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고아들 - 나는 동물 고아원에서 사랑을 보았습니다.
바이 신이 지음, 김지민 옮김 / 페리버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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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국제영화제 최고 다큐멘터리상과 아시아TV 어워드 대상을 수상한 <지구의 고아>,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촬영한 감동적인 4년의 기록을 담은 이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로 등록했단다.

역시 사실에 기반한 출판·저작물이 독자나 관객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진정성 획득'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 '바이 신이'는 캐나다 맥길대학교 미디어아트 학과를 졸업 후, TVBS뉴스 정치 센터/국제 센터의 베테랑 기자, CTI뉴스 국제 센터의 베테랑 기자로 활약했으며, 2016년 타이완에서는 처음으로 지구상에 있는 위험에 빠진 동물을 주제로 하는 자연 생태 다큐멘터리 <지구의 고아>를 제작했으며, 현재는 EBC방송의 프로그램 <지구의 고아> <타이완 1001가지>의 진행자 겸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단다.

표지 그림은 김아델님의 창작물로, 속표지와 총 5장으로 구성된 장의 시작부분에도 동일하게 꾸며졌다.

상처입은 동물들의 맨살의 느낌이 나는 분홍색 바탕에 안전하면서 초식 동물들의 먹이이기도 한 풀을 상징하는 초록색을 사용해 집과 대지를 표현하는 앞, 뒤표지의 연결된 디자인이 독자로 하여금 한결 편안함을 준다.

총 5장으로 구성된 본문은 각 장마다 주로 한 종류의 멸종 위기종을 다루고 있다.

'제1장-남아공, 코뿔소 고아원'편에서는, 지구상에 있는 코뿔소의 80퍼센트가 집중돼 있는 남아공의 크루거 국립공원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코뿔소 도살장으로 전락한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1킬로그램에 6천 5백 달러부터 시작하는 코뿔소 뿔 거래가격은 코뿔소 뿔 밀렵행위로 5년의 유기징역과 10만 랜드(한화 약150만원)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할 뿐인 형사 처벌에 비해 훨씬 수익이 크므로 아예 밀렵 그룹을 결성해 국제 범죄 조직으로 활동하는 현실.

취재 중에 만난 남아프리카공화국 어느 깊은 산속-책에는 산 속 위치가 속한 주의 지명이 언급되지만, 차마 밝힐 수 없다. 저자와 번역자의 '지구 생물 보전'의 취지를 이해하는 열혈 독자의 한 사람으로.-고아원에서 만난 '잭'이라는 새끼 코뿔소에 살짝 들이받힌 저자가 귀국 후 자신이 제작한 영상들을 보며 문득, '그 새끼 코뿔소가 자신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가 아닐까?'라는 확대 해석으로, 이 <지구의 고아>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다는 뜻밖의 계기를 밝히고 있다.

또한,

"만물은 본디 서로 의지하며 공생한다. 생물종 하나의 소실이 빚어내는 영향은 절대 일방적이지 않다. 생물종 하나가 멸종하면 나머지 생물종도 따라서 멸종하거나 피해를 본다.

본문 p.34

라는 깨달음도 함께 전하면서.

'제2장-코스타리카, 나무늘보 고아원'편에서는, 중앙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를 주무대로 사업을 하셨던 저자의 아버지가 사다 주신 코스타리카의 기념품인 왕부리새 코스타리카의 이름 모를 변두리 농장 속 나무늘보 고아원에서 나무늘보의 '움직이는' 영상 활영을 위해 몇 날 며칠 밤을 새며 코스타리카의 에어컨도 없는 40여 도가 넘는 열기를 그대로 느끼며 엘리베이터도 없는 숙소에서 농장을 오가는 강행군 속에 저자인 바이 신이를 비롯한 <지구의 고아>제작팀은 각각 3킬로그램씩 빠지고 말았다고.

이렇게 나무늘보가 느린 이유에 대해, "나무늘보는 특수한 나뭇잎 몇 가지만 먹는다. 하필 그 나뭇잎은 영양이 부족하고 칼로리도 너무 적은 데다가 소화하기도 힘들다. 한 번먹은 걸 완전히 소화하는 데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니 나무늘보는 자기의 활동량을 줄여서 체력을 보존할 수밖에 없다. 느리게 느리게. 이건 그들이 생존하는 방법이다. 나무늘보가 하루에 소모하는 칼로리는 고작 140칼로리인데, 이 이상을 소모하면 목숨이 위험하다."(본문 p. 50)고 일러준다.

그리고 코스타리카를 떠나기 전, 나무늘보 고아원 원장 레슬리가 준 왕부리새 인형 선물에 결국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고.

언젠가 잡담 중 저자가 아버지가 코스타리카에서 가져 온 왕부리새 인형을 선물한 얘기를 기억하고는, "이제 대만 집에 있는 왕부리새한테도 친구가 생기겠죠. 더는 외롭지 않을 거예요."(본문 p.76)라며 건네 주었기에.

'제3장-러시아 불곰 고아원'편에서는, 앞 장에서의 폭염과 달리 이번엔 혹한으로 자꾸만 얼어붙는 촬영장비에 온몸으로 끌어안고 녹여야만 하는 일도 많았단다. 모스크바에서 450킬로미터 떨어진 서북쪽 지방의 숲속마을에 있는 불곰 고아원에 와서 '파제트노프 가족'의 지극정성 불곰 사랑에 촬영 전 방문 수칙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폭신폭신한, 꼬물거리는 테디 베어"(본문 p.87)같은 새끼 불곰을 실제로 보니 정말 만지고 싶은 유혹을 참기가 힘들었다고.

그렇지만, "…하지만 새끼곰들이 애완동물도 아니고 장난감도 아니잖아요. 이 아이들은 산과 숲, 대지에 속해 있어요. 매일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나 자신에게도 당부해요. 네가 얘들을 얼마나 좋아하실지는 상관없어. 이 아이들은 네 테디 베어가 아니야."(본문 pp.89-90)라는 불곰 고아원 설립자 파제트노프 가족의 2대인 세르게이의 아내 카탸의 말을 듣고는 "사랑은 점유하는 게 아니라 자유로이 놓아주는 것이다. 야생동물에게도 그렇고, 사람에게도 역시 그러하다."(본문 p.90)고 깨닫게 되었다고.

이 러시아 가족의 환대를 받고 떠난 <지구의 고아>제작팀은 코로나 확산으로 아프리카에서까지 현지 방문 취재와 촬영이 힘들어져 돌아가려는 순간, 자신들의 취재 차량에 버티고 서서 눈물을 비오듯 흘린 기린을 보게 되었단다. 자세히 보니 기린의 목에는 끊어진 철사가 걸려 눈물이 날만큼 꽉 조이고 있었다고. 그런데 이런 기린을 밀렵하는 이유가 기린의 고기를 먹기 위해서라니... 인간의 무자비함과 엄청난 식욕은 끝이 없음을 실감케 했다.

'제4장-스리랑카 코끼리 고아원' 편에서는, "수용센터에서는 버림받고, 다치고, 노동 가치가 사라진 코끼리를 돌보고 치료하기 위해 코끼리 주인에게 비용을 지불해 이 곳에 코끼리를 위탁하게 한다."(본문 p.141)고.

스리랑카의 대표적 관광상품인 '페라헤라'-음력 7월에 부처가 깨달음을 얻고 가르침을 전파한 것을 기념하여 펼쳐지는 축제-에서 주인공인 화려한 옷을 입은 코끼리가 '머하웃'-mahout, 코끼리를 타고 훈련하는 등 코끼리를 부리는 사람-을 태우고 행진하는 장면은 호려한 겉모습 뒤에서 채찍이나 매질을 당하여 고된 훈련을 감당해냈을 아시아코끼리의 역사와 숙명의 눈물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게다가 머하웃이 세상을 떠나면 코끼리도 안락사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서글프고 화도 난다. 그 중 특이한 이력의 머하웃에 대한 이야기는 청소년 자녀를 양육하는 대한민국 학부모인 내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의학부를 졸업하고 병원에서 의료 스태프로 일하던 '니로샨'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친형제 같은 코끼리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와서 가업을 이어 머하웃이 되기로 했다고. 나라면 그런 결심한 아이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말도 안 된다면 펄쩍펄쩍 뛰지 않았을까? 그러나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많은 독자에게 회심의 일격을 가한다.

"세속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코끼리를 돌보는 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것처럼 보이리라. 하지만 니로샨의 진지한 눈빛으로부터 그의 마음속에 후회도 미련도 없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우리 같은 제삼자가 무슨 자격으로 그의 결단을 판단할 수 있을까?"(본문 p.148)라고.

물론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의대에 가기 위해 쏟아부었을 학습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많이 아깝긴 하다. 코끼리만을 돌보기엔. 혹시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수의학 공부를 다시 하여 좀 더 많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그 사랑 나눠주면 안될까 싶다.

"인도양에 외로이 매달린 스리랑카. 마르크 폴로는 이곳을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고 묘사했다. 선량한 마음 덕에 이 섬은 그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본문 p.164)라는 저자의 말처럼.

'제5장-대만 흑곰과 삵 고아원'편은, 저자의 본거지, 타이중현에 있는 저해발실험소는 사실상 '대만흑곰고아원'이라 소개하는 글로 시작한다. 2018년에 <지구의 고아-곰의 나라>시리즈 촬영을 위해 수 차례 방문했었다며.

발가락 하나 정도 잘리는 게 일상인 대만 흑곰들은 이곳 고유종연구보전센터에 수용되어 치료도 받고 훈련을 거쳐 표식을 붙여 자연으로 방사된다고. 그전까지만 해도 대만흑곰이라고 하면 사회와 대중이 가장 친숙하게 연상하는 건 마스코트가 대부분이었단다.

저자는 "우리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보도가 대만흑곰 무리가 계속 대를 이어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본문 p.173)며, "지구의 어떤 종도 이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지구의 고아>시리즈물 중 가장 많은 기관과 가장 많은 전문가와 인터유한테마 프로그램이라며, 북극곰, 대만흑곰보다 더 찍기 힘든 동물이 바로 삶이었단다. 삵은 아시아의 소형 고양잇과 동물 중 가장 드넓게 분포한 종으로,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는 삵을 '관심 대상 혹은 최소관심'등급 종으로 지정했단다. 그런 삵이 대만에서는 어쩌다 '위기' 등급 종으로 변했는지에 대한 탐구심으로 시작한 촬영은 산 넘고 고개를 건너 삵의 발자국을 찾으러 헐떡거리며 숨을 고르기게 정신없었다고.

이쯤해서 간혹 큰 동물에나 가야 만날까말까한 고양이과의 동물 삵을 집고양이와 구별할 수 있는 특징 두 가지가 있단다. "삵은 눈구멍 안쪽에서 이마까지 뻗은 흰 선이 두 줄 있고, 귀 뒤에도 흰 점무늬가 뚜렷이 박혀 있다."고 한다. 이 두 가지 특징만 기억해 두면 삵을 집고양이로, 집고양이를 삵으로 오인하진 않을 거라고.

이 책에 <지구인 고아>의 모든 촬영 동물을 다 싣진 않았지만, 저자 바이 신이님이 만난 보전 활동가는 강심장이어야 한단다. 왜냐하면 "보전 활동가는 마음과 정을 다 쏟고, 간도 쓸개도 빼주다시피 하며 어린 짐승을 아이처럼 돌본다. 하지만 매번 손을 놓아야 할 때가 오면 감정을 잘라내고 영혼을 떼어놓아야"(본문 p.202) 하기 때문이라고.

그러므로 "삶과 죽음, 스쳐 지나가는 인연, 만남과 헤어짐까지. 강심장이 아니면 보전은 할 수 없다."(본문 p.203)고 힘주어 말하며 글을 맺는다.

번역자 김지민님에 따르면 『지구의 고아들』의 원제는 '나는 동물 고아원에서 사랑을 보았습니다'란다. 또한, 책에서는 동물 고아원 여섯 군데를 중점적으로 다루었지만, 제작진이 실제로 촬영한 동물은 훨씬 많다고.

"<지구의 고아>에는 다른 자연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웅장한 자연 광경이나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야생의 모습이 담겨 있지는 않다. 그보다는 인간 때문에 상처받은 동물의 모습, 그리고 그 상처를 치유하려고 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담는 데 집중했다. 동물 고아원의 사람들은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도 않고, 인류가 우월하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인간을 지구하는 모자이크 작품을 구성하는 조각으로 여기고, 다른 조각과 잘 어우러지는 길을 모색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나 역시 그 모자이크 작품의 일부로서 그들과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작품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랬기에 일견 무모해 보이는 이 프로젝트가 대중의 반향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본문 p.209)라고 하여 <지구의 고아> 다큐프로그램을 제작한 '바이 신이'님이 멸종 위기 동물과 자연 보전의 개념의 작은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을 받은 김지민님은 "부디 독자의 마음에도 작은 씨앗이 뿌려지기를 바란다. 이 작은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날수록 우리의 지구는 지금보다 좀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다."(본문 pp.211-212)라고 마침표를 찍었다.

진정으로 기후 위기와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페리버튼출판사의 기업 이념과 지구의 아픔은 멸종 위기 동물을 구하고 그 동물들이 다시 자연으로 무사히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보육과 훈련까지 자신의 삶을 오롯이 바쳐 지켜내는 숭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지구의 고아들>은 감히 BBC나 내셔널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가 담아낼 수 없는 '인류애(人類愛,love for humanity)'를 느낄 수 있다.

사실 서평을 쓰는 이로서 이 『지구의 고아들』의 원작 프로그램인 <지구의 고아> 다큐멘터리 방송을 찾아보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예의이겠으나, 아무래도 저작권 문제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타이완 국가의 정치적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저작물의 영상을 한 편도 볼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이 책에 쓰인 바이 신이님의 주요 제작일지를 따라 대표적 멸종 위기 동물인 코뿔소, 나무늘보, 불곰, 코끼리, 흑곰과 삵을 보호하고 훈련하여 다시 그들의 삶의 터전인 자연으로 복귀시키는 거룩한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세계 곳곳의 숨은 동물고아원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더불어 다시 한번 지구를 위한 결심을 한다. 원래 지구의 주인은 인간만이 아니고, 수많은 동·식물과 함께 나눠 쓰고 있음을. 이 지구의 운명 공동체인 개체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구 환경 보전을 위한 '쓰레기 줄이기'와 같은 개인의 작은 실천 습관을 잊지 않아야겠다고.

본 서평은 페리버튼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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