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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4월
평점 :
이 책은 개인적인 차원의 마음 수련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 철저하게 사회적 차원에서의 사람의 마음을 다룬다. 저자는 현대인의 삶을 진단하기 위해 고전의 힘을 빌린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 그것이다. 거기서 그려지는 주인공의 삶이 현대인의 마음의 고통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단서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서 과감한 시도를 한다. 바로 두 소설의 주인공들의 후일담을 직접 쓴 것이다. 더구나 두 주인공은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설정이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비슷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 두 주인공의 만남이 매우 자연스럽고,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며, 나누는 대화 역시 과장성 없이 충분히 지적인 고뇌가 드러나 있다. 한 챕터씩 후일담 이야기가 나오고 그 다음 저자가 설명하는 방식의 매우 독특한 전개를 보여준다. 어색하다기보다 흥미진진한 구성이다. 두 주인공들의 삶을 비교하고 분석하며, 오늘날 우리가 어떠한 상황에 빠져 있고, 어떻게 고통 받고 있으며,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을 보여준다.
저자는 오늘날 더더욱 삶이 각박해진 이유를 세 가지 들고 있다. 첫째가 여러 선택안을 두고 고르면서 사는 것이 아닌, 하나의 원칙만을 고집하여 그것이 무너지면 자신도 무너지는, 즉 대안 없는 인생을 사는 것, 둘째가 이웃과의 연대가 약해졌다는 것, 셋째가 새로운 대안을 생각할 줄 몰라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 나는 이 중에서 첫 번째 이유, 대안 없는 삶에 깊이 공감한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겪게 되는 충돌에서 좌절하지 말고 새로운 대안을 열심히 모색하면 되는데, 그것이 실제로는 생각보다 어렵다. 자신이 고집해왔던 방식이 무너지면 바꿔야 되지만, 이미 메마를 대로 메마르고 여유조차 없는 마음 가지고서는 그런 유연성이 좀처럼 발휘되지 않는다. 이러한 마음의 부족한 여유로 인해서 두 번째, 세 번째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 생각한다.
쉽게 무너져가는 현대인들에게 저자가 내리는 해결책은 심플하다. 사회적 관계를 중시해 나가면서 스스로 고민하는 '마음의 힘'을 키우고 끝까지 버텨내라는 것이다. 절대로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지 말고, '마음'과 '마의 산'의 주인공들처럼 인생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그것을 계속 공유해 나가는, 인생의 이니시에이션을 깨우치는 의미 있는 인생을 위해 진지한 자세로 살아가라고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실천하는 삶, 주위의 상황에 휘둘러 한번의 실패를 두려워하는 소극적인 인생이 아닌, 어떤 일이 있든 여러 대안을 고민하고 돌파하는 유연한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음의 힘'은 곧 나의 그릇이고, 키우면 키울수록 인생에서 얻는 것이 많을 것이며, 그만큼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