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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없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 삶을 지키는 나만의 방패 ㅣ 어른의 무기 시리즈 1
부아c 지음 / 블랙피쉬 / 2025년 8월
평점 :


'소속'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니, '일정한 단체나 기관에 딸림. 또는 그 딸린 곳'이라고 한다. 또한 '소속감'은 '자신이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라고 한다. 그러니 소속이 없다면 소속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을 터.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기질적으로 꼭 '소속'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은 아니다. 통일감, 일체감 같은 단어에도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어 잠깐씩이지만 직장 생활도 하려다 보니 새로운 사람들과 소소한 모임을 하기 시작했다. 결혼 후 더 열정적으로 독서와 글쓰기에 빠지다 보니 독서모임에도 하나둘 참여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만 2년 전부터 '커뮤니티'라는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나와 같은 이런 사람들을 위한 책, 『회사 없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이 책의 저자, 부아 c 님은 '누적 조회 수 800만 화제의 네이버 블로그 운영자'다. 5년 동안 거의 매일 블로그에 부와 삶에 관한 글을 써 오고 있다고. 대기업에 다니며 임원을 꿈꾸던 직장인이 어느 날 허리 디스크와 공황장애로 '건강을 잃고 나서야' "회사에서 버티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지난 7월, 『아빠와 딸, 조용히 서재로 숨다』(친절한 기훈씨, 미다스북스, 2025)의 저자 '친절한 기훈씨'의 북토크에 갔을 때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었다. 온몸을 불사르며 열심히 일하다 어느 날 출근길에 현관에서 쓰러져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 신세를 진 후에야 퇴사를 결심하게 된 사연이었다. 나만 힘들고 뭔가 정도(正道)를 벗어났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찾아보면 세상에는 나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사람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총 176쪽 분량의 포켓북 사이즈인 이 책은 한 손에 들어오며 큰 외투 주머니에는 쏙 들어가서 만원 버스나 전철에서도 언제든 가방 안에서 주섬주섬 꺼내지 않아도 손쉽게 꺼내 읽기에 좋다. 평소 독서력이 탄탄한 독자의 경우에는 2시간 이내에도 완독이 가능할 듯하다. 총 3장에서 '회사 생활의 고충과 퇴사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한 전략'에 대해 경험에서 우러난 진솔한 이야기로 몰입감을 높여줘 술술 읽힌다.
이 책은 어쩌면 짜임새 있는 2박 3일 워크숍 강의 자료로 쓸 수도 있는 한 편의 묵직한 PPT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제목도 직관적이고 '삶을 지키는 나만의 방패'라는 부제도 퇴사 이후의 막막함이 두려워 천근만근한 하루하루를 버티는 많은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더는 버티는 삶을 살지 마라" 또는 "무작정 퇴사하지 말고 퇴사 이후의 삶을 꼼꼼하게 계획하라"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라는 주제로, 현실이 너무 힘들다며 많은 사람들이 도망치는 곳 6가지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와닿았다.
1. 술을 자주 마신다
2. 주말에 잠만 잔다
3. 주식 투자(단타)를 한다
4. 이민을 꿈꾼다
5. 밤늦도록 영상을 본다
6. 회사를 그만둔다
본문 p, 93-96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와닿은 부분은 '2장, 회사는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라는 장의 두 번째 이야기, '대기업 직장인의 퇴장 시나리오'였다. 만 50세인 나의 배우자가 처한 현실과 매우 유사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이미 한 번의 대량 해고의 희생양이 됐던 터였다. 현재 직장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기업은 아니지만 중견기업 종사자다. 저자는 "일반 대기업 직장인들은 40대가 되면서 하나둘씩 회사에서 밀려납니다. 저도 그런 케이스고 제 주변에 동기, 선후배들도 마찬가지입니다."(p.74)라는 말로 포문을 열고는 '회사에서 밀려나는 5단계 과정'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1단계. 승진에서 누락되기 시작한다
2단계. 후배가 상사가 된다
3단계. 낮은 고과를 받기 시작한다
4단계. 업무와 근무지가 바뀐다
5단계. 구조조정이 시작된다
위 과정의 5단계 중, "대부분 3단계나 4단계에서 회사를 나오는데, 5단계까지 가는 사람도 있고, 보통 5단계가 되면 회사는 협박과 회유를 동시에 사용합니다."(p.78)라는 부연 설명을 통해 다시 한번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얼마 전 배우자가 겪은 일이고 아직까지 진행 중인 작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바로 회사로부터 '협박과 회유를 동시에' 당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었으니, 아프겠지만 신랑에게도 읽어보기를 권해야겠다. 어쩌면 화를 낼 수도 있다. 내가 맞벌이로서 가계에 보탬을 줄 수 있다면 지금과 달리 대안을 찾아볼 수도 있을 텐데, 나의 무능함 때문일 수도 있기에.
에밀 아자르의 장편소설 『자기 앞의 생』이라는 작품에서도 주인공 '모모(모하메드)'가 하밀 할아버지에게 말하지 않았던가. "고통을 서로 나눠 가질 수 있잖아요. 젠장, 다들 그러려고 결혼을 하는 거래요."라고. 그렇다. 막상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든 고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인생은 정답이 없다. 내 삶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회사 안에서든 밖에서든 나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이 냉혹한 자본주의의 현실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혹시 지금 회사 생활이 힘들어 퇴사를 결심한 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시라. 퇴사를 결정하기 전 최소한 퇴사 이후에 주어지는 '시간·장소·관계 선택의 자유'를 누릴 경제력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명심하자. "자유에도 준비가 필요하고, 책임이 필요한 법이니까요."(p.164)
본 서평은 '블랙피쉬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