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의 일 - 11년간의 모든 기록이 담긴 29CM 카피라이터 직업 에세이
오하림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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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TBWA KOREA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서 무신사 마케터를 거쳐 현재는 29CM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다는 11년차 카피라이터, 오하림이 쓴 에세이다.


총 151쪽 분량으로 한 손에 들어오는 포켓북 사이즈라 휴대하기 편하므로 다가올 겨울, 외투 주머니에 넣고 언제 어디서든 꺼내볼 수 있어서 좋다.

표지디자인은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책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두툼한 재생용지 재질에 앞표지에는 잉크의 흐트러짐을 파도가 밀려오는 물결 무늬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우연처럼 '흐름출판'의 '흐름'과 맞닿아 있는 듯하여 완전체 느낌이 든다.


총 3부로 나누어 카피라이터로서의 소명의식을 풀어놓고 있다. 매 주제마다 간결하면서도 메시지를 담은 문장들이 인상적이다.


1부-카피라이터의 일

11가지 주제로 나누어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소개한다. 많은 부분이 시선을 끌었지만, 특히 '쓰는 것보다 지우는 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마음을 두드렸다. 또한 저자는 "같은 것을 같지 않게 이야기를 붙이고 눈에 그려지는 기술. 다소 과장될지는 몰라도 들으면 즐겁고 재미있는 표현을 써 내려가는 카피라이터를 다른 말로 이야기꾼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걸 다 외우고 다닐 수는 없기에 저는 '단어 창고'를 꾸려 놓습니다. 회사에서 일할 때에도 사용하고 편지나 책을 쓸 때도 하나둘 꺼내 쓰곤 합니다. 언젠가 눈에 보이는 글을 쓰고 싶다면 자신만의 표현 창고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거예요."(본문 p.31)라고 하여 글쓰는 사람은 자신만의 어휘 창고를 만들 만들 것을 조언한다.


2부-나를 만들었던 일

이번 편은 저자가 카피라이터로서 현장에서 작업하는 일상을 접하고 있다. 카피의 가치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특히 울림을 주었다. "카피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말을 발견하고 엮어서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죠. 그러니 단순한 '아름다운 표현'에 매몰되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또 한 번 해봅니다. 어떤 평범한 말도 자신의 자리를 찾는 순간 가장 아름답게 빛날 수 있습니다."(본문 p.84)라는 말에서, 적재적소에 알맞게 쓰인 말들이 글쓴이의 고유한 문체를 지니게 될 때, 읽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닐까.

3부-지금부터 해야할 일

1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며 두 번의 번아웃을 경험했다는 저자는, "오래 일하기 위해 필요한 건 쓰러지지 않는 마음이 아닌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마음입니다. 일은 언제나 우리를 쓰러지게 만들 테니까요. 도망쳐도 좋습니다. 쓰러진 김에 잠깐 누웠다 일어나는 건 더 좋습니다. 우리 부디, 스스로에게 덜 엄격해집시다."(본문 p.102)

두어 달 전 읽었던 가수 김창완 님이 쓴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나 최근 가왕이라 불리는 가수 조용필 님의 신곡 <그래도 돼>라는 제목처럼 성과주의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이 책의 저자 오하림의 카피라이터 선배이기도 한 유병욱 TBWA Executive CD의 추천사가 다른 추천사에 비해 눈에 띄었다. 평소 TV광고를 보면서 여운을 주는 카피를 만날 때 '저런 카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다 우연히 핸드폰 검색 중 카피라이팅 강의가 있어서 신청했는데, 그 영상 속 강의자가 바로 유병욱 카피라이터였다. 해당 강의에서 우리 집에도 있는 의자전문업체의 광고와 예를 다한다는 상조회사 카피를 소개했다. 그런 유병욱 CD를 이 책 추천사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반가웠다. 최근에는 초록우산의 카피가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꿈에도 가격이 있을까? 꿈에도 시기가 있을까? 꿈에도 자격이 있을까? 아니던데. 꿈에 대한 질문에 현실이 답이 되지 않도록 (펼쳐 봐, 너의 초능력) 초록우산 아이리더."

30초 분량의 TV광고인데, 마치 광고 속 영상의 젊은 시절의 내가 떠올라서, 볼 때마다 가슴이 훈훈해진다.

'쓰는 것보다 지우는 일'이 카피라는데, 글쓰기의 퇴고도 어쩌면 고민 없이 써내려간 글자들을 지우고 고쳐쓰는 작업의 반복일지 모른다. 글쓰기 수준을 끌어올리고 싶은 사람은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본 서평은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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