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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로부터 - 과거에서 기다리고 있는 미래
민이언 지음 / 다반 / 2021년 6월
평점 :
[과거에서 기다리고 있는 미래]
요즘 핸드폰으로 짧은 컨텐츠 보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호흡이 딸려서 소설 한 권을 독파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읽다 말다를 반복하게 되고
뭐라도 완독은 하고 싶어서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따라가다가 마음이 피곤해지고...
그러던 차에 휴식처럼 읽게된 책.

■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로부터
나도 사랑했던 것이 많은 때가 있었다.
언젠가 친구가 했던 말이
나이가 드니까 바로 어제 일은 가물가물한데
오래 전의 일이 갑자기 선명하게 기억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순간을
영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내용을 빌려
'마들렌'적 순간이라고 한다.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어느 쪽으로든 강렬해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는 순간들.
책의 내용을 따라다가 보면
지금 방에서 혼자 조용히 책을 읽고 있지만
사람들이 적당히 들어찬 적당히 시끄러운 카페에서
말이 잘 통하는 사람과 함께 마주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상대방이 먼저 말한다.
"나 고등학교 때 매점은..."
다 듣고 나서 나도 말한다.
"듣고 나니까 나도 생각난다, 나 고등학교 때 매점은..."
상대방이 또 말한다.
"나 대학 들어갈 때 재수했는데..."
나도 말한다.
"어? 나도 입학했다가 한 학기 만에 관두고 재수했는데..."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내가 대학교 때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나도 이야기를 받아친다.
"나도 좋아했던 사람 많았는데 결국 한 명도 못 사겨보고 크흡..."
책의 후반부에는 홍콩에 대한 이야기가 한 챕터라
비록 여행 두 번 다녀온 경험이 전부지만
'홍콩에 내 청춘의 일부가 있다'라고 주장하는 나는
또 신이 나서 열심히 맞장구를 쳐댔다.
민이언 작가의 이야기 흐름에 따라
나의 '마들렌'적 순간을 떠올려 가며 응수하다 보니
일요일 오전에 책 한 권을 금새 다 읽었다.
(그리고 여운에 젖어 넷플릭스로 첨밀밀을 틀고... 예...)
며칠동안은 나의 '마들렌'적 순간들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추억할 것이 많은, '마들렌'적 순간을 잊고 살았던
30세 이상의 분들에게 특히나 더 추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