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니주의보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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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작가가 4년 만에 펴낸 신작 찌니주의보는 낯선 이웃과 밥을 나누며 편견 너머의 사람을 마주하는 유쾌하고도 뭉클한 소설입니다. 평균 연령 78세의 구례 산촌 수평마을에 서울에서 온 두 여성, '찌니들(성진과 혜진)'이 귀촌하며 평화롭던 마을에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납니다.


마을의 자칭 지식인 윤 선생이 찌니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폭로하며 이들을 내쫓으려 하지만, 베트남 이주여성인 쑤언이 거침없는 입담으로 이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줍니다. 촌로들은 동성애를 이해하지 못해 찌니들에게 무례한 시선과 질문을 던지면서도, 정작 돌아서서는 시래깃국과 호박전을 문고리에 슬며시 걸어둡니다. 입으로는 상처를 주면서도 손으로는 따뜻한 밥 한 끼를 내어주는 이 기묘한 이웃들의 모습은 밉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짙은 인간미를 뿜어냅니다.


작가는 도무지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이들이 어떻게 한 식구가 되어가는지를 '급진적인 선 넘기'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마을의 밉상이었던 윤 선생이 삶의 터전을 잃을 벼랑 끝 위기에 처하자,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함에도 기꺼이 곁을 내어주는 촌로들의 투박한 연대는 묵직한 울림을 자아냅니다.


소설 속에는 세련된 계몽이나 완벽하게 재단된 화해의 결말은 없습니다. 그저 흉을 보다가도 밥때가 되면 끼니를 챙겨주는 일상의 끈끈한 시간이 거창한 관념이나 이념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할 뿐입니다. 타인을 쉽게 재단하고 밀어내는 팍팍한 시대에 맵고 짜지만 끝내 사람을 그립게 만드는, 징글징글하고도 애틋한 공동체의 풍경을 선사하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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