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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평점 :
1. 에피소드 起
- 상심한 수말처럼, 혹은 애인을 잃어버린 용처럼
용소 강가에 마을 하나.
영필은 소희의 환심을 사려 시도 때도 없이 노래를 바치고
이령은 여산이 좋아 속을 다 꺼내서 보여줘버린 해바라기가 됐다.
정묵은 새미가 기가 막히게 예뻐서 시속 오 킬로미터의 속도를 맞춰 따라 오는데
그렇게 시작되는 그렇고 그렇지 않은 재기발랄한 로맨스.
이게 사랑이 아니라고는 하지 마시라.
2. 에피소드 承
- 피콜로의 가장 높은 음이 연주되는 듯한 소리를
“너 식구가 뭔지 아나?”
식구란 거는 같이 밥을 벌어오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방귀 뀌고 똥 싸는데
전혀, 전혀 켕길 게 없는 사이를 말한다.
우연이 아니라 선택으로 한식구가 된 사람들은 족구로, 코 고는 소리로,
또는 에프알피나 들깻잎과 파슬리 세이지 등으로 가까이서 부대낀다.
그러려고 한 건 아니지만 결국 그렇게 되어버렸다면 운명이라고 해도 괜찮지 않나.
3. 에피소드 轉
- 거센 바람에 휘청이는 나뭇가지처럼
‘저 숭악하고 못생기고 개돼지만도 못한 불한당 또라이 쫄따구 빙신 쪼다 늑대 호랑말코들’
의 방문은 초대하지 않은 손님처럼 반갑지가 않고,
식구처럼 같이 밥은 못 먹어도 같이 똥은 나누자며 '개젖같은' 환영인사를 건넨다.
스님이 낮술에 취해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도록 만든 것은
버섯술에 들어있는 독이었을까 승리의 환희였을까.
“아닷, 아닷, 아닷!” “양귀비 뒷발차기!” “아싸싸!”
4. 에피소드 結‘
- 터질듯한 긴장으로
단 한명의 전사자도 발생하지 않은 평화로운 전쟁이 끝나고
짙고 끈끈한 어둠이 온답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내일도 모레도 강은 계속 이어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