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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낙 ㅣ 형사 카낙 시리즈 1
모 말로 지음, 이수진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9월
평점 :

저자 : 모 말로 / (주)퍼시픽 도도
대륙빙하가 녹고 있다, 그들이 계속 그곳에 있는 한
우리들의 후회는 너무 늦은 것일지도 모른다!
지구의 환경을 보존하고 세계 평화를 증진하는 활동을 벌이는 그린피스의 광고에는 북극곰이 등장한다.
‘지금 어미 북극곰의 생명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석유회사들은 북극의 자연에 무관심한 채 이윤만을 쫓아 이곳에 와 있습니다. 거대한 굴착기와 불안정한 송유관이 북극에 들어서면서 어미 북극곰과 그 새끼들은 쉴 곳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 광고의 배경이 되는 것은 북극. 대륙빙하가 끝없이 펼쳐진 이곳, 설원이 가관을 이루는 이곳, 이누이트의 투펙과 개썰매가 보이는 이곳, 아름다운 환경을 해치는 기계를 설치하고 오로지 이윤을 위해 석유를 추출하는 데 여념이 없는 석유회사 관계자들이 살고 있는 이곳, 독립이 먼저인지 아니면 그로 인한 이득이 먼저인지 아리송하게 만드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사랑하는 척 연기를 하고 있는 이곳에 세 구의 시신이 발견된다. 잘린 후두 윗부분, 파헤쳐진 복부, 닦인 혀, 동일한 분노가 만들어낸 핏빛 행위. 수사진은 북극곰의 공격 패턴과 매우 비슷하다고 주장하지만……. 피에 굶주린 북극곰의 소행인가? 덴마크 경찰(그린란드는 과거 덴마크의 식민지였고 여전히 속령으로 남아 있다)은 사건 해결을 위해 코펜하겐경찰청의 거물급 형사인 카낙 아드리엔슨를 파견한다. 반 이누이트 출신인 카낙은 이렇게 자신이 태어난 땅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또 한 구의 시체가 발견되고, 또다시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과연 카낙은 이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왜 죽어야 했을까?
낯선 작가의 책이지만, 작가만큼이나 낯선 그린란드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 내용이 너무 궁금했다.
한때 추리소설을 좀 읽었지만 요즘엔 쌀쌀한 날씨때문인지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을 주로 읽었는데, 간만에 추리소설이 읽고 싶었다.
추리소설의 특징은 범인을 알고나면 이미 게임 끝이라는거.. 중간에 어떤 미사여구를 넣었어도 범인이 추측되는 순간부터 이미 그 소설은 흥미를 다한게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카낙이라는 작품은 꽤 흥미로운 책인거 같다.
벽돌만큼 두꺼운 두께를 자랑하면서도 범인을 추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초반 여느 추리소설 처럼 범인이 될 법한 인물을 밑밥깔듯이 깔아 놓고, 그 중에 한명으로 좁혀갈때쯤!!
벽돌책의 중반을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왠걸 갑자기 주인공 형사 카낙의 과거 사건해결에 난항을 겪었던 사건들이 오버랩되고 또다른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금까지 추측했던 범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단순한 치정관계나, 이해관계가 얽힌 추리소설이 아니라 북극곰이 살고, 북극곰을 숭배하며 사냥을하는 이누이트 족의 전통이 살아 있는 먼 나라 그린란드를 배경으로, 전통과 개발이라는 사회문제도 얽혀있어 더 풍부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머리이면서 모자쓰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입양한 쌍둥이 딸의 아빠인 형사 카낙이라는 인물에 마구 마구 관심이 가고, 애정이 솟게 하는 책이었다.
간만에 너무 재미있게 추리소설을 읽었다. 이야기에 빠져들어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책장을 덮기가 힘든 감정을 정말 오랜만에 느낄 수 있어 독서의 즐거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