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 스케치 바이블
데이비드 폭슨 지음, 홍지석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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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화 스케치 바이블'은 참 좋은 책이다.

재료준비부터 용어까지 친절하게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어떤 필기도구를 써야하는지, 종이는 처음부터 비싼 걸 쓰지 말라느니, 지우개의 종류부터, 여러가지 미술도구를 선택하고 고르는 법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미술을 정식으로 배워보지 않으면 모를 수 밖에 없는 것들이 참 많은데, 이 책을 보면서 '이런 것도 있었네, 이런 방식으로 하는 거였구나'라는 말을 문득문득 하고 있었다. 깃털펜 만드는 법도 알려준다. 예전부터 깃털펜으로 편지나 일기 같은 걸 한 번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아무래도 셰익스피어에게서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이 책에서 깃털펜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으니, 괜찮은 깃털을 구하게 된다면 꼭 한번 만들어봐야 겠다.

그리고 몇가지의 미술도구 제작법을 더 알려주고 있는데다, 초보자들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몇가지를 따로 알려주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무리야라며 숨어버릴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게다가 처음부터 비싼 도구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지은이의 말은 뭔가 완벽하게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겠다는 굳건한 신념도 무뎌지게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구할 수 있는 도구를 손에 들고 그려나가는 것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솔직히 멋드러진 정물화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은 결코 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정물화 스케치 바이블'을 읽으면서 나도 정물화를 그릴 수 있겠구나라는 마음은 생긴다.

이 책에서 가르쳐주는 방법을 횡적으로 확장시켜서 꾸준히 연습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겠구나 싶었다.

물론 정말 잘 그리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노력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충분히 느꼈다.

단지 재능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 고민도 많이 해야 하고 열정과 애정도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당장의 목표는 그저 내가 그린 게 그것처럼 보였으면 한다는 것이다.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이 고양이를 강아지라고 부르지 않고, 갈매기를 상상 속의 미지의 생명체로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게 지금 당장의 최소한의 바람이다.  

물론 정물이나 풍경을 잘 그리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은 하고 있고, 그리고 언젠가는 꼭 그랬으면 하고 있기는 하다.

인상깊게 읽은 책에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기초적인 데생은 필수라고 강조점을 찍어두었기에만 그런 것은 아니다.

사진으로는 옮길 수 없는 그 순간, 그 장소에서 내가 느낌 감성을 오롯히 기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무엇부터 해야할지 몰라서 항상 이 다음으로 미루면서 어느날 잊혀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참이었는데 이 책을 만나서 참 기뻤다.

그림을 그리는 게 굉장히 섬세하고 멋진 일이구나를 느꼈달까. 그래서 어느날 잊혀지기만을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우선 이 책을 기초 삼아서 기초적인 연습을 꾸준히 하고, 참고할 만한 다른 책도 여러권 읽어봐야 겠다.

그리고나서 내가 해야 할 것들과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려고 한다.

책에 있는 내용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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