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개의 명시(詩)와 함께 여름 밤 나기, [난 그대를 만날 때보다 그대를 생각할 때가 더욱 행복합니다]
활자 중독증에 걸릴 것만 같다. 도처에 읽을 것 천지인 현대인들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여기에 또 짧은 읽기를 권해본다.
감성적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드라마 속 주인공의 물기 어린 눈빛보다도, 이어폰 속의 애절한 누군가의 목소리보다도 여백으로 가득 찬 흰 페이지 속 몇 글자의 글이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주기도 한다. 왠지 모르게 헛헛한 여름 밤, 특별한 시집을 벗 삼아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시를 사랑하는 작가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에게 사랑받아온 시들만을 엄선해 시 소개와 함께 짤막한 좋은 글을 덧붙였다. 반가운 기획이다. 출판사 오렌지연필에서 나온 [난 그대를 만날 때보다 그대를 생각할 때가 더욱 행복합니다]를 소개한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윤동주의 서시부터 알려지지 않았던 여럿 주옥같은 시까지, 총 48개의 아름다운 시가 차곡히 수록되어 있다. 시를 다 읽고 나면 바로 이어지는 작가의 코멘트가 독자의 감상을 더 풍성하게 해준다.
책 속에 실린 헤르만 헤세의 시 속 한 구절처럼, 우리 인생에서 ‘마지막 한 걸음은 자기 혼자서 가야만’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말과 좋은 글은 그런 우리의 길에서 고독을 한웅큼씩 덜어준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을에 읽기에도 좋겠지만 지금의 계절도 괜찮다. 평소 시를 읽고 싶었지만 어떤 시를 읽어야 할지 고민이었던 사람, 유명하고 좋은 시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했던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