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지음, 크리스 리델 그림, 김선희 옮김 / 김영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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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거울을 통과한 또 다른 모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꿈속의 추락이었다면,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그 반대편,

거울을 통과하는 이야기다.

김영사에서 출간된

크리스 리델 삽화판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루이스 캐럴의 기묘한 세계를

세밀하고 우아한 선으로 되살려낸다.

책의 첫 장면,

앨리스가 고양이 디나의 새끼들과 놀다

문득 거울 저편을 바라보는 장면은

리델 특유의 흑백 펜화로 표현되어 있다.

거울 속 세계는 현실과 닮았지만

모든 것이 반대로 움직이고,

시간조차 거꾸로 흘러가는 듯하다.

그 첫 장면부터 이미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무너진다.

♟️ 체스판 위의 여정

이번 이야기는

체스 게임의 규칙을 따라 전개된다.

앨리스는 “폰(Pawn)”으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퀸(Queen)”이 되는

여정을 걷는다.

리델은 이 설정을

시각적으로도 정교하게 구현했다.

페이지마다 체스판 문양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고,

붉은 여왕과 하얀 여왕의 대비가

선명하게 그려진다.

붉은 여왕은 완벽히 통제된

이성과 속도를 상징하고,

하얀 여왕은 순진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상징한다.

리델의 선은

두 여왕의 성격을 확실히 구분해,

읽는 내내 ‘이야기의 균형’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 이상한 나라보다 더 이상한 말장난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전작보다 훨씬 언어유희가 복잡하다.

시와 말장난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재버워키(Jabberwocky)” 같은 헛소리 시는

여전히 독자의 상상력을 시험한다.

김영사판 번역은

이 난해한 시와 언어의 농담을

최대한 원문에 가깝게 옮겨,

우리말로도 그 리듬과 어감이 살아 있다.

리델은 그 장면을 독특한 활자 배열과

그림의 균형으로 표현해,

읽는 것과 보는 것이

동시에 하나의 체험이 된다.

🐑 양과의 보트, 트위들 형제, 하얀 기사

이 책의 중반부는

몽환적인 삽화의 향연이다.

가게 주인 양과의 기묘한 대화,

트위들덤과 트위들디의 시적 말장난,

그리고 하얀 기사의 등장까지.

리델은 그 모든 장면을

섬세한 흑백 드로잉으로 엮는다.

특히 하얀 기사는

루이스 캐럴 자신을 투영한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리델의 그림 속에서는

나이든 신사이자 동시에

꿈꾸는 아이처럼 보인다.

그 따뜻하고 쓸쓸한 눈빛은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에서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 퀸이 된 앨리스, 그리고 깨어남

결국 앨리스는 체스판 끝에 도달해

퀸으로 승격된다.

모든 인물이 뒤엉켜 만찬을 벌이고,

그 세계는 점점 무너져간다.

리델은 이 혼돈의 순간을

정교한 선과 구도로 압축해,

혼란 속에서도 질서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후 앨리스가 깨어나

거울 앞에 앉는 장면은

리델 특유의 여백과

섬세한 명암으로 마무리된다.

거울 속 세계가 정말 ‘꿈’이었는지,

아니면 현실의 또 다른 얼굴이었는지는

끝내 알 수 없다.

그 모호함이야말로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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