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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서양의 역사에는 초야권이 없다 - 서양사에 관한 12가지 편견과 사실
김응종 지음 / 푸른역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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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초야권'. 상당히 도발적인 제목이다. 아마도 출판사의 의도이자 기획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쨌든 성공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나도 '제목'보고 샀으니.

우선 제목에서 볼 때, 서양 중세의 역사 중에서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서술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문화사'의 일종이라고 여겨진다. 책을 들춰보면 대체적으로 추측이 맞았다. 칼뱅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종교가 가지는 절대성이 인간을 통해 구현되면서 어쩔수없이 왜곡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칼뱅의 경우도 예외없었다. 그 외에도 의회제도가 기사와 영주, 그리고 장원제라는 서양 중세의 특징에서 나왔다는 것도 흥미로왔다. '원탁의 기사'가 생각나는 장면이기도 하엿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 '아테네의 민주정' 이야기는 그야말로 뜬금없었다. 책의 양을 채우기 위한 방편이었는지, 지은이의 호사가적인 취미였는지, 이도저도 아니면 구성상의 문제점인지 잘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실토했듯이, 각 분야의 전공자가 아닌 까닭에 글의 깊이가 다 달랐다. 뭐 어쩔 수 없는 점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발췌 번역서를 내는 것이 더욱 낫지 않았나 싶다. 이 정도의 책은 가십거리여서 굳이 그러한 분량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50가지 이야기" 정도가 더욱 맞을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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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팩션시대, 영화와 역사를 중매하다 - 역사 이야기 지식전람회 8
김기봉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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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에서 혹은 영화에서 상대편을 이용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너무나도 좋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극 범람 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더 그러하다. 필자인 김기봉 교수는 어렵고 두껍고 대중들이 멀리하는 역사학을 버리고, 대중적이고 손쉬운 역사학, 누구에게나 친근한 역사학을 주장하고 있다. 그것을 '영화'라는 대중매체를 이용함으로써 그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영화도 <이재수의 난>, <퍼햅스 러브>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유명한 영화들이어서 책도 잘 읽히는 편이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서 계속 의문이 들고 책을 덮고 나서도 의문이 든다. 아, 그 전에 이런 얘기가 더 나을 듯 하다. 밤에 자기 집에 쳐들어온 강도에 대해서 저항해야 하는가? 그리고 강도를 당하고 난 뒤 집주인에게 "너는 어떻게 해서 강도의 심정을 모르고 대항했느냐?" 혹은 "강도에게 원하는 바를 주지 왜 저항하다가 상처를 입었냐?"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은 계속 '이상향'을 이야기만 하고 있다. 강도도 없고, 전쟁을 일으키는 '잔혹한 인간 혹은 국가'도 없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를 공부하는 학자인데도 '역사'를 없애고 '동화'같은 이야기만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선 '강도'에 대해서 비판하고 그러한 강도를 없앨 수 있는 방도를 얘기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피해자의 처신이 어떠했는가를 따질 수, 아니 배려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도 얘기하듯이, "역사란 결국 현재의 권력투쟁의 장소이며, 궁극적으로 이러한 권력 투쟁이 기억과 망각의 시뮬라시옹을 결정한다"(92쪽)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현재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결론은 <웰컴투동막골>이다. 서발턴인 국군, 인민군, 그리고 미군이 개과천선해서 '동막골'이라는 이상향을 지켜낸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인류역사에서 필연적인 코스로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을 빼놓고 인간의 역사를 설명할 수 있을까? 전쟁은 인간사회의 정치이자, 경제이자 문화이며 총제적이기까지 하다. 이상적으로 미군이 "Be nice"하길 바랄 수 있어도 그러한 결론이나 몽상은 실제 역사교육에서 일부분을 차지할 따름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보면, '국가의 전쟁'과 '가족의 전쟁'을 대비시키고 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선택만이 있을 수가 없다. 다양한 선택이 존재하고 그 중 어느 것을 택하느냐에 따라서 미래는 달라질 수가 있다. 6.25라는 이데올로기 전쟁에서 어느 쪽을 선택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결정이었고,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극단 상황은 어느 쪽을 선택하게 하고 그것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진다고 생각한다. 단지 먹고 살기위해서 인민군 편에 섰다는 것으로 여주인공의 죄가 없어지는가? 그 '먹고 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희생되는데도? 양자택일의 상황일지라도 그 선택에는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유치하더라고 '민주'니, '자유'니, '평화'니 하는 보편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삶마저 황폐화시키는 것은 '원시적인' 폭력 사회라고 생각한다.

남주인공 장동건의 '전쟁'은 자신만을 알고 옆의 사람, 혹은 사회(국가는 저자가 하도 싫어하니)를 무시한, 아니 없다고 생각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폭력 상황일 뿐이다. 그래서 저자에게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러한 저자의 논리라면, 일제의 친일파(그 경계나 기준이 모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하다못해 반민특위에서 지정한 그 많은 친일파들만이라도)는 논죄할 수도 없는가? 그들은 자신들의 '전쟁'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민족이란  표현이 어색하다고 하니)의 삶을 짓밟았는데도? 다른 예를 들어보자. 한말 의병장으로 서울진공작전의 총사령관이었던 이인영을 보자. 고향에서 날아온 '부친상'을 듣고 그는 고향으로 간다. 물론 충효 사상이니, 효를 수행하러 갔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를 비난해야 한다. 더 큰 효로서 '충성'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 배려는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당시로서는 일본군을 물리치는 것이 부모와 가족과 마을, 그리고 동료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저자는 '정의'나 '올바름'을 제외한, '나'만의 역사를 주장하고 있다. 진짜인가?

서양의 역사가들 중에서도 소위 '미시사'를 전공으로 삼은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은 대체로 맑스주의 역사가들이다. 즉 전체적인 틀을 공부하다가 사세한 것에 눈을 돌려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돌보는 심정으로 개인의 일상사 등을 연구한다고 한다. 저자의 주장은 소위 주류 역사학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에게'만' 의미있는 지적일 뿐,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허무적인 역사학'을 유포시킬 염려가 크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소재로 한 것은 좋으나, 영화만큼 사람을 '현혹'시키거나 단순화 시키는 것이 있을까? 그 좁은 카메라의 눈으로 본 것이 얼마나 큰 것을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Man in Black>에서 나온 수정구슬이 생각난다. 그게 우주인들에게는 '우주'였다고 한다. 지금 이 책의 내용은 바로 그 수정 구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은 우선 역사책 일반을 읽어보고, 아니 하다못해 요즘 나오는 역사교과서류 등을 읽어보고 난 뒤 결정하기를 바란다.

사족이지만, 한 마디 더.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하는 연기를 보고 그 사람의 실제 모습이나 성격과 혼동하여 그 사람이 지나갈 때 손가락질 하거나 칭찬하는 행태를 보라. 짜증난다. 그 정도도 구별못하면서 살다니 라는 한숨만 나올 뿐이다. 실제와 가상을 구별할 수 없는 세상이 온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그러한 구별을 할 수 없기를 바라는 세력이 등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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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한국
공병호 지음 / 해냄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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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의 <자본론>은 사회주의 사회를 서술한 것이 아니라, 당시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를 신랄하게 고발한 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래를 파악하고 준비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다. 공병호 씨의 <10년 후,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으나, '미래 준비'는 선언적인 명제로 끝나고 있음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명확한 미래 예측이야 모든 연구소가 다 어느 정도 실패하는 것이니만큼, 이해되는 부분이지만, '공병호'란 이름에 걸맞는 탁월한 비젼과 예측이 없음은 안타깝다. 더욱이 문제의 진단은 거시적인데, 그 해결책은 개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어찌보면 수미일관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책을 많이 서술하는 것은 좋으나, 그 밥에 그 나물이라면 몇 년정도씩 천착한 연후에 제대로 된 책 하나를 문세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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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대 갑부 역관 표정있는 역사 1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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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조선 최대 갑부 역관>을 잘 읽었습니다. 흡인력 있는 글솜씨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것인데, 역사책임에도 불구하고 잘 읽힌다는 사실 그 자체는 여전히 놀랍습니다. 여타의 역사가들의 글과는 다른 면모이지요. 저도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선생님 책을 꾸준히 사 읽으면서 안목을 넓히고 있습니다.
중인인 역관에 대해서는 유명한 이야기들, 즉 허생전의 변부자, 중계변무의 외교문제를 예전의 호의로 잘 처리한 홍역관 등을 통해서만 알고 있다가, 책을 통해서 다양한 역관의 역할을 얻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더욱이 역관의 이야기가 개화와 연결되고, 최근의 상황과도 연상될 수 있도록 글을 써 주신 것은 더욱 빛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이익에만 탐하는 역관들이 더욱 많았음은 주지해야 되지 않을까요? 고려 후기 몽고역관의 경우 사리사욕을 채우며 정권을 좌지우지한 것은 당연한 일이고, 조선 후기도 몇 가지 예를 빼놓고는 대체로 전형적인 탐욕형 인간에 불과한 듯 합니다. 일제 때 일본어 능통자도 그랬고, 미군정 때 영어능통자도 마찬가지 아니었나요? 외국어 하나 잘한다는 핑계로 온갖 것을 다 누리려고 하는 심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듯 합니다. 이러한 점도 콕 찍어서 말씀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한 책을 읽다보니, 몇 가지 의문점이 생겨서 이렇게 펜을 들어봅니다.
1. 51쪽에서 우리나라가 명과 여진 사이에서 삼각 무역을 한다고 하셨는데, 명과 여진 사이에서는 직접 교역이 없었나요? 오히려 굳이 비싸게 조선에서 사들이기보단 직거래가 훨씬 편하고 이득일텐데. 그 당시 만주 상황과 관련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 점이 책에서 명확하지 않은 듯 해서 질문 드립니다.

2. 조선 우위의 대명무역이라고 하셨는데, 말 무역과는 달리 소 무역에서 명에게 쩔쩔 맨 듯한 인상이 드는데,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요? 그렇다고 하면 주체적이고 실리적인 조공무역이라는 주장이나 설이 어색한 게 되는 것 아닌지요?

3. 비변사 설치의 계기가 '1510년'이라고 하셨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1433년설, 1555년설(교과서에서는 이 설을 채택하고 있습니다)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1510년설을 택하신 이유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이 없이 그대로 서술하신 점은 좀 어색한 듯 합니다만...

4. 89쪽 밑에서 세 번째 줄, '지어'는 아무래도 오타이겠지요?

5. 123쪽 '만상(灣上)'이 나오는데, '만상'(灣商)이 아닌지요? '만상'(灣上)의 경우 의주를 지칭하는 용례 같은데, 좀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송상, 경상도 다들 '상'(商)를 쓰는 듯 합니다만.

6. 135쪽 '삼번의 난'을 일으킨 오삼계, 경계무, 상가희 등이 나오는데, 삼번의 난은 오삼계와 다른 두 명의 아들인 경정충, 상지신이 호응하여 일으킨 것이 아닌가요?

이러한 의문점이 드는 이유는 결국 책을 꼼꼼이 읽고 있다는 증표가 아닐까요? 더욱더 좋은 책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독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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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망치 2006-11-15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건 모르겠는데 네번째 질문은...
옛날에는 "심지어"를 "지어"로 표현하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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