 수 없는,, 언제나 문제의 원인이지만 매번 찾을 수밖에 없는.. 




매번 한둘씩 돌아가면서 자기 실패담을 발표하는 거예요. 성공담 있잖아요. 그 반대말, 실패담, 실패한 이야기.

p.26 / 실패담 크루


첫 번째 단편부터 궁금한 마음에 중간에 멈출 수가 없게 만드네요. 성공담이 아닌 실패담을 공유하는 모임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그렇다고 그 실패담을 발판 삼아 성공으로 나아가자는 그런 자기 계발성 이야기는 아니라고 하네요. 성공한 이들이 모여서 담백하게 공유를 하는.. 질문이나 충고는 없는.. 조금은 이상하고 조금은 독특하고 조금은 잘난 그런 모임인가 봅니다. 그리고 그곳에 초대된 젊은 변호사.. 하지만 그의 실패담 발표는 중간에 중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데요. 적절한 선을 지켜달라는.. 인턴을 했던 대형 로펌, 동기들의 불편한 대화에 대한 제보, 반응하지 않은 대표, 그리고 탈락.. 과연 이것은 선을 넘은 걸까요? 아니면 우리 사회가 가진 암묵적인 그늘일까요? 



노 피플 존. 나와 내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거나, 있어도 눈에 띄지 않는 곳. 타인의 존재가 내 신경을 거스르게 하지 않는. 한나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세계는 거기에 가까웠다. 그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p.158 / 단 하나의 아이


인간과 인간.. 관계라는 연결은 언제나 복잡하고 다양하고 재미난 듯하네요. 물론 타인의 존재에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공간도 필요하긴 하더라고요. 그래서일까요? 이번 단편집의 제목인 <노 피플 존>이라는 단어가 나온 단편에서는 조금은 이상한, 하지만 마음이 아픈 그런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더라고요. 바로 오늘날 누군가의 모습이었기에 더욱더.. 


바쁜 부모를 대신해서 아이를 케어해주는 놀이 가정교사를 시작한 주인공. 그녀의 일은 핸드폰으로 친구와 하루 종일 문자를 주고받는 아이를 지켜보면서 학원 숙제 정도만 챙기면 되는 꿀 알바였는데요. 집에 혼자 남아서 혼자 숙제를 하고 혼자 배달음식을 먹고 혼자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는 너무나도 자신의 하루에 익숙합니다. 그런데.. 그 아이의 문자 친구는.. 그 아이의 하루는.. 그 아이의 마음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걱정해 보지만 바뀌는 것은 놀이 가정교사일 뿐.. 인간과 인간의 사이에 무엇이 있을지는 볼 수 없지만, 이 아이에게는 아마도..



​​


그리고 또 다른 단편들.. 최근에 읽었던 작품들과 조금은 결이 다르더라고요. 놀라운 사건이나 반전보다는 조용하고 담담하게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은 비슷했지만, 정이현 작가의 문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조금 달랐답니다. 조금 더 담백하다고 해야 할까요? 분명 우리가 많든 적든 마주치는 관계였고 상황이었고 삶이었던 이야기였는데, 이렇게나 물 흐르듯 담겨있다니 조금은 놀라고 말았네요. 분명 그 안에는 수많은 생각과 문제와 비틀림이 담겨있었는데 말이죠. 


계절이 바뀌는 요즘, 이런 소설들은 더욱더 마음에 스며드는 듯하네요. 나와 다른 세상이 아닌, 바로 우리의 삶이기에 그런 듯합니다. 나와 너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오늘도 저녁 늦은 시간,, 그리고 하늘이 어슴푸레 밝아지는 새벽 시간에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한국 소설이었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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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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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p.89



​책 제목을 쓰다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는데요. 싱아..? 물고기인 줄 알고 싱어라고 적었다가 아차 했네요. 그 많던 싱아는 도대체 뭐길래 누군가 다 먹었다고 하는 걸까요? 박완서 작가가 자신만의 기억만으로 썼다는 성장소설이라는 소개보다 싱아가 더 궁금했던 스테디셀러였는데요. 이미 많은 분들이 읽었을 추천도서지만 저는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네요. 싱그러운 표지로 재단장하고 나왔다는 이야기에 손을 번쩍 들었거든요. 작가가 들려주는 한 시절의 기록들,, 누군가의 지독히도 개인적인 기록 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 또한 우리의 삶이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송도 근처의 시골 마을, 박적골. 더 넓은 세상을 알기보다는 이 동네가 전부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앞에는 탁 트인 벌이 넓게 자리 잡고 있고, 어디에서나 실개천을 흐르며, 흉년이 지지 않는 넓은 농지를 다 함께 나누면서 지내는 오붓한 시골마을이었다는데요. 양반이라며 여자들은 송도에 가지도 못하게 하시던 할아버지의 사랑을 혼자 독점하고 있는 이야기부터 공부를 시킨다며 오빠를 데리고 서울로 가버린 엄마, 그리고 할아버지의 동풍과 여자도 공부를 해야 한다며 오빠와 엄마를 따라 서울로 이사를 한 이야기까지.. 가족과 집안과 동네에서 벌어지는 소소하면서도 사소한 수 있는 이야기들부터 굵직한 사건까지 막힘없이 펼쳐집니다.




한 가족의 역사,, 그것보다는 나의 역사라고 해야 더 정확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 차근차근 담겨있는데요. 그 시절에 한 소녀가 느낄 수 있는 너무나도 다채로운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할아버지와 엄마와 오빠와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도 보이네요. 고향인 시골 동네의 아름다운 추억과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함께 하는 가족, 그리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크나큰 역사 속에서 혼란스럽기만 했던 우리의 모습까지 말이죠.


그래서 싱아가 뭐냐고요? 그 시절, 시골에서 뛰어놀면서 흔히 뜯어먹었던 간식거리였다고 하는데요. 서울살이를 하면서 그 흔한 풀 한 포기 쉽게 볼 수 없던 주인공이 불현듯 떠올린 추억이었답니다. 모두가 서울로 향했지만, 그 시절 마음만은 고향을 향했던 모두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 많던 이웃들과 친구들이 전쟁과 이념과 차별로 사라져 가는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도 싶더라고요. 그런데 싱아라는 풀을 혹시 아시나요? 진짜로 그 많은 싱아는 정말로 누가 다 먹은 걸까요?




어떤 분이 이 책을 읽으면서 국어사전을 오랜만에 펼쳐볼 수밖에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읽다 보니 너무나도 공감이 되더라고요. 굉장히 낯선 단어들,, 분명 한국어지만 요즘 사용하지 않는, 아니 들어본 적도 없는 단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담겨있더라고요. 하지만 문맥상 충분히 이해가 되었고, 오히려 이런 단어들 덕분에 경험해 보지 못한 그 시절 그 동네의 이야기에 더 빠져들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그 이후 이야기를 담은 또 한편의 소설, <그 산이 정말로 거기에 있었을까>도 궁금해지네요. 지금까지는 화창하고 싱그럽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였다면, 속편에서는 조금은 어둡고 아픈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듯했거든요. 한국전쟁 이후 특별하면서도 독특했던 그녀의 삶에는 어떤 모습을 담았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오랜만에 너무 재미나게 독서에 빠졌답니다. 주인공의 순수함에 반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 시절의 민낯을 너무나도 마주했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은 모습에 친근했다고 해야 할 지도..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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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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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제 말은 이런 뜻입니다. 블랙록 님. 10호실은 계속 비어 있었어요. 승객이 타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어요.

p.140



​보는 내내 긴장감이 흐르네요. 호화 유람선 위에서 벌어지는 파티, 그리고 바로 옆방인 10호실에서 누군가 바닷속으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10호실에는 처음부터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요? 그녀가 본 10호실의 여자는 누구인 걸까요? 오랜만에 넷플릭스에 새롭게 올라올 예정인 10월 오리지널 영화를 살펴보다가 예고편을 보게 되었는데요. 짧은 예고편만으로도 충분히 궁금하게 만들더라고요. 궁금해서 알림 설정을 바로 해버렸는데요. 아마존 베스트셀러 소설인 우먼 인 캐빈 10.. 넷플릭스에는 10월 10일 오픈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전에 원작 소설을 먼저 만나봐야겠지요? 몰입감 넘치는 장면들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비밀이 너무 흥미롭네요.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반전까지도..!!!




잡지 <벨로시티>에서 일하는 기자 로라 블랙홀은 운 좋게 초호화 크루즈에 탑승해서 취재를 할 기회를 얻었는데요. 그녀의 상사인 로완이 개인적인 일로 잠시 휴가를 가면서 로라에게 기회가 왔다고 하네요. 드디어 그녀가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오로라호에서 다양한 인물들과 친분 관계를 맺고 잡지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건데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찾아올지 알 수가 없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탑승 며칠 전에 반지하인 그녀의 집에 강도가 들었거든요. 그녀가 잠든 사이.. 불안 장애로 약에 의지해하고, 매일 술을 마셔야만 하는 그녀의 눈앞에 강도가..! 더욱더 심해진 불안 증상으로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남자 친구와 사소한 의견 차이로 싸우기까지 하는데요. 도저히 제정신일 수가 없는 그녀는 그래도 오로라호에 탑승합니다. 부족한 수면과 과도한 음주로 정상이라고 볼 수 없는 그녀는 첫날밤에 창문 너머로 바로 옆의 10호실에서 들리는 수상한 소리를 듣게 되는데요. 풍덩..! 사람이 바다에 빠졌다? 베란다에 묻어있는 것은 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누군가 바다에 빠진.. 아니 누군가를 바다로 던져버린 건가요? 살인사건인가요..! 





그런데,, 그녀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을 듯합니다. 그녀가 말한 10호실은 처음부터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녀가 봤다는 핏자국도 없습니다. 10호실은 그 누구도 사용했던 흔적이 없는데요. 배 안에서 사라진 사람도 없다고 하네요. 어떻게 된 거죠? 그녀가 첫날 저녁식사 전에 10호실 문을 두드리고 마스카라를 빌렸던 여자는 어디로 사라진 거죠? 혹시 바다에 빠진 사람이 그 여자인 걸까요? 그보다,, 누가 한 걸까요? 10호실은 그녀는 누굴까요? 아니,, 10호실의 그녀는 진짜로 존재했던 걸까요?


승무원 모두를 만나보지만 그녀를 닮은 사람도, 봤다는 사람도 없습니다. 승객들의 알리바이도 슬쩍 물어보지만 모두가 수상하면서도 아닌 듯합니다. 자신의 말을 믿는다는 옛 남자친구는 거짓 알리바이를 말하고, 그날 밤 돌아다니던 누군가를 목격한 이도 있었고, 누군가와 함께 있었기에 결백해 보이는 이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점점 미궁에 빠지고 의심은 심해지고 공포는 더해가는데요.




과연 그녀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무런 증거도 남지 않은 이 상황에서 사건은 어떻게 전개되는 걸까요? 10호실 여자가 존재했다는 증거들, 10호실 여자가 준 마스카라와 사진작가의 카메라에 담긴 그녀의 사진은 교묘하게 사라집니다. 좁고 어두운 유람선의 밀폐된 공간이 주는 긴장감, 그 누군도 믿을 수 없는 두려움, 다음번에는 자신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공포, 외부와 모든 연결이 끊어져 버린 고립감까지.. 모든 상황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데요. 과연 그녀가 목격한 것이 진짜일까요? 과연 그녀는 무사히 유람선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제 내일 아침이면 육지에 도착한다고 하는데요. 두근두근두근.. 오늘 밤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존 베스트셀러 스릴러 소설답게 독자들을 끊임없이 혼란스럽게 만드네요. 범인이 누구일까 헷갈리게 합니다. 아니, 모두가 범인일 수도 있으니 모두를 의심을 하게 만드는데요. 게다가, 사건의 존재부터 헷갈리게 만드네요.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누가 거짓된 모습을 하고 있는지,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누가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심리 싸움이 치열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놀라운 반전..!! 그리고 또 한 번의 반전..!! 


영화는 이렇게 치밀한 이야기를 어떻게 영상으로 담았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유람선이라는 밀폐된 공간,, 낯선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관계들,, 섬뜩하면서도 소름 돋는 심리 묘사까지.. 충분히 매력적이면서 매혹하는 이야기였답니다. 조만간 영화도 보고 감상을 남겨봐야겠네요. 만족스러운 스릴러 소설이었기에, 영화도 기대되거든요. 제발 이번에는 실망시키지 않고, 소설만큼 충분히 재미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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