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의 비밀 사계절 동시집 20
이안 지음, 심보영 그림 / 사계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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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과학자의 공통점은 관찰력일 것이다.

이안 시인의 다섯 번째 동시집 <기뻐의 비밀>에는

이안 시인이 주변의 작고, 여리고, 사소한 것들을

평소 얼마나 자세히 관찰하고 섬세히 살피며

깊이 느끼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관찰 대상에 대해 이안 시인이 느끼는

공감과 사랑, 배려, 안타까움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은 단어의 뜻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소리와 모양까지 가늠한 이안 시인 특유의 매력과 어우러져

빛나는 시어로 거듭나, 한 편으로 시가 되었다.

 

수록된 시들을 읽으며 감탄하고 감동하고

때론 이안 시인만의 유머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만

그중 가장 마음에 와닿은 시는 <응달 꽃 양달 꽃>이다.

 

이르고 늦고

그런 게 아니라

 

둘 다 애써

여기까지 왔다는 거

 

저마다의 상황에서 저마다의

저마다의 을 피우는 국화에서

우리 아이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책 속의 빨간 모자에 동글동글 귀여운 이안 시인,

우리 아이들이 만나

토닥토닥 위로받고, 가만가만 웃길 바란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쓴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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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번째 달의 마법 마음 올리고
한정영 지음, 이한재 그림 / 올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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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 출판사의 신간, <33번째 달의 마법>

한정영 작가의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과

이한재 작가의 콜라주 그림이 어우러진 동화이다.

 

주인공은 봄이’, 길에 사는 고양이다.

어린 시절 사람들의 돌팔매에 눈과 다리, 어미를 잃었다.

마녀에게 구조되어 살아난 후 마법의 고양이로 거듭난다.

매월 보름달이 뜰 때 헌 옷 수거함에서 옷을 입으면

사흘간 그 옷의 주인으로 살 수 있다.

 

마법의 고양이라 해도 여전히 춥고 배고픈

고단한 길 생활에 시달리는 봄이,

더는 춥고 배고프고, 도망 다니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

33번째 달이 뜨는 날, 봄이는 큰 결심을 합니다.

바로 영원히 인간으로 살아갈 결심.

 

봄이는 33번째 달이 뜨는 날,

마녀가 일러준 대로 헌 옷 수거함으로 갑니다.

이상하게 끌리는 옷을 입고 사람이 되어 집으로 찾아가니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옷의 주인, 태이를 만납니다.

태이는 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엄마를 부탁한다고 말합니다.

 

태이는 봄이와 봄이의 마법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봄이에게 이런 일을 다 알려준 마녀는 과연 누구였을까요?

사흘이 지나 봄이는 어떤 삶을 선택하게 될까요?

 

얼마 전 우리 학교에 들어온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모두 학교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사람의 냄새가 밴 새끼 고양이는

어미가 거두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던 아이들은

새끼 고양이가 이쁘다고 만졌고,

아이들의 손을 탄 새끼 고양이를 어미는 버렸다.

 

남겨진 새끼 고양이는 학생들 집으로 입양하였다가

두 번이나 파양이 되었고 더는 갈 곳이 없었다.

 

금요일, 교무실에서 울고 있는 딱한 고양이를 외면하지 못해,

고양이를 걱정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농장을 운영하는 친구 집에 위탁을 맡겼다.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 눈도 치료받은 아이는

폭풍먹방에 여기저기 뛰어다닌다고 한다.

 

오늘, 반 아이들에게 새끼 고양이의 소식을 전하며

사랑한다는 것은, 책임이 따르고,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간에 거리를 유지해야 함을

알려주었다.

 

이 책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태이가 바로 새끼 고양이 시절, 다친 봄이를 구한 것이다.

그런 인연으로 마법으로 묶인 태이와 봄이.

어린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태이의 따뜻한 마음을 본받기를,

사랑에 뒤따르는 책임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알기를 바란다.

 

여린 생명, 길에서 사는 여러 생명에 대해

우리 어린 독자들이 따뜻한 시선을 가지길 바라는

한정영 작가의 마음이 가득 담긴 책이었다.


*출판사 제공으로 책을 읽고 쓴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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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 - 뿌리 깊은 트라우마를 극복한 치유의 기록
캐서린 길디너 지음, 이은선 옮김 / 라이프앤페이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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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토론토에서 25년간 임상심리학자로 일하다,

50세에 작가로 전향한 캐서린 기디너 박사의 신간으로

25년간 잊을 수 없던 4명의 내담자와의 상담 기록을 정리한 책이다.

 

그들은 정신적인 관점, 심리적인 관점에서

정신적인 전쟁의 흉터가 남았지만 이겨낸 사람들로

중독이나, 심한 정신질환 없이 힘든 환경을 극복하여

저자가 영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피터는 아동학대 대물림의 희생자였다.

그의 어머니는 그를 유년기 시절 내내 다락에 가두어두었고

인간으로 살아갈 모든 것을 제때 교육하지 않았다.

다락방에 나와 유치원과 학교에 가게 되었으나

어머니의 학대는 지속되었고 친구들의 따돌림까지 받았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버팀목은 피아노였고,

성인이 된 그는 유명 밴드의 키보드 연주자로 활동 중이었으나

일상생활에 큰 문제를 겪는다.

 

대니는 북아메리카 원주민인 크리족이다.

캐나다 초대 총리는 캐나다 원주민을 미개인라 불렀고

1920년이 되자 연방정부는 문화적인 집단학살을 자행한다.

아이들을 강제로 부모에게서 분리하여 기숙학교라는 곳에

생활하게 했고 그곳에서 수많은 아이가 죽어갔다.

대니 또한 마찬가지였고 그때 받았던 학대, 부모와의 단절로

큰 트라우마를 겪게 되었다.

대니의 이야기로 캐나다 정부의 원주민에 대한 학대 역사를

알게 되어 더욱더 안타까웠다.

 

로라는 어머니의 죽음과 책임감 없는 아버지로 인해

방임과 유기, 학대를 경험했다.

아버지가 아이들만 두고 집을 나가버리자

5달 동안 도둑질을 하며 두 동생을 책임졌다.

이후 왜곡된 남성관으로 옳지 못한 관계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사회적으로 명망 있고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매들린,

그녀는 갑자기 찾아온 비행 공포증으로 상담을 의뢰했으나

그 속에는 아버지의 방임과 어머니의 학대와 방임이 원인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괴물이라고 불렀고,

소위 말하는 가스라이팅으로 그녀 스스로를 괴물로 생각하게 했다.

 

그들은 저자를 만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겹겹이 쌓아둔

방어기제들을 부수며 자신을 성찰해 나갔다.

그것은 몹시도 괴롭고 힘들었으며 때론 위협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용감하게 그들은 그 모든 과정을 이겨냈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책에 싣도록 허락했다.

 

나는 이들의 사연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

다행히 이들은 저자를 만나 트라우마를 극복했고

그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는지 몰랐다.

 

저자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다.

나 또한 그들에게 깊은 감명과 존경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저자에게도 깊은 감명과 존경을 가지게 되었는데

저자는 4, 5년이라는 긴 시간의 상담 기간 외에도

내담자에게 가장 올바른 상담을 위해

전공인 정신분석학 외에 게슈탈트 심리학, 칼 로런스 이론,

심지어 캐나다 원주민의 고유 정화법까지 연구했다.

그리고 상담 도중에 저지른 자신의 실수까지 솔직하게 인정했다.

물론 이후 더 깊은 공부와 스승과의 상담으로 극복했다.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겪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4명은 다행히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하지만 트라우마는 극복이 쉽지가 않다.

내가 일선에서 만나는 아이 중에 이런 트라우마를

겪는다면 어쩌나 생각만 해도 눈앞이 캄캄하다.

 

그런 아이들이 없도록, 혹여 있다면

제대로 된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책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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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옷장 -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고민
박진영.신하나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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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든 크든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인 우리 개개인이 가지고 있다.”

 

지구환경오염, 기후위기, 해양오염.

오프라인, 온라인 등에서 요즘 심심찮게 듣는 말이다.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동의 실천과 작은 실천을

도모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서

두려운 와중에도 반가운 상황이다.

 

텀블러를 사용하고, 샴푸 바를 사보고, 고체 치약을 쓰고,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드나들고, 분리수거에 노력하지만

나의 노력은 미미하기 짝이 없고

그나마도 커피 주문하며 텀블러를 잊거나,

불편해하는 가족을 위해선 일반 치약, 샴푸를 사는 등

일관되지 못한 노력에 회의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이라는 주제로

지구를 위해 내가 노력해야 할 새로운 분야를 소개하고

나의 작고 미미한 노력이 의미 있다고 다독여주었다.

 

마장동 정육점 거리를 다녀온 날, 고기를 끊게 된 신하나 작가.

동물성 패션 소재 사용에 윤리적인 고민이 깊던 박진영 작가.

 

두 사람은 패션 업계에서 함께 일하며 만났고,

동물과 사람, 환경을 착취하지 않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

동물과 사람, 환경을 착취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하며

독자에게도 의식 있는 패션, 지속 가능한 패션의 방법을 제시한다.

 

거대한 의류 쓰레기를 생산하는 패스트 패션,

동물권의 어긋나는 모피, 가죽 등의 문제점 외에도

라나 플라자사건 든 패스트 패션 생산과정의

노동환경과 인권문제, 환경오염의 문제도 알려주었다.

 

과잉 생산가 과잉 소비의 악순환은 인류의 소비 습관과 형태를 완전히 바꾸어 우리의 삶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패스트 패션의 옷은 판매된 후 1년 이내에 50%가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천연이라 일컬어지는 소재의 문제점도 심각했는데

목화 재배의 물 사용량뿐 아니라

동물 사육의 비윤리성뿐 아니라 환경오염도 심각했다.

 

대체재로 떠오르는 합성섬유도 환경오염 문제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생분해가 가능한 바이오 기반 섬유나 재활용 섬유로 만든 원단 등

더 환경친화적인 소재도 개발되는 단계이니 더욱 다행이다.

 

물건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맺는 대상

설레지 않으면 사지 마라힘이 되는 말과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브랜드 소개로

윤리적 소비, 합리적인 소비를 응원하는 책이었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예리한 지적보다는 작고 담담한 실천일 것이다.”

 

*출판사 제공으로 책을 읽고 쓴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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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그랬어
야엘 프랑켈 지음, 문주선 옮김 / 모래알(키다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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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준비물을 챙기는 엄마, 건성으로 대답하는 아이,
서로 다른 기질의 두 사람 행복할 수 있을까?

엇갈리는 두 사람의 마음을
엇갈리는 글과 그림으로 담은 그림책을 보는 동안
잊고 있던 한때가 생각났다.

처음으로 소풍 가는 아이보다
내가 더 들떠서 준비하던 소풍 준비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돌아온 아이의 손에는
있어야 할 것은 없고 없어야 할 것이 있어 우프기만했던,
그러나 이제 돌아보니 즐겁기만 한 추억이었다.

이 책에도 그런 엄마가 나온다.
엄마는 캠프 준비물을 꼼꼼히 챙기지만
아이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그나마도 엄마가 준비해준 목적과 달리
아이는 저 나름으로 사용한다.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알지? 친구들 많이 사귀고 와.”
그러나 둘은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물론 엄마가 경악할 아이의 친구가 누구인지는
책에서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우리 옛 속담에는
‘아이 겉 낳지, 속은 못 낳는다’라는 말이 있다.
겉모습은 닮을지라도 기질은 서로 얼마든지 다를 수 있음을 일컫는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때,
아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인정할 때,
아이는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상처받지 않고,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책 속 아이의 주도성이 특히 반가운 이유다.

가는 선과 제한된 색으로 이뤄진 그림책이
품고 있는 뜻은 가볍지 않음에
책장을 덮은 후에도 한동안 여운이 남았다.


*출판사 제공으로 책을 읽고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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