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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순간 정리를 시작했다
윤선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11월
평점 :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순간이
지루하게 길어질 때쯤
나는 또 한 권의 책을 읽었다.
내가 가입해 (조용히 은둔하고) 있는
네이버 [정리력] 카페의 매니저이신
'대한민국 1호 정리 컨설턴트'
윤선현님이 쓰신 책이었다.
마침 얼마 전 [정리력] 카페에서 진행하는
[정리력 페스티벌] 10기에 참가하겠노라
호기롭게 신청했다가 일주일 후 스르릉
환불받고 만 전력이 있었기에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지고픈 생각이었다.
나는 점심식사 후 남은 시간을 활용해
이틀에 걸쳐 이 책을 읽었는데
가볍고 산뜻한 내용과 편집에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 일상의 혁명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윤선현님은 10년 전
출판사 영업사원으로 일을 하며
늘 야근을 했음에도 마감에 쫓기는 탓에
정신과 체력이 모두 소모되어 간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해
시간관리부터 연구를 하기 시작했는데
시간을 잘 쓰는 방법이란 결국
1. 주변의 물건을 간소화하고
2. 불필요한 일을 줄여나가는 것
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 번 혁명을 일으키고 나니
놀랍도록 업무능률이 향상되어
더 이상 야근을 하지 않아도
마감을 지킬 수 있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 컨설팅 회사를
창업할 수 있었다.
책에는 이런 부분이 나온다.
안나 카레니나의 대사를 인용하여
/ 정리된 집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정리가 되지만,
정리가 안 된 집은
저마다의 이유로 정리가 안 된다. /
그런데 책에 소개된 정리가 안 된 저마다의 이유란
놀랍게도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 완벽하게 하려고 하나하나 꺼내다 보니
그렇게 꺼낸 짐들이 태산이 되었어요.
- 포장이사를 했는데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짐을 엉망으로 던져놔서 그 후로 정리를 못 하겠어요.
- 이것저것 수납도구들을 많이도 샀는데
아무리 해도 정리가 안 되네요. 왜 이럴까요?
등등.
나 또한 2013년 봄부터
그릇된 이삿짐의 늪에 빠져
5년 여를 집정리 때문에 괴로워 했고
결국 집이 너무 좁다는 결론 도출 후
방 두 칸 -> 세 칸으로 이사하는 것으로
해피엔딩을 맞이할 줄 알았으나
2013년 이삿짐 직원들보다 더한 직원들이
2018년도 존재했던 것입니다... 예......
마구잡이로 짐이 쑤셔박혀져 있는 비닐들이
방마다 그득그득 쌓여있는 집에서 생활하기를 반 년,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왕 하는 거 완벽하게^^' 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 하고
비닐에서 꺼낸 물건 하나하나마다 물티슈질을 하고 있었으니
진도가 도통 나갈 리 없었다.
결국 친구의 방문을 앞두고서야
폭탄돌리기를 하듯
큰방 짐은 모조리 작은 방으로 옮겨서
큰 방을 깨끗하게 정리!
↓
작은방의 짐은 더 작은 방으로 옮겨서
작은방을 깨끗하게 정리!
의 과정을 거친 덕분에
큰방과 작은방은 아주 쾌적한 상태가 되었지만
더 작은 방, 일명 창고방으로 부르는 방에는
비닐짐 더미가 천장까지 쌓여있고
창고방의 정리는 올해 남은 태업이 되었다.
정리가 인생을 얼마나 황폐하게 하고
얼마나 윤택하게 하는지 나는 잘 안다.
퇴근 후 큰 방에 들어오면 안락하고
작은 방에 들를 때는 기분이 좋아진다.
큰 방과 작은 방은 매일 청소기를 돌리고
물티슈로 바닥을 닦는 일이 몹시 수월하다.
반면 창고방은 베란다로 가기 위해
잠깐 지날 때에도 기분이 가라앉고
물건들을 보면 한숨이 푹푹 나오는
스트레스의 근원인 것이다.
전에 어떤 티비 프로그램에서 어떤 연예인이
집에 오만가지 물건이 너무 많아서 버거운데
미련과 욕심이 남아 차마 버리지는 못 하겠고
도둑이 들어서 다 들고가버리면 좋겠다고,
그러면 차라리 후련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도 때로는 그런 심정을 느낄 때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창고방의 그 많은 짐들 중에
무언가가 꼭 필요해서 그것을 찾으러
들어간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지금 큰방과 작은방에 있는 물건만으로도
내 생활은 편리하게 잘 돌아가고 있는데
그렇다면 창고방에 쌓인 저 짐들의
존재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역사의 심판을 받는 것처럼
고통 받는 삶은 그만 두고
더 이상 인생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 당장' 정리를 시작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리 컨설턴트에게
-정리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정리를 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고 묻는다고 한다.
그럴 때 노련한 정리컨설턴트 들의 대답은
"버리세요!" 이다.
하지만 나처럼 도통 버리지를 못 해 빌빌대는 사람들에게는
버리세요 보다 쉬운
"당분간 사지 마세요!" 를 추천한다고 한다.
그리고 사지 않는 것과 더불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열심히 써보라고 한다고.
그래서 나도 아직은 너무 어려운 버리기보다
당분간 사지 않는 것과 + 가지고 있는 것을 열심히 쓰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이 책에는 여러 추천서가 나오는데
중고거래 에피소드가 너무 재미있어 보여서
오쿠다 히데오의 '오 해피데이'를 오늘 산 것은 제외 :-D
찜하기를 눌러둔 원통형의 버킷백도 아른거리지만
참아야 하느니라.
이 책은 내 두 배 물량의 맥시멀리스트인
우리 언니에게 선물로 줘야지.
■ 행복해질 시간,
더 이상 미루지 않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