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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인은 보았다 - 개정증보판
요시다 타이치.김석중 지음 / 황금부엉이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들이 목격한 삶의 마지막, [유품정리인은 보았다]
태어난 이상 사람은 누구나 매 순간 마지막을 향해 간다. 그리고 우리가 맞이하는 삶의 끝은 시작과 달리 감사하게도 예비할 시간이 주어진다. 많은 사람이 현재에 충실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병에 걸리거나 어떠한 계기가 없으면 삶의 끝맺음을, 안 그래도 바쁜 일상에서 생각하기란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고독사’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유품정리인’이라는 직업이 있다. 바로 삶의 마지막과 진하게 닿아있는 말들이다. 어쩌면 현재보다는 마지막에 가까운 단어들이기에 다수가 삶의 정 가운데에 놓여 있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할지 모른다.
출판사 황금 부엉이에서 출간된 [유품정리인은 보았다]는 바로 이 두 단어들, ‘고독사’와 ‘유품정리인’이란 씨실과 날실로 큰 얼개를 엮어간다. 이 책은 일본 최초의 유품정리 전문회사 키퍼스(Keepers)를 설립한 일본인 저자와, 우연히 키퍼스를 다룬 NHK 다큐멘터리를 보고 한국의 유품정리 전문회사, 키퍼스 코리아를 설립한 한국인 저자가 공동으로 집필한 책이다. 책은 두 공동 저자가 겪은 한국과 일본의 사례들을 각각 짧은 일화들로 구성해 나열해 놓은 간단한 구성으로 되어 있지만,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다른 책들처럼 쉬이 책장을 넘길 수 없다. 하지만, 어둡고 무겁지만 꼭 알아두어야 하고,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주제이기에 책장을 넘기는 무거운 우리의 손길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
키퍼스의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한 ‘천국으로의 이사를 도와드립니다’는 본문에도 나와 있듯 일본인 저자가 유품정리를 하다가 어느 소년에게 우연히 들은 말이다.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치고 천국으로 옮겨 생이 지속된다는 식의 아이 발상이 뭉클하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든다. 정갈하게 세상에서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예비할 시간이 주어진다는 점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하고.
고독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굳이 일본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아도 한국 역시 사회적인 여러 이유들로 1인 가구 등과 같은 새로운 가족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인 케어가 적절히 뒷받침되지 않는 한 고독사는 아무래도 늘어날 가능성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인 저자는 또, 떨어져 있는 가족 또는 친구 등과 거리낌 없이 안부를 묻는 것에 대해 어려운 문제라고 고민의 뉘앙스를 비춘다. 생각해보면 자신의 삶을 타인과 분리시켜 나가고 그것을 더 마음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요즘 실태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의 자유와 사람들과의 관계, 그 무게를 올려놓을 저울은 앞으로도 사회와 구성원들이 고민하고 만들어가야 할 숙제인 셈이다.
아직 제도적인 측면이 미비되어 있는 현실은 우리의 더 많은 관심을 필요로 한다. 하다못해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나 일상생활에서 고독사 문제를 자연스레 입에 올리고, 그것이 반복되어 적극적으로 표면화된다면 무심한 현실도 움직일 수 있다.
완연히 고령화 시대에 들어선 만큼, 좀 더 많은 시선들이, 따뜻한 눈길이 삶의 끝을 내다보길 바라본다. 나와 함께 쉼 없이 달려준 친구 같던 삶. 그를 정중히 토닥여 마지막을 배웅할 의무가 적어도 우리에게는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