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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소실점
김희재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남성적 강한 필체로 작품을 작성하였다면 어땠을까?
작품의 문장은 지적할 것이 없다. 비문도 없고, 진행에 심각한 비약도 없다. 하지만 무언가 아쉽다. 설정이 다소 무리한 면이 있고, 불필요한 선정성이 있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당혹스러움이 느껴진다. 왜 작품을 이렇게 외설적으로 몰고 가는 것일까? 서인하의 진술 첫 마디에서 SM을 언급한다. 사도마조히즘적(가학적 피학적) 사랑이라고 언급하지만, 왜 이런 설정이 필요한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그들의 사랑이라고 묘사된 내용이 SM이라고 느낄만한 부분이 있는가? 그렇지도 않다. 카 섹스를 즐기고, 섹스 중 엉덩이를 때린 것이 SM이란다. 차라리 SM 등은 언급하지를 말던지 아니면, 보다 적극적으로 SM 묘사를 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한다. ‘소실점’의 성적 묘사는 ‘원초적 본능’에 미치지도 못하면서, SM이라는 단어로 가학적/피학적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사랑으로 퉁치려 한다.
디테일이 아쉬운 모습들도 보인다. ‘중소형차’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소형, 준중형, 중형, 준대형, 대형 정도로 구분한다.
도대체 ‘한쪽 입꼬리를 말고 웃었다’ 이게 무슨 말일까? ㅎㅎㅎ 작가에게 한쪽 입꼬리를 말고 웃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뭐 후하게 이정도는 문학적 허용으로 넘어가보자.
여성 비하적 표현도 보인다.
[강주희는 종종 법이 늙은 여배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화려한 분장을 하고 화려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서면 모두를 장악하고 모두를 매료시킬 수 있지만, 그 껍데기를 벗고 나면 무기력하고, 그 무기력함이 때론 추해보이기까지 하는, 하나의 인격 안에 깃들어 있는 두 개의 영혼 같은 속성. 법의 권력과 법의 무기력. 양쪽 모두 진창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여배우의 ‘여’를 뺀다고 이야기 전개에 무리가 있을까? 혹은 여배우를 통째로 빼고 ‘늙은 이’라고 표현한다면 문제가 있을까? 괜한 여배우를 언급하여 여성 비하적 양상을 보인다.
디테일이 아쉬운 다른 부분을 살펴보자.
최선우의 시신이 발견되었을 때, 16도로 에어컨이 동작중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의문 하나. 에어컨이 16도 설정이 가능한가? 보통 18도까지 이지 않은가? 더불어 아래 문장을 살펴 보자.
[최선우 씨의 사망 시각이 23일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이고, 서인하씨는 그날 2시 반경 집을 나섰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래서 최선우 씨의 사고와 사망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맞습니까?]
저자의 주장대로 에어컨을 16도로 맞추었다고 치자, 시신은 빠른 속도로 식어갈 것이고 시간이 많이 지났다면 시신은 16도를 유지할 것이다. 냉장고에 들어간 고기처럼... 이 상황에서 사망시간을 정확히 추정 하는 것이 가능한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에어컨을 켠 시간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피해자와 가해자가 집에 있을때부터 계속 켜두었다면 더욱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미드 CSI에서도 이런 경우 사망시간 추정 및 특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굉장히 큰 오차범위 안에서 추정만 할 뿐이다.
또 아래의 경우를 보자.
[“남 검사, 나야! 우리가 찾은 그 파일 속 희생자들 자료. 응, 프린트된 거. 그거 포렌식 의뢰해줘. 같은 날, 같은 프린터로 인쇄된 건지.”]
세상의 어떤 기술로 같은 날 프린트 된 것인지 파악할 수 있는지 저자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같은 프린터를 특정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특정 위치의 오차 등을 통해서 프린터를 구분은 하더라도, 인쇄된 시기를 특정하는 것은 내가 아는 선에서는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