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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숲 ㅣ 온그림책 6
유키코 노리다케 지음, 이경혜 옮김 / 봄볕 / 2022년 4월
평점 :
매우 큰 판형의 그림책은 품고 있는 메시지도 깊고 컸다.
매우 절제된 텍스트는 짧고 강하게 보는 이의 가슴에 꽂혔다.
두 형제는 각기 한 여인을 만나고
한 형제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최소한의 자연 훼손으로 살아간다.
그들은 숲속에서 나무와 동물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다른 형제는 다음을 생각하고 다른 이에게 자랑하기 위해
숲을 개발하여 넓은 터에 집을 짓고 도로를 건설한다.
그의 개발로 다른 집들이 들어서고 이는 도시의 건설로 이어진다.
데칼코마니 같던 두 형제의 시작, 서로 다른 선택,
점점 달라지는 숲의 모습과 점점 달라지는 형제의 삶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데
한쪽은 보존된 숲의 모습을, 한쪽은 도시가 건설되며 파괴된 모습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라고.
그리고 선택의 결과에 따른 책임은 우리들의 몫이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니 사뭇 진지하고 심각하게 들었다.
국어 교과서의 <동물 마을에 생긴 일>을 상기시키니
더욱 책 속에 빠져들었고 다른 때와 달리 질문도 그치지 않았다.
도시 건설로 숲이 사라진 마지막 장면에서는
비명을 지르며 자연 파괴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은 형제가 만난 여자가 같은 모습인 것에 궁금해했고
그 여자가 바로 자신들 독자인 거 같다고 말하며
우리에게 어느 쪽에 살고 싶은지 묻는 거 같다고 말했다.
2학년 아이들이지만 작가님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한 모습에
대견하고 기특하게 느껴졌다.
너희들은 어느 쪽에 살고 싶으냐 물었더니
상당수의 아이가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가 주는 이점을 누리며 살아가는 아이들,
앞으로의 삶이 숲과 어울려 살아가지 않더라도
숲을, 자연을, 지구를 보호하고 아껴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만도
우리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마다 지구를 위해 분리수거를 하겠다, 장바구니를 이용하겠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 전기를 아끼겠다는 다짐까지 덧붙인다.
나보다 훨씬 나은 제자들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사는 고장의 ‘월영대’가 떠올랐다.
‘월영대’는 신라 시대 최치원이 합포현 바다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2m 자연석에 ‘월영대’라 각석한 것이 기원이다.
지금은 후대가 정자를 지어 각석을 보호하고 있다.
월영대가 있던 곳 바로 앞은 바다라 했으나
지금은 일제 강점기부터 이어진 매립과 도시 개발로
주변은 밤에도 불빛이 찬란한 번화가가 되었다.
주변의 풍경과 너무 어울리지 않고 생뚱맞아
볼 때마다 안타까웠던 ‘월영대’,
형제의 숲과 너무도 닮은 모습이다.
*출판사 제공으로 책을 읽고 쓴 솔직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