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78
나카가와 히로타카 지음, 미로코 마치코 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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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거짓말에 대한 철학적 정의

2016.05.14. 02:40 ・ 이웃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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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 이미 전제하고 있는 '철학그림책'이라는 <거짓말>

사실 다소 유아적인 그림에 당황스럽기까지 한 책이기도 했다. 아마도 예술영역엔 문외한인 나의 저속한 폄하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앞 표지의 그림에서 이미 우산 위의 빗줄기는 사실 실제로 내리는 빗물이 아니고,뒷 표지의 그림에서 고양이가 밟고 있는 소방호스에서 뿜어나오는 물줄기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첫 장부터 시작되는 거짓말의 사례들과 유형들...

엄마의 거짓말은 허세와 허영심에서 기인한다.
젊음을 동경하여 나이를 속이고, 부를 과시하기 위해 가짜 진주 목걸이를 차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 '나'는 위기 모면의 수단으로 거짓말을 택한다.
엄마가 새로 사 준 우산을 분실하고도 누군가가 훔쳐 갔다고 함으로써, 덜렁거리는 자신의 성정을 감추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소변 실수를 해놓고 물을 쏟았다고 함으로써, 잠자기 전 화장실에 다녀와야 한다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습관조차 지키지 못하는 불성실한 아이로 비쳐지기 싫어서 단순 실수로 위장하려는 의도였다고 생각하면 너무 억지스러운 걸까?

'나'의 친구 찬이는 자기 아빠를 대통령이라고 했는데...사실 책을 읽을수록 여러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정말 대통령인데 인정하고 싶지 않은 주인공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찬'이라는 친구가 허황된 과시욕에 사로잡혀 자신의 아버지를 대통령이라고 말했을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직도 어느 것이 진실인지 단정지을 수 없다.

수사자와 암사자...도대체 모르겠다.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심경일까? 아니면 정말 수사자와 암사자가 너무 닮아서 그렇게 수사자가 원래 암사자인데 갈기만 뒤집어썼다고 생각하는 걸까? 주인공의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뒷장에서 이어지는 '배 아프다'는 꾀병 부리기 사례는 대부분의 인간이라면 학창시절중 한번쯤 해보았을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그런 뻔한 거짓말 중 하나이다. 아마도 관심을 받고 싶어 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강요받을 때와 같은 경우에 하게 되는 거짓말이 아닐까?

다음 장에서는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하는 거짓말 또는 속이기 위한 장치들의 유형을 제시한다.
드라마의 극적 요소를 위해 소방호스로 물을 뿌려대는 세트 장치, 실제로 죽지 않지만 죽은 척하는 드라마나 영화 속 등장 배우들, 또한 많은 식당에서 유행처럼 따르고 있는 모형 음식 전시들...

이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 속 거짓말들의 사례를 열거하고 있다. '양치기 소년' 이야기, '백설공주' 이야기, '일곱 마리 아기 양' 이야기와 같은...소개된 이야기들은 모두 정말 잔인하고 끔찍한 결과를 부르는 위험한 거짓말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남겼던 것들이다.

그러나 점점 생각의 늪으로 빠져드는 주인공.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도 때로는 다른 사람의 기쁨을 위해서라면 해도 된다는 거짓말의 허용 범위까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림 속 화가는 눈꼬리가 처지고, 들창코에, 입술도 크고 도톰하며, 안면 홍조도 있어 보이는 여성의 얼굴을 감히 눈꼬리는 살짝 올라가고, 코는 오똑, 입술도 작고 동그랗게, 건강미를 상징하는 분홍빛 볼을 지닌 여성상인양 성형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여자가 과연 그림을 받은 후 만족스럽고, 행복해 했을지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엄마의 요리가 별로 맛이 없었지만, 엄마의 정성을 생각해서 "엄청 맛있어!"라고 말하는 진정 '하얀 거짓말'. 아마 이러한 거짓말은 인생에서 꼭 필요한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릴때 꼭 한 번은 하게 되는 물음들...신의 실존여부, 또한 도깨비나 귀신과 같은 것들의 존재 여부, 장난감 놀이시 악당캐릭터의 존재 여부, 어린 시절 가장 먼저 깨달았을 산타클로스의 실존 여부 등과 같은 것들에 대한 의문이나 궁금증에 대한 생각들...

정말 작가는 독자인 우리들에게 거짓말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이 그림책의 주제문이기도 할 법한 물음, "믿으면 정말일까? 안 믿으면 거짓말일까?"라고 말이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주인공 '나'의 시선으로 되돌아온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짓말을 하며, 맨날 거짓말을 한다는 진실을 고백한다. 동생이 그릇을 깨뜨린 것을 알고도 엄마께 혼날 동생을 염려하여 "모른다" 라는 하얀 거짓말을 한 것도 거짓말이라면 말이다.

그리고는 다시 작가 자신의 말로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은 생각이 잘 안 날 때, 혼나고 싶지 않을 때, 미움받고 싶지 않을 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을 때, 진짜처럼 보이고 싶을 때, 무언가를 지키고 싶을 때 거짓말을 한다'고.
그리고 이어지는 화두..."사람이란 뭘까?"에 대한 철학적 과제를 던져주었다.

이 책은 음악(활동)가이며, 그림책 작가로 활동중인 '나카가와 히로타카'님의 작품이다. 일본 최초의 남자 보육사 자격증을 땄다고 알려졌으며, 5년 동안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도 일하셨단다. 그래서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게 된 걸까? 아마도 주인공 아이의 시선으로만 이야기를 이끌어가기가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현재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녀석도 종종 즐겨보는 EBS에서 방송된 프로그램 중 <꼬마철학자 휴고>에서도 늘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은 휴고에게 조언과 설명을 아끼지 않는 목소리 친구들이 있다. 아마도 작가님도
"거짓말"이라는 인류의 탄생과 시작되었을지도 모를 철학적 정의를 어떻게든 내리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어린 시절 무심코 한 거짓말이 어른이 될 때까지 계속 되면 결국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도 불러일으키고 싶었기에 책속에 직접 서술 방식을 택한 것일 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그려주신 '미로코마치코'님은 책 속 한 면에 당당히 등장하셨던데...붓을 들고 이젤 화폭에 초상화를 그리고 계신 화가님이 혹시 본인이 아니신지요...? 정말 아이의 시선인 것처럼 순수함이 느껴지는 그림들 잘 감상했습니다."

길벗어린이출판사가 야심차게 기획한 <철학그림책 시리즈>중 1번 도서인만큼, 내용과 구성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책 속에 철학적 고민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후속도서들도 진지한 철학적 질문을 던져주는 책들로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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