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느끼한 산문집 - 밤과 개와 술과 키스를 씀
강이슬 지음 / 웨일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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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담담하고 다정한 글이라니



내가 산문집을 낸다고 상상해봤다.

나는 작가도 아니고 무엇도 아니며

평범한 소시민1의 역할일 뿐인데 내 일상을

누가 궁금해하고 재밌어하며 읽어줄까 라고 생각했었다.


좋은 책은 표지로 판단하지 말라고 했건만

키미앤일이의 청포도가 어우러진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안 느끼한' 산문집> 이라는 톡 쏘는 제목,

'밤과 개와 술과 키스를 씀' 이라는 소제목과

무엇보다 '제6회 카카오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이라는

위풍당당한 텍스트가 나를 사로잡았다.

(카카오 브런치북이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지만)

아무튼 대상이라니, 대상이라니...!


이동하는 지하철 안에서 처음 책을 펼쳤는데

'일기는 일기장에' 같은 류의 끄적임이면 어떡하지 

싶었던 내 모래알 같은 우려와는 달리 이것은 마치

'은전 한 닢' 류의 내공이 있는 수필이었다.


눈과 손에 속도가 붙어서 한 챕터, 한 챕터씩 

공감하고 때로는 웃고 때로는 슬퍼하며

술술 책을 읽어나갔다.


그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았던 챕터는

- 미워하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

라는 부분이었다.


하나님, 미워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제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미워한다는 못생기고 추한 과정에

쏟아붓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미워하는 마음은 

하강 코스에서 완전히 고장난 롤러코스터처럼 

확실한 파괴를 향해 감속 않고 돌진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미운 사람이 많고

그 중에서 특히 정은*은 죽어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기쁨이와 소망이도 생각나고

큰아버지의 황도 한 캔도 스쳐지난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작가님의 명문까지 보고 나니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작가님 맴 제 맴'을 외치며 쌍엄지를 치켜들게 되었다.


'시벌탱, 나는 이렇게 놀라울 정도로 정상이고 훌륭한데

세상이, 쟤가 좆 같아서 잘될 뻔한 일이 망해버렸구나.'



다 읽고 나니

나는 이 책을 꼭 안아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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