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유령이 되었어!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53
노부미 글.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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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책 제목에서 암시하고 있듯이, 이 책은 '엄마의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다섯 살 건이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힘든 상황인데, 작가는 아마도 그런 아이들의 심정을 어루만져 주고 싶었나 보다.
표지에서부터 밝고 따뜻한 느낌의 그림이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살짝 걸맞지 않을 정도로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파란색을 사용하여 '슬픔'이라는 정서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가 바로 첫 속지를 보자마자 엄마가 어떻게 유령이 되었는지에 대한 경위를 알게 된다.
'엄마가 자동차에 부딪쳐서 유령이 되었습니다.' 라는 구절로 이 책의 전체적인 슬픔을 통감하게 한다.
그러나 이내 반전 멘트를 달아, 슬프고 암울할지도 모를 이야기를 유쾌하게 전개할 것이라는 작가의 의도를 잘 드러내고 있다.
"나, 죽은 거야? 어휴! 죽을 때까지 이렇게 덤벙댄다니까!"라며, 엄마의 살아있을 때 성품이 다소 꼼꼼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장면은 엄마가 건이를 걱정하며 집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펼쳐진다.
아빠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번엔 할머니가 건이와 함께 살아가리라는 예고편이 등장한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대체 아빠는 어디 가신 것일까? 출근? 아니면 엄마와 동반 사망? 그렇다면, 아마도 제목이 '엄마, 아빠는 유령이 되었어!'였겠지? 그것도 아니면, 이혼? 계속 속물적인 생각들이 떠올랐다.
할머니에게 엄마가 하늘나라에 가서 다시는 안 온다는 말에 건이는 슬퍼하며, 엄마와의 추억을 더듬으며 자신이 엄마에게 잘못했었던 일에 대해 반성도 해본다.

내내 슬퍼하는 건이에게 자신의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었던 엄마는 자정이 지나서야 건이의 눈에 보이게 된다. 건이는 자신의 몸도 통과할 수 있고, 투명하며, 마음껏 날 수도 있는 엄마의 모습에 한동안 신기해 하다가 이내 자신의 잘못을 털어놓으며 반성하고, 엄마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아마 엄청나게 슬픈 일을 겪고 나서일까? 우리 아들을 떠올려보면 다섯 살배기 유아에게선 기대하기 힘든 모습이다.
엄마는 건이에게 앞으로 '혼자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재차 강조하는데, 엄마의 슬픔까지 염려하여 눈물을 참고 있던 건이가 먼저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그 모습이 안쓰러운 엄마도 목놓아 울게 된다.
그러다 곤히 주무시는 할머니의 잠을 깰까 두 모자는 온통 유령 세상인 밖으로 잠시 산책을 나간다.

산책길에서 엄마는 다시 우리 생의 유한함을 건이에게 확인시켜준다.
"사람은 모두 언젠가 죽으니까. 죽지 않는 사람은 없어. 죽은 뒤에 '살아 있을 때 왜 그랬지.' 하고 후회하는 사람이 유령이 되는 거야." 라고.
그러면서 엄마는 많은 일이 후회되지만,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건이를 낳은 일이 드물게 거둔 성공이라며, 건이가 무척 소중한 존재였음을 강조한다.
건이도 "덜렁대고 실수 많은 엄마가 좋아." 하고 화답한다.
그러자 엄마가 또 건이와 우리 모든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할 대사를 남긴다.
"기차를 좋아하는 건이가 좋아.
친구한테 친절한 건이가 좋아.
블록을 잘 만드는 건이가 좋아.
어리광을 피우는 건이가 좋아.
셀 수도 없을 만큼 건이가 좋아서, 엄마는 가슴이 벅차.

건아, 고마워.
건이의 엄마라서, 엄마는 행복했어."

정말 이 부분을 읽으며 눈물이 글썽이고, 자꾸 코를 훌쩍이게 됐다.
그런데 이어지는 장면들을 보며, 건이가 엄마 유령을 만난 일이 꿈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깨어 보니, 어느새 이불 위에 있었다'니......
그래도 건이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엄마에게 들리도록 큰 소리로 다짐하듯 말했다.
"나, 힘낼게. 혼자서 해 볼게." 라고.
그리고, 엄마가 하지 말라고 일렀지만 건이는 엄마를 떠올리며, 또 엄마 팬티를 입고 잠이 든다.
'엄마 팬티를 입고 잠들때만이라도 건이 앞에 매일 나타나 주면 안될까?'라고 기대해 본다.
'어른이 되어서도 건이가 힘들때마다 엄마 유령이 나타나 주면 힘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는 작가는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지, 친절하게도 마지막 속지와 속표지에 이르는 페이지에 '엄마와 자녀가 함께 편지 써보기'를 제안하며, 마음 나누기를 하라고 강조하는 듯하다.

그림책 한 권이 전해주는 여운이 이리도 오래갈 수 있을까? 이 책을 처음 읽고 나서 당장 그날 잠자리에 아들에게 읽어 주었다. 그런데, 감수성이 예민한 아홉 살 우리 아이...제목을 보자마자 "엄마가 죽었나 보네" 하며 눈물을 글썽이더니, 엄마와 건이가 산책 나가서 나누는 진심어린 따뜻한 말들을 듣자마자, "으앙~"하며 펑펑 울기 시작하는 것이다. ㅜ.ㅜ "엄마도 죽으면 유령이 되는 거야? 나도 죽으면 유령 되고?"라며, 마지막 부분을 다 읽고 책장을 덮고 나서까지 계속 훌쩍이는 아들을 보니, 그간 많이 마음이 외로웠나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외동인 아들이 부쩍 더 외로움을 타는 것 같다.
이후로도 이 책이 눈에만 띄어도 눈물을 글썽이는 아이...많이 안아주고, 따뜻하게 품어 줘야 겠다.
그간 자꾸 다그치기만 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반성을 많이 하게 됐다. 아들에게 종종 작가님이 권하신 방법대로 '사랑의 편지'를 아들에게 써서 건네봐야겠다. 아이의 반응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아이의 눈과 마음으로 써 내려갔을 이 아름다운 그림책 한 권을 세상에 선물해주신 '노부미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랑이 시들해진 이 땅의 모든 부모들에게, 이 책을 꼭 자녀들과 함께 무릎에 앉혀서 진심을 담아 읽어줘 보시기를 강력하게 권합니다. 분명 말썽만 부리던 자녀분들도 그 날 하루쯤은 분명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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