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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낭만, 순례길 신혼여행을 꿈꾸다 - 56일간의 비아 프란치제나 순례길
김리나.권영범 지음 / 크루 / 2023년 5월
평점 :

이 책은 스무 살 때부터 거의 매일 일기를 쓰고 독신으로 살며 신을 위해 바쳐진 인생인 봉헌생활을 꿈꾸었던 김리나씨와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자유분방하고 도전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는 권영범(이삭)씨가 신혼여행으로 '비아 프란치제나' 순례길을 걸으며 겪었던 일들을 일기장에 적은 내용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이다.


최근 띠지 활용에 대한 출판계의 화두 때문인지 이번 도서도 트레이싱지로 책의 제목과 저자, 본문 내용 등을 실어 두어 책을 한층 고급스럽게 해주었다. 또한 순례길에서 만난 쭉쭉 뻗은 초록 나무들을 표지 사진으로 넣고 제목은 표지에는 흰색 활자로, 띠지에는 검은색 활자로 표기하여 조화로움에도 신경 쓴 것이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전체 343페이지의 분량에 비해 책 두께가 두꺼운 것은 아마도 환경을 생각하는 비코팅지 사용과 여행도서에 버금가는 실사 사진이 많아서 일 것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크루출판사의 뛰어난 기획력이 자연과 신께 귀의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이 책 저자 부부의 삶의 철학을 잘 담아내고 있다.





사실 나는 '순례'하면 주로 '산티아고' 순례길만 알고 있었다. 이번 책에서는 영국 캔터베리를 시작으로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를 거쳐 베드로의 무덤이 있는 바티칸까지, 약 2,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성지 순례길인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를 걸으며 신혼의 달콤 쌉쌀한 여행 이야기를 들려준다. 흔히 허니문이라 불리는 신혼여행지로 순례길이라니... 표지의 부제에 나와 있듯, 56일간 사랑하는 배우자와 24시간 내내 붙어있을 수 있다는 건 설레고 부러운 일이다. 그래도 20kg이 넘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책 속에 언급한 2~30킬로미터를 걸어서 이동하는 일은 한 때 국내 젊은이들에게 훈장처럼 회자되던 '국토대장정'도 경험하지 못한 내게는 상상하기도 힘든 여정이다. 그래서 더 특별한 이들의 이야기는 총 7장에 걸쳐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의 순례 여정을 따라 기록하고 있다.



남편 권영범씨는 책 속에서는 '이삭'이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리나씨와 이삭은 순례길에서 여느 신혼부부처럼 달콤함은 잠시, 24시간을 붙어 있는 날이 길어지니 결국 종종 싸우기도 하며 침묵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 하지 않았던가. 하물며 신혼부부의 싸움이야 말해 무엇하랴. 그런 순간들을 잊을 만큼 인정 많은 각국 유럽인들의 환대에 감동하고 한번은 길을 잘못 들어 죽을 뻔 하기도 하면서 리나씨는 남편 이삭씨가 새삼 든든하게 느껴졌단다. 각자 '봉헌'하는 삶을 꿈꾸며 수도자들이 주로 간다는 순례길을 떠났다가 만나게 된 두 사람, 리나씨와 이삭씨. 이삭씨의 첫 고백에 마음이 흔들리고 영혼의 단짝이라 느꼈던 이삭씨의 두번째 고백에 수녀님은 "이렇게 된 거 그냥 직접 만나 보라고. 보고 만질 수 없는 마음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또 막상 만나고 나면 그 마음이 사그라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단다. 그러나 리나씨는 "그날 내가 그를 만나러 나간 이유가 수녀님의 말을 믿어서인지 아니면 단지 그를 만날 좋은 핑계를 찾아서인지는 나만 알고 있었다."(본문 p.11)고 하여 이미 이삭씨가 리나씨 마음 속에 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리나씨는 스무 살 때부터 거의 매일 일기를 써왔고, 이번 '비아 프란치제나'의 여정도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기록했다. 순례길 여정을 통해 느낀 점이 많은 리나씨는 순례길 신혼여행을 추천한다. "순례길을 통해 얻은 것은 정말 많다. 낯선 천사들을 만나면서 세상이 아직 살 만하다는 것과 우리가 얼마나 도움이 필요한 존재인지를 배웠고, 앉아서 공부만 하던 내가 매일 25km를 넘게 걸으며 나중엔 알프스도 넘었다는 사실은 바닥나 버린 내 자존감을 높여줬다.
아직 '결혼;이라는 불완전한 길을 걷고 있지만 이제 내 안에 불안감은 없다. 이삭은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고, 우리는 서로의 어둠과 실패를 이해한다. 우리는 서로 모난 부분은 함께 깎아 가며 성장했고, 성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결혼이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말을 관용어처럼 사용한다. 그렇다면 그 새로운 시작을 제대로 준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는 순례길 신혼여행을 추천하고 싶다."라며.
마지막 장면은 결혼 6년차 부부가 된 리나와 이삭씨 부부가 순례길에서 얻은 첫째 아들 '비아'와 둘째 아들 '윤이'를 데리고 서울 둘레길을 걷기 시작한 지 3년차가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각각 첫째와 둘째를 배낭에 나눠 메고 있는 모습이다. 역시나 리나씨의 임신 소식에 완주하지 못한 미완의 순례길을 아이들과 함께 완주할 꿈을 꾸는 아직도 신혼같은 리나·이삭 부부.
리나와 이삭 부부처럼 조금은 특별한 신혼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순례길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과 부부의 의미를 느껴보시길…
본 서평은 크루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