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레드 라인
제임스 존스 지음, 이나경 옮김, 홍희범 감수 / 민음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신 레드 라인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영화 한 편의 퍼뜩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그랬다. 그 제목을 보며 예전에 봤었던 영화 하나를 기억에서 끄집어 냈고,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에 대한 추억을 더듬어 보자면, 무척 길었었다. 3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

하지만 그 당시 이 영화의 명성을 알고 있었기에 꾹 참고 마지막 씬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봤었다. 그랬다. 무척 길었던 영화였다.

길고 긴 영화였다는 것을 제외하고 무척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캐스팅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대단한 캐스팅이 가능하단 말인가!’ 싶었었다.

조연과 단연 역할인데도 낯설지 않은 배우들이 등장하고 있었으니까.

숀 펜, 존 쿠삭, 닉 놀테, 조지 클루니, 존 트라볼타...!

지금 다시 어떤 영화를 찍는다 해도 저들은 한 곳에 모으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때도 쉽지 않았을텐데. 그 당시 영화를 보면서 무척 의아했던

저 캐스팅을 이번에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떻게 그들이 한 영화에 모일 수 있었는지, 읽어나간 페이지가 많아질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을 모을 수 있었던 건

원작의 힘이었으리라 확신하고 있다.

영화가 무척 길었던 이유는 원작 소설 역시 매우 두껍기 때문이었다.

처음 펼치기 전에는 놀라만큼 두꺼웠던 책이었는데, 읽어나감에 따라

등장인물 각자의 사연과 사정을 알아가면서 책의 두께에는 더 이상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게다가 소설 속에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수반되는 그 미묘한 변화들을

최대한 담기 위해서는 이 두께는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수긍하기에 이르게 되었다.

오히려 부족한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까지 설핏 들기도 했었다.

그런만큼 두께 때문에 이 책을 건너뛰고 영화를 한 편 봐야겠다고 마음 먹는 사람이

만약 있다면 말리고 싶다. 대체적으로 원작이 있는 영화는 원작을 뛰어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특히 신 레드 라인의 경우는 영화가 원작에

훨씬 못 미친다. 영화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영화도 물론 괜찮았다.

다만 원작은 영화보다 훨씬 더 괜찮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렇다면 영화를 보면서 세세한 변화들을

훨씬 섬세하게 감지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전쟁에 왜 반대해야 하는지 이 책을 읽으며 절감한다. 전쟁이 왜 나쁜지,

전쟁에 얼마나 쉽게 인간성이 매몰될 수 있는지...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게 된다.

작가 제임스 존스는 실제로 전쟁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 군인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무척 생생하게 느껴진다. 전쟁을 매체를 통해서 밖에 접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무서움과 섬뜩함이 손 끝에 닿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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