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 월스트리트 저널 부고 전문기자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
제임스 R. 해거티 지음, 정유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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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월스트리트 저널 》에서 40년 넘게 일해 온 제임스 R. 해거티 부고전문기자가 전 세계의 사망 기사를 찾아 읽고 누군가의 인생을 한 편의 '이야기'로 탄생시키며 전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담고 있다. 표지의 진녹색은 엄중하면서도 어둡지만은 않다. 가운데 꽃그림은 삶의 생동감으로, 관을 형상화한듯한 도형은 죽음으로 함께 표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띠지의 필요성 논란이 최근 환경 이슈와 맞물려 대두되었는데 띠지 대신 표지 하단에 간략하게 책에 대한 설명을 대신하였다. 또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각 분야, 특히 이 책과 관련 있는 종교계의 이해인 수녀님, 방송인 이금희님, 삶과 죽음을 직접 매일 마주하시는 법의학자이신 유성호 교수님과 응급의학과 남궁인 임상조교수님의 추천사도 인상적이다. 모두 출판사의 탁월한 기획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이 책의 쓸모에 대해 소개한다. "이 책을 읽는다면, 인쇄물과 온라인에 등장할 우리 삶의 요약본이 적어도 우리가 원하는 성적표에 가깝도록 모양새를 다듬을 수 있을 것이다. 목표를 좀 더 높게 잡아보자. 이 책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아직 살아 있는 동안의 자신을 위해(만약 당신이 아직 젊다면 더더욱!) 우리의 인생 이야기를 간결한 회고록이나 자서전처럼 길게 쓰는 방법도 알려준다. 이제껏 살아 온 삶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기억할 가치가 있는 일을 성취하기 위한 방향으로 자신이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점검할 수 있다."(p.12)라고.

총 네 부분으로 나누어 좀 더 진솔하면서도 인상적인 인생의 마지막 이야기를 쓰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Part 1- 기억되고 싶다면 이야기를 남겨라

아무 준비 없이 죽음을 맞기 전에 "쓸 수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쓰자"고 강조하며, 부고에 필수적으로 넣어야 할 세부 사항을 소개한다. 또한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잔뜩 있더라도 한 번에 다 말하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본문 p.121)며 간결한 글쓰기에 이어 자신의 부고 작성시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타인의 인생 이야기를 쓰려면 '그 당사자를 인터뷰하기', 또는 자신이나 타인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기가 버거울 땐 '에피소드별로 구술하기'를 조언한다.

Part 2- 누구나 책 한 권 만큼의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다

부고라고 해서 너무 엄숙하기만 할 필요는 없으니 우리의 실수와 유쾌한 순간도 기록으로 남겨두란다. 사라져버리지 않도록.

또한 저자는 열여덟 살에 대학 공부와 이후 진로를 위해 집을 떠날 때 어머니의 "일주일에 한 번씩 집으로 편지를 보내라"는 말에 따라 부모님께 거의 매주 편지를 썼던 일을 회상하기도 한다. 굳이 화려하거나 너무 전문적인 단어 대신 쉬운 단어를 사용하고 대체로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쓰라고 일러준다.

Part 3- 나는 이렇게 내 부고를 쓰고 있다

저자가 홍콩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뇌졸중과 신장암을 비롯해 여러 질병을 앓고 계셨던 아버지가 사망하셨단다. 당시에는 부고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않아 제대로 부고를 쓰지 못했다고 또한 2011년 12월, 56세의 나이에 흔히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LS으로 사망한 캐롤 누나는 이틀 전 저자에게 자신의 부고를 써달라고 부탁했으나 당시에는 부고 전문기자가 아니어서 누나의 진면모와 독특한 개성은 빠진 학위, 직업, 가족 관계를 지루하게 열거하는 식으로 끝났다고 고백한다.

Part 4- 좋은 부고, 나쁜 부고, 이상한 부고

이 부분에서는 여러 영향력 있는 사람들부터 평범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각자 그들이 작성한 부고 사례를 소개한다. 그중 서부극 소설로 유명해진 '쳇 커닝햄Chat Cunningham'의 초보 작가들을 위한 "의자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글을 쓰세요."(본문 p.323)라는 조언은 저자의 말처럼 나를 비롯한 인생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저자는 '나가는 글'에서도 재차 당장 "당신의 이야기를 해라!"라고 강조한다. 비록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고, 미완의 이야기일지라도 친구, 가족, 후손들에게는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며, 부고를 쓰며 되살린 추억과 삶에 대한 성찰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며.

2000년대 이후 한때 잘 사는 법을 의미하는 '웰빙(Well-Being)'이 시대적 화두이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에는 잘 죽는 법을 이야기하며 '웰 다잉(Well-Dying)'과 관련한 관심이 커지며, '미리 유서 써보기'와 같은 문화부터 고독사나 연명 치료와 같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사항은 관련 입법까지 마련되었다.

기자 출신답게 이 책 저자의 문체는 간결하고 명쾌하다. 글쓰기를 열심히 하면서도 늘여쓰는 습관을 고치기 힘든 나는 종종 '너무 길다',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지적을 받곤 하는데, 앞으로는 좀더 간결하면서도 나만의 개성을 담아낼 수 있는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여러분은 어떤 인생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가족, 친구, 그리고 후손들을 위해 가능한한 빠른 시일 내 부고 한 번 써 보세요.

본 서평은 인플루엔셜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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