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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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우리는 ‘나’ 자신의 ‘미래’에 가장 큰 걱정 염려 기대를 안고 불완전한 현재를 살아가느라 골몰해있는 것 같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고 과학 기술의 비정상적인 발전 속도로 조금 흘러간 시간도 이미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과거는 지나간 옛 추억으로 미화되거나 신비화되기 쉽다. 


‘하얼빈’ 등장하는 순종과 유생 최익현, 이토히로부미부터 안중근 의사, 그리고 주변 인물들까지. 일본놈은 모두 나쁜놈 - 이라는 프레임을 잠시 걷어내고 그 당시 조선의 사회상과 무능한 조정, 유생들의 전통 가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퇴보하는 안타까움, 배우지 못하고 양반에게 업악당하며 살아온 백성들. 그런 조선을 보면서 아시아 전체를 정복해야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일본. 각각의 입장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극을 달리는 감정적인 적대감이나 우호감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던 것인지 되짚어보게 된다.


무거운 주춧돌을 뜨겁게 달구어 끓어오르는 감정을 눌러댄 듯, 바짝 눌리고 바스락대는 건조한 문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습습한 감정의 언어도 찾아볼 수 없고 거대하고 서슬퍼렇게 여기저기서 옥죄어오던 사회의 긴장감도 이 글에서는 찾기가 힘들었다. 설명하기 벅찬 거대 서사도 짧게 추리고 추려 냉정한 몇 문장으로 끝이난다. 그래서 영웅이고, 악인이고, 선인이고, 대단한 종교인이기 이전에. 그저 인간으로 살아가던 사람들. 아무것도 덧대거나 겹쳐놓지 않은 그들의 마음이 읽힌다. 


지금 우리가 같은 사람들의 마음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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