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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세계
리즈 무어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7년 7월
평점 :
소설적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이 여름의 소설 읽기, [보이지 않는 세계]
소설은 상상하는 것에 무엇보다도 그 장르적인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도 소설이란 장르를 여타 장르에 비해 더 사랑해 마지않는 이유는 다름 아닌 바로 ‘공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루한 일상 속에서 단숨에 즐겁고 신비한 그 어딘가로 나를 데려가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의 소설, 하나의 이야기가 끝을 맺을 때 마치 긴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당장 대면한 나의 일상이 낯설어 보이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진귀한 순간을 이 소설, [보이지 않는 세계] 역시 독자에게 안겨준다.
580여쪽에 달하는 호흡 긴 장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에이더의 생각과 방향을 따라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독자는 쉼 없이 끝을 향해 달리게 된다. 1980년대부터 2009년에 이르기까지의 긴 일정은 일견 목차로 보기에 너무나도 방대해 보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큼 주인공의 삶 전체를 오롯히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은 작가의 선물이기도 하다. 아버지 데이비드의 비밀에 다가가는 그녀의 시간들에 밀착하며 독자들은 그녀와 데이비드의 삶에, 또 리스턴의 삶에 연민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삶은 분명 교향곡같이 너무나 웅장한 것이지만 또한 비극같이 아무렇지도 않게 끝을 향해 흐른다. 그리고 이 소설 속 그들의 삶 또한 그러했다. 리스턴의 세 아들과 함께 성장하게 되는 에이드의 심경변화와 그들과의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나름 흥미롭다. 사람들 사이에 홀로 서 있는 인공지능의 모습도 자못 관조해 볼 필요가 있다.
책을 덮은 지금 그들 모두 어딘가에 소설 속 묘사보다는 좀 더 나이가 든 모습으로 현재를 살아가고만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이건 아마도 이야기의 흡인력이 그만큼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전미도서관 협회에서 뽑은 2017년의 주목할 책이자 BBC 2016년 최고의 책10에 뽑힌 책이기도 하다.
다른 일들, 많은 생각들 모두 다 제쳐놓고 지금껏 마주하지 못한 또 하나의 시간으로 떠나고 싶다면 언제나 그랬듯 나는 소설 읽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이번 여름에는 지극히 소설다운 소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