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톨런
루시 크리스토퍼 지음, 강성희 옮김 / 새누출판사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엉뚱 발랄 따위 집어치우게 하는 아주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을 납치한 남자에게 보내는 편지라니. 처음 이 부제목을 읽었을 때는 ‘재미있는 소설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화라는 점으로 말미암아 다른 이들도 ‘미친 거 아냐?’라며 조소를 흘렸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뭐하자는 거야?’라며 책을 피는 순간에 뭔가 모를 꿉꿉함을 마음 한 구석에 가지고 있었다. “스톡홀룸 신드롬으로 미쳐버린 걸까?” 아니면 “주인공이 사막의 모래에 너무 데어 미쳐서 일어난 건가?” 하는 어이없는 내 생각에 절로 웃어버렸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뭔가 다름을 느꼈다. 내 표정은 점점 굳어가고 눈도 풀려가지만 글자에서 눈을 뗄 수는 없었다. ‘실화를 기반으로’나 ‘실제 있었던 일을 각색한 것 입니다.’라는 책은 속된 말로 쎄고 쌨다. 너무 많아서 질려할 수 있는 장르다. 하지만 작가가 자기 자신인 일은 없었다. 다른 이의 손을 빌렸고 다른 이의 뇌 속에서 각색되었다. 그런데 자신의 아픈 과거를 들춰낸 작가. 무서운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다. 실화라는 것보다 어째서 사막이었을까, 다른 곳도 많은데 왜 하필 먼 사막이었을까. 아무 것도 없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제각각의 모습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생명이 자라고 있다. 그러한 곳으로 데려간 이유, 정말로 납치를 계획하였던 걸까? 당사자가 느끼는 생각과 제 3자인 독자들이 생각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는 경험의 차이일지 모르지만 다른 한 가지는 가치관의 반영일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제일 난감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독자와 이 책을 쓴 사람이 만난다면 싸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독자인지라 읽으면서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조금만 틀어서 생각하기로 했다. 타이라는 납치범이 사막으로 간 이유는 아마 자신이 굉장히 외로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외로움의 깊이가 너무 깊었기 때문에 자신을 이해해 줄, 자신과 있어줄 이를 찾았는지 모른다. 그런 차에 모든 것에 무감각해진 그녀를 보고 접근했으리라. 자신에게 관심도 없는 부모를 따라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그녀라면 자신의 구세주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모든 감정은 인간 자신만이 아는 것이니까. 인간은 사회의 동물이다. 그런데 이제는 인간에 지쳐버렸다. 인간의 수는 너무 많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을 새도 없이 빠른 대중교통을 이용해 나의 잇속을 챙기기 바쁘다. 아마 납치범은 이러한 자신을 보듬고 싶어 했을 것 같다. 그래서 인간들을 벗어나기 위해 사막으로 대피한 것 같다. 극한의 오지에 자신을 밀어 넣고 납치한 인질과 오지의 작은 집 하나에 방치 아닌 방치. 이것이 더 무엇을 말할까?

엉뚱한듯 하지만 알고 보면 외롭고 슬픈 이들이 모인 책, 스톨 런. 이 책으로 인간을 한 번 더 돌아보라는 경종을 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다. 좁은 시야, 한 가지에 미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의 둥둥 떠다니는 이 두 섬을 방문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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