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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어디에 있나요?
에이드리언 차이콥스키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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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남지 않은 폐허, 아포칼립스의 세계는 꽤나 익숙하다. SF물, 좀비물, 재난물 등...
<휴먼, 어디에 있나요?>가 그리는 미래 역시 매우 독특하거나 기억에 남는 세계관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작가 차이콥스키는 그 익숙한 세계관을 그리는 대신, 다른 더 중요한 것들을 챙기는 데 성공한 듯하다. 마치 <걸리버 여행기>를 보듯 주인공 로봇은 차이콥스키가 그리는 세계관의 곳곳을 여행한다. 작품의 분위기는 <걸리버 여행기>만큼 날카롭고 차갑고 냉소적이지는 않지만, 충분히 <걸리버 여행기>가 생각날 정도의 따뜻한(?) 아이러니와 블랙 유머를 던진다. 너무도 잘 쓴 블랙 유머 소설들은 등장 인물들을 모두 비웃고 보잘것없는 인물로 전락시키고는 하는데, 놀랍게도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습긴 하지만 보잘것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이것을 잘 해내는 것 또한 작가의 역량일 것이다) 유머란 사람들이 익숙해하는 공통의 무엇 위에서 자라야 하므로, 어쩌면 익숙한 설정, 익숙한 전개가 바탕이 되는 것은 오히려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주인공 로봇이 방문하는 세계는 하나 같이 모두 뒤틀려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 장소들은 모두 어떤 작품들을 모티프로 삼았으며 그 점을 감추지 않는다. 이 점 역시도 매우 유쾌한 지점이다. 원본의 내용들을 어떻게 SF 느낌으로, 또는 작가 고유의 느낌으로 바꿔 유머 있게 전달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정말이지 감탄하며 즐겁게 읽을 수밖에 없다.
로봇들은 모두 자신의 임무 수행에 충실하지만, 덕분에 각각의 조그만 사회들은 모두 뒤틀려 버리고 만다(장원 저택, 진단 조사처, 도서관 아카이브, 군인 로봇 집단). 인간들의 세상 역시도 마찬가지(인간 보존 농장, 쇠락한 인간 무리)다.
주인공 로봇 언찰스와 파트너 더 웡크의 캐릭터 역시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한다. 고지식하며 정해진 로직을 따르는 듯하면서도 중요한 때 '로직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하는 로봇 언찰스, 탐험심 넘치는 말괄량이 더 웡크, 이 둘은 작품의 위트 있는 분위기에서 겉돌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여정을 마무리한다.
이런저런 특이한 설정보다도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가는 안정적인 서사의 힘, 고전의 SF적인 재창조, 조금은 따뜻한(?) 블랙 유머를 보고 싶은 이라면 이 SF를 읽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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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 공부
백억남(김욱현) 지음 / 하이스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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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만 가지고는 자산이 불어나지 않고, 막상 투자하자고 나서면 잃고 나오고를 조금씩 반복하다가 똑똑하게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백억남님 영상 시청 중입니다.
영상이 기초부터 경제 공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어서 책으로 나온다길래 구매했습니다. 이런저런 투자 공부를 앞으로 더 할 텐데 그 기초가 되어줄 수 있는 책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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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자유 - 일의 미래, 그리고 기본 소득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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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기본소득에 관한 내용이다.

기본소득 이슈는 코로나19 이후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졌고, 이후 코로나19 때만큼은 아니지만 정치권에서도 선거철마다 언급하게 되었다. 기본소득 관련해 긍정적인 입장을 줄곧 보였던 현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한번 더 살펴보아도 좋은 이슈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내가 보았던 책은 기본소득의 시대적 필요성과 유용성, 그 실행 방식에 대한 모색을 수행하는 책들이었다. 기본소득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 책이라고 해도 예외일 수는 없다.

다만, 약 600여 쪽에 달하는 이 책의 볼륨이 심상치 않다. 이 책은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기 위해 '노동(labour)'이란 무엇인가, '일(work)'이란 무엇인가 하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해답을 얻기 위해 서구 문명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그리스, 로마시대는 물론이고 자본주의의 태동기와 현대까지 거슬러 올라온다.

때문에 기본소득 문제만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고, 지금 이 땅에서 노동을 하며 수익을 벌어들이고 더 많은 여가 시간을 바라는 일반인들이라면 읽어 보면 좋을 책이다. 왜 우리는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할 수 없을까? 여가시간이란 대체 무엇일까? 왜 우리는 노동을 하지 못하면 부끄러워할까? 노동권이란 정말 보장되어야 하는 것일까? 정부의 각종 정책과 정치권이 말하는 일자리 창출과 완전 고용, 실업률 문제는 다가올 시기에도 유효할 것인가? 우리는 언제까지 일개미처럼 노동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언제 버려질까?

물론, 이 책의 기본 주제에 맞게 기본소득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은 유효하다. 다만, 지은이가 제시하는 기본소득 정책이 얼마나 현실성 있을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 보아야만 할 것 같다. 충분히 설득력 있고 불가피한 정책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저자가 마지막 장에서 기본소득이 주어지는 의미사회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할지 이야기하는 대목이 있다. 이 대목을 보면 오히려 지나치게 장밋빛에, 구차한 부분처럼 느껴지는 구석이 있어, 저자가 너무 노력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기본소득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노동과 앞으로의 미래사회를 생각하는 자료로서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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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
가모사키 단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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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단 설정만으로도 먹고 들어간다.

밀실 사건이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사회 환경, 밀실 사건을 정식으로 인정하는 법률 환경 및 법조어, 범람하는 밀실 대행업자와 밀실 전문 탐정, 밀실 전문 건물 조사관... 그리고 그런 사회 환경을 배경으로 크로즈드 서클 안에서 벌어지는 연쇄 '밀실' 사건. 그 사건의 해결 가운데서 군데군데 등장하는 클래식한 미스터리 소설의 소재에 대한 경의와 농담. 그야말로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군침을 흘리며 달려들어야 할 책이다.

설정도 설정이지만, 발생하는 사건들이 모두 다 밀실 사건이다 보니, 밀실 사건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도구들 역시도 많이 등장해, 소설 한 권을 읽는 것만으로도 '밀실 박물관'을 방문한 듯한 생각까지 든다. 논픽션으로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이 있다면, 픽션으로는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이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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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월요일 : 앨리게이터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전건우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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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의 "중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앨리게이터>.

공포 소설, 하면 스티븐 킹이 떠오르는데,

굳이 비교한다면 이 소설은 <미저리>와 유사한 중단편이다.

예전에 보았던 <룸>이라는 영화도 생각이 난다.

유사하다는 것은, 작품의 무대가 주로 실내, 폐쇄된 공간에서 일어나고,

그 좁은 공간에서 공포의 대상과 주인공이 함께 지내면서 전개되는 스토리라는 점이다.


사건 자체는 중단편인 만큼 복잡하지 않으나,

중간중간의 공포와 긴박감, 그로테스크함과 블랙 유머가 간간히 섞여 있다.

분량도 많지 않으면서, 짧은 시간 안에 한 작품을 읽었다는 만족감을 가질 수 있는 소설이었다.

다만, '조금만 더 뭔가 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생긴다. 시체가 두 구밖에 안 되어서 그럴까.



"환상통이 그래요. 아무리 아파도 절대 죽진 않거든요. 그러니 안심해도 됩니다."
죽을 만큼 아픈데 죽지는 않는다니, 통증보다 그 말이 더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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