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아이 꿈꾸는돌 36
이희영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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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8년 <페인트>로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이희영 작가의 신간 장편소설이다.

<페인트>에서도 기계적 사회시스템에서 '인간성 상실'과 그 안에서도 잃지 않은 휴머니즘의 회복을 청소년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청소년이 주인공이다.

요즘은 띠지도 정성을 들여 제작해 함부로 버릴 수 없게 하는 문화가 출판업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듯하다.

이번에도 이희영 작가님의 얼굴이 박힌 띠지를 심지어 내가 학창시절 좋아하던 일명 '기름종이'-정식 명칭은 '트레이싱지'-로 디자인했다. 그래서 절대 버릴 수 없다!

또한 트레이싱지 속지도 표지와 같은 디자인으로 앞,뒤 동일하게 구성했다. 게다가 작가님의 친필 사인까지 기재되어 더욱 뜻깊다.

표지의 푸른 색은 이 소설의 배경인 온통 바다로 둘러싸인 섬, 솔도에 사는 이수와 할머니, 나아가 인간 내면의 도무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深淵)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 소금 입자를 뿌려놓은 것처럼 실제의 바다색보다 훨씬 더 높은 채도의 파란색-소위 군청색 또는 코발트 블루에 가까운-을 사용하면서도 묽게 표현함으로써 신비롭고 쓸쓸해보이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차례를 보면 총 열 가지 주제로 표현했다. 간결하게 두 글자로 이루어진 명사 단어로 이루어진 각 주제는 간결하면서도 마음에 울림을 주는 힘이 있는 문장들로 이야기를 풀어내 작가의 필력이 대단함을 새삼 느꼈다.

솔도의 외딴 섬마을에서 우솔에 있는 고등학교까지 배로 통학하는 유일한 학생 이수와 전학생 세아에게는 다른 듯 닮은 상처가 있다. 불완전한 가족.

이수는 무책임한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이 집 저 집에 맡겨지다 끝내는 보육원 시설에까지 맡겨진다. 그러다 우솔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지금의 할머니와 살게 된다. 열두 살의 희미한 기억을 떠올릴때마다 공황장애에 시달리며, 솔도 초등학교 동창이자 현재 같은 반인 한기윤에게 무슨 약점을 잡혔는지..일명 따까리 취급을 받을 정도로 폭언과 폭행, 각종 심부름까지 참아내는데...

한편, 전학생 세아는 부유한 가정이지만 엄마, 아빠는 서로 각자의 연인과 외도하며 살림과 세아를 등한시하고 가사도우미 이모와 그 딸 지유에게 오히려 가족같은 애정을 느끼며 겨우 관계 회복에 눈을 떴는데 갑작스러운 가사도우미 이모가 세아네 집 일을 그만두게 되고 자신과 동갑인 지유는 갈빗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장에게 성폭행을 당하여 결국 자살을 한다. 이에 분노한 세아는 갈빗집 사장집에 찾아갔으나 이미 CCTV와 성폭행 동영상을 삭제된 후였다. 이에 세아만 가해자로 둔갑하여 소년법 적용 대상 처분 중 가장 중한 소년보호처분 10호를 받아 소년원에서 일 년 복역까지 하게 되고 결국 일 년을 꿇어 이수네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 것이다.

할머니에게는 망나니 아들이 하나 있었다. 결혼했으나 아이가 안 생겨 시댁에서 온갖 구박을 받다가 겨우 들어선 그 아이. 그러나 남편은 얼마 못 가 죽고 할머니는 남편 죽게 한 팔자가 센 여자로 낙인찍혀 시댁에서 탈출했고, 지금의 우솔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할머니의 맛깔난 요리와 회 뜨는 솜씨가 일품이라 장사가 잘 되었는데도 외동 아들은 늘 어머니의 주머니가 마를세라 돈을 끊임없이 요구하며 대부분 유흥비로 탕진하다 지금의 이수 엄마를 만나 혼인신고까지 하고 살림을 차려 한시름 놓는가 했는데 이번엔 치매가 왔다.

(...중략)

할머니의 치매로 다시 떠올리게 된 그날의 기억. 온통 붉은 세상이었던 것과 비릿한 반찬냄새들...정말 할머니가 그 벼린 칼로 아들 내외를 찔렀을까? 그러나 도무지 기억의 퍼즐을 맞출 수 없던 그때 할머니는 요양병원에 가기전 이수에게 진실을 들려준다. 그 무책임하고 제멋대로이며 방탕한 부부는 결국 당시 열두 살이던 이수가 찌른 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작가는 이 소설을 완성하고도 폴더에 넣어 두고 혼자만 읽으려 했었다고.

작가는 인간의 내면과 복잡한 삶의 모습들을

"넝쿨처럼 이리저리 얽히고설켜 사는 게 인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섬에서 사는지도 몰랐다. 누군가 배를 타거나, 헤엄쳐서 가보지 않으면 결코 그 속을 알 수 없는 섬들…….

본문 p.146

이라고 하여 섬에 비유한 것이 인상적이다. 또, 작가는

"인간에게 받은 상처가 가장 아프고, 인간에게서 받은 위로가 가장 따뜻하다. 누군가의 한마디가 칼날이 되는가 하면, 누군가의 손길은 생명이 된다. 소름 끼치는 악행을 저지르는 것도 인간이요, 숭고한 희생을 감당하는 존재도 인간이다."

p.228

이라고도 한다.

또한, 추천사에 "우리는 이것과 저것 사이, 넓은 스펙트럼 어딘가에 존재함에도 제도와 사회는 이따금 우리를 엉뚱한 이야기 속에 가둔다. '섬'이 된 아이와 '선인장'이 된 아이의 이야기는 이렇게 우리의 삶이 명료한 언어로 단순하게 설명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복잡다단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길로 소설만 한 것이 없음을 다시 깨달았다."라고 쓴 밝은책방 대표이자 변호사인 김소리님의 소회도 울림을 준다.

요즘 대한민국 사회에서 '진실'에 다가서려는 사람은 자신의 직위와 가족과 기타 가진 것 모두를 걸어야 한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인 이수, 세아는 아직 젊어서 할머니는 여생이 길지 않아서 서로를 위해 자신을 내어줄 수 있는 것일까.

정의롭기보다 부자가 되라고 세뇌시키는 사회, 모두가 '예'라고 할때 '아니요'라고 하면 적이 되는 사회가 되어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모쪼록 이희영 작가님의 이 소설이 요즘 귀하다는 '소금'처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을 정화시켜주는 이수(離水)-물에서 떠 올라간다는 뜻-가 되기를….

본 서평은 돌베개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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