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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의 시간 - 망가진 세상을 복원하는 느림과 영원에 관하여
사이 몽고메리 지음, 맷 패터슨 그림, 조은영 옮김 / 돌고래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이 몽고메리의
『거북의 시간(원제: Of Time and Turtles)』은
제목만큼이나 독특한 시선을 지닌 책이다.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동물 애호가인 저자는
다양한 동물들과의 교감을 통해
삶의 깊이를 탐구해왔는데,
이번엔 ‘거북이’라는
느리고 신비한 생명체에 주목한다.
이 책은 단순한 자연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부상당한 거북이를 돌보는 재활센터에서
봉사하며 만난, 이름도 가지각색인
개성 강한 거북이들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단단한 등껍질 뒤에 숨은,
겁 많고 예민하지만 의외로 영리한
그들의 성격은
자칫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느린 존재’에 대한 시선을 바꿔 놓는다.
몽고메리는
이 느린 생명체들과의 시간을 통해
‘치유’라는 키워드를 이야기한다.
누군가의 손길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상태의 거북이들이
인간의 돌봄으로 회복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오히려 인간이 치유받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지점이다.
거북이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이나
생태에 대한 정보를 넘어,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보살피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되묻는다.
책을 읽다 보면
"빠르다고 다 좋은 게 아니구나",
"천천히 가도 괜찮구나"
하는 깨달음이 잔잔하게 스며든다.

『거북의 시간』은 단순히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요즘,
느림의 가치와 돌봄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인사 같다.
그러나 시곗바늘이 째깍거리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면,
그들은 시간을 축적한다.
한 철 한 철,
그들은 미스터리와 지혜와
경이로움을 쌓아가고 있다.
귀뚤귀뚤 소리와 개굴거리는 소리는
거북의 시간을 지키고,
세상을 살아 있게 하는
서약을 새롭게 갱신하며,
우리에게 영원이라는
선물을 선사한다.
373P
세상이 너무 시끄러울 때,
이 책을 읽고
거북이처럼
한 템포 쉬어 가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