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언제나 내 편인 이 세상 단 한 사람
박애희 지음 / 북파머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는 엄마가 누구보다도 무서웠다. 조금 더 커보니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짜증도 많이 냈고 싸우기도 많이 했다.
나이가 들어보니 엄마는 누구보다도 여리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물론,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사람은 성장하기 마련이고, 이렇듯 부모에게 느끼는 마음은 변한다. 부모도 후회하는 일이 있듯, 자식도 부모를 생각하면 후회되는 일이 있다. 그때는 나는 다른 사람이었고, 알지 못하는 것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라디오 방송 작가를 하는 저자는 이제는 아들을 둔 한 명의 엄마이면서, 엄마와 아빠를 모두 하늘로 보낸 자식이기도 하다. 저자가 말하는 사연에는 스펙터클한 사연은 하나도 없다. 모두 소소하고 심심하다. 그렇지만 그래서 소소한 감동이 있고 사랑이 있다.

자녀도 없고 행복하게도 부모와 같은 하늘 아래서 살고 있는 나로서는, 이 이후에 내가 느끼게 될 감정은 어떤 것일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길 바라면서 읽게 되는 책이었다. 엄마가 주로 등장하시긴 하지만, 아빠도 많이 나온다. 제목 때문에 아빠 분들 너무 서운해 하시지 마시고요! 딸과 엄마 사이의 유대감은 또 다른 특별한 것이니 어쩔 수 없잖아요.(물론 나는 끝내 알 수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걷는 망자>. 리드비.
호러+본격+미스터리 소설 단편집.

---
이 책은 호러와 본격을 한꺼번에 잡은 단편 소설집이다.
으스스한 느낌과 그로 인한 공포, 그 공포의 중심에 있는 기괴한 요괴 전설들, 전설에 나타난 요괴의 출현과 사건 발생.
그러나 이 어두침침한 분위기에도 피해자가 있고 용의자가 있다. 작가는 추리소설의 중요한 미덕인 공정함(충분한 단서를 던져주고 독자 역시 예측 가능하게 이 게임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잘 챙긴다. 각 단편의 해결 파트에서는 괴이는 사라지고, 이성적이며 인간적인 범죄가 남는다.
이렇게 이성의 힘으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이 공포와 기괴함은 단편이 마무리 되는 순간에도, 작가의 테크닉 덕택에 여운을 남기며 남아있다. 이 분야의 거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탐정 역에는 방 밖을 나서지 않는 미스 마플 형의 탐정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각 사건의 화자들이 겪는 생생한 묘사 때문에 이야기는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당사자들의 시각과 체험이 공포스럽게 전달되고, 제3자인 탐정이 타자화 하여 해결하는 모양새라 마음에 든다.
또, 탐정은 나사가 하나씩 빠져 있을 수록 매력있는 법인데, 이 소설집의 주인공 덴큐도 그렇다. 덴큐는 호러 미스터리 탐정 주제에, '무서운 이야기'에 약한 모습을 어필하며, 허당인 모습을 보인다. 세상에 이런 일이...!
탐정과 조수의 케미도 좋다. 매 단편이 진행될 때마다 남녀 탐정은 훌륭한 티키타카를 선보이며, 둘의 대화는 호러와 로맨스 두 가지가 적당히 버무려져 맛있다. 기담을 무서워하는 덴큐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며 압박하는 조수 역의 아이 역시 꽤나 매력적이다.
---
이 책의 두 번째 단편에서, 작가는 자신이 존 딕슨 카의 팬임을 조금도 감추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존 딕슨 카가 등장한다. 고전 미스터리 팬이고, 존 딕슨 카의 팬이라면 으스스한 이 작품마저도 흐뭇하고 따스한(?) 기분 하에서 끝까지 다 읽을 수 있다.
또한, 이 작가의 원래 팬들에게도 팬 서비스가 많다. 미쓰다의 도조 겐야 시리즈에서 있었던 사건들이 중간중간 언급되는가 하면, 도조 겐야는 간접적으로 출연한다. 또 이 단편집의 주인공인 '덴큐vs.도조 겐야'로 볼 수 있는 구도도 가끔 설정되어 팬 서비스가 과할 지경이다.
---
다섯 작품 가운데 세 작품의 범인을 맞혔지만, 하나는 얻어 걸렸고, 적당한 추리 게임이 가능했다.
---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를 이제 알게 된 것이 매우 아쉬울 지경이다.
나는 존 딕슨 카의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가 오늘날의 존 딕슨 카임을 알게 됐다.
이후에도 미쓰다 신조의 작품을 여럿 챙겨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매력적인 단편집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완전한 인간
마리아 마르티논 토레스 지음, 김유경 옮김 / 현암사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의사 출신으로, 고인류학자(화석 치아 전공). 저자의 핵심 시도는 현대 인간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다윈 의학’으로 진단하고, 과학적 지식으로 얻은 새로운 시각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전파하려는 것이다. 

이 시도는 꽤나 매력적이고 성공적이며,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흔한 소재를 다뤄 더 가깝게 다가온다. 불안, 노화, 수면, 암, 청소년기, 바이러스, 폭력... 아니 이게 다 진화와 관련이 있다고요?

지나치게 진화로 모든 것을 퉁치려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충분한 자료와 증거로 설명하니 독자로서는 항복할 수밖에 없다. 

이 설명 과정에서 진화와 관련 있는 잡지식을 얻으니 재미있다. 개인적으로는 사피엔스 종과 네안데르탈 인의 교잡과 DNA 연관성 등이 흥미로웠다. 어려운 과학 이야기 같지만, 사실 '다면발현성'이라는 단어에만 익숙해지면 읽기 어려운 내용은 없이 쉽게 서술되어 있다.

'아, 나는 이래서 이랬구나.'라는 상식의 확인 과정도 있다. 예를 들면 왜 사람은 각자 입맛이 다를까, 왜 사람들은 각자 수면 패턴이 다를까 하는 의문이 해결된다.

또한 '아, 이게 당연한 게 아니었구나?'라는 확인도 거친다. 인간은 다른 영장류와 비교하면 수명에 비해 생식 기간이 짧다는 점(생각한 적도 없다),  렘 수면이 있다고 많이 들은 것 같은데 도대체 렘 수면은 왜 필요할까 하는 점(역시 당연히 생각한 적도 없다!) 등이 있다.

한편 이 책은 개체인, '한 명의 인간이 왜 그럴까'하는 부분과 '인간 집단, 종은 왜 그럴까'하는 부분을 함께 조명하고 있다. 사람은 자괴감을 갖는 때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숱한 긍정 심리학 책들을 생각해 보자. 놀랍게도 이 책은 진화 이론(구체적으로는 다윈 의학을 통한, 주로 '다면발현성' 개념으로)을 통해 나의 멘탈을 끌어올려준다! 또 인간 종에 대한 불신도 꽤나 희석시켜준다. 우리 인간 종은 이런 진화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어떤 힘을 갖고 있다고 하는, "우리 인간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던져주고, 나와 우리 인간은 '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희망을 준다.

과학에 근거한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그리고 "너는,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는 위로, 이 두 가지가 어떻게 가능할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전체 구성을 언급해보자. 각 개별 장의 구성은 똑같다. 아마도 편집자의 지도(?) 덕택이 아닌가 싶다. 각 장의 전개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며, 때로는 심심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 책 자체가 그렇게 드라마틱한 전개가 있을 만한 책도 아니다. 문학을 언급해 해당 주제를 제시하고, 의학적 또는 통계학적 문제를 제기한 뒤, ‘다윈 의학’에 입각한 해답을 내놓는다. 그 다음은 긍정적 마인드의 스푼을 뿌리며 문학 작품으로 마무리하는 식이다. 책 전체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를 아우르는 하나의 서사는 부족하지만,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우리 자신, 무엇보다도 우리의 결점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될 것

나는 이런 문제 중 많은 부분이 진화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 - 이 죽일 놈의 피로와 결별하는 법
에이미 샤 지음, 김잔디 옮김 / 북플레저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 건강 서적.

이런 종류의 책은 그다지 읽지 않는데,
제목이 워낙 매력적으로 뽑힌 탓에, "맞아. 나는 왜 맨날 피곤할까?" 하는 생각에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의 강점은 피로한 "여성"에게 도움이 많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도 여성이고, 건강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여성의 사례가 대부분이다. 여성은 호르몬 문제에 더 민감하고 단식이나 채식, 운동을 할 때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한데, 이 책에서는 각 단락마다 여성이 더 주의할 점을 빠뜨리지 않아 유용하다. 갑상선 문제 때문에 피로를 자주 호소했던 주변 지인에게 보여줬더라면 좋았겠다 싶다.

건강과 관련해서는
'뭘 먹어라', '무슨 운동해라',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고 말들이 많다. 그러면서 원인으로는 고작, '만병의 원인은 스트레스다.' 이런 식의 결말을 맞이하는 경우가 맞아 참 불만스러웠는데, 지엽적인 팁들의 나열에 그치는 게 아니라 '호르몬', '장 건강', '염증'이라는 관점에서 나의 몸의 조화가 깨지는 원인을 잘 짚어줘서 좋았다.

해결책도 명확한 편인데, '식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처음에는 '뭐 또 먹는 거야...?' 싶다. TV 프로그램에서 온갖 성분을 권유해 와 피곤한 탓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권하는 영양 섭취는 온갖 건강 식품은 아니고, 자연식으로 구성한 식단이라 한결 마음이 놓인다. 다만, 채식 식단이라 그게 개인적으로는 시도할 생각이 안 든다...

다른 강점으로는 2주 단식 플랜과 장기 플랜을 자세히 써 놓았으며, 식단도 제시하고 있다는 점.
마무리하며 다시 강조하자면, 이유 모를 컨디션 난조를 자주 겪는 여성이라면 이 책을 읽어볼 만하다. 또, 평소 채식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읽어볼 만할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 - 오늘이 끝나기 전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들
존 릴런드 지음, 최인하 옮김 / 북모먼트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내용은 가볍지만 묵직했다.

이 책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로 마음먹은, 여섯 명의 사람이 주인공이다.

긍정적 사고? 흔한 이야기다.

그렇지만 화자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이 여섯 명의 사람 가운데 최연소자는 88세다!

삶은 죽음 옆에 있을 때 가장 빛나고, 죽음은 늙음과 가장 가깝다. 그런 측면에서 삶을 이야기 하기에 최선의 화자들이다. 괜히 먹물 많이 먹은 사람들의 복잡한 이야기도 아니어서 좋았다. 먹물들은,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말하는 버릇이 있는 법이다.

또, 여러 명의 이야기여서 좋았다. 세상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한 명의 이야기를 진리로 받아들일 만큼 나는 바보가 아니다. 게다가 그것이 객관화되지 않았다면. 각자의 서로 다른 삶의 궤적, 서로 다른 삶의 태도, 어느 것도 정답은 없다. 그렇게에 모아 놓고 보면 더 가치가 있다. 하나의 공통점은 있다. 바로 긍정적인 태도다.

88세 이상의 삶의 선배들이 말하는 긍정적 태도는 젊은이들이 말하는 긍정적 사고와는 달랐다. 그 끝에는 ‘내일’이 없다. ‘밝은 내일’이 없다. ‘어두운 오늘’이 없다. 꼭 무언가를 ‘성취’할 필요도 없다. ‘극복’하고 해낼 필요가 없다. ‘갈망’이 없다. 커다란 기복이 없다. 자조적이지 않다. 포기도 아니다. 이게 꼭 노인들의 삶이라 그런 걸까? 나이 들어서나 가지면 좋은 태도인 걸까? 여섯 노인들의 이야기를 묶은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책을 다 읽은 나 역시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삶의 태도라는 중요한 문제를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처럼, 그러나 묵직한 이야기를 하는 여러 노인들의 이야기.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아, 책 제목에 대한 답은 이렇게 정했다. 나는 산미가 도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리겠다고. 그 대화의 시간을 즐기겠다고. 그날 잠을 자지 않을 테니, 카페인을 얼마 마시든 상관없어 더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