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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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앞 표지

표지에 열린 문 안쪽에 아쿠아리움이 펼쳐져 있는, 이 책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출간 즉시 20만 부 판매 및 전 세계 28개국에 출간되었으며, 아마존 '올해의 소설'로 선정된 '셸비 반 펠트'의 장편소설이다. 우리나라에도 전국적으로 십여 개의 아쿠아리움이 있는데, 그중 최대 규모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란다. 650정 55,000마리의 해양생물이 살고 있다고.(출처:네이버 검색)

사실 아쿠아리움도 큰 범주에서는 동물원과 마찬가지로 해양생물을 관상용 대형 수조에 가두어놓고 종일 관람객들을 맞는 강제노동의 현장이 아닐까 한다.

이번에 받은 도서는 가제본 형태여서 저자나 역자에 대한 가제본 형태여서 저자나 역자에 대한 이력이나 소개글이 없어서 조금 막연하긴 하지만, 이 책의 작가인 '셸비 반 펠트'가 "한국 독자들에게"라는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글을 편지글 형태로 써두어 본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부터 훈훈한 느낌을 받는다.

"어느 날 저는 거대태평양문어가 수조를 탈출하는 인터넷 영상을 보고 문어 마셀러스를 떠올렸습니다.(…중략)완벽하지 않고 엉망진창인 인간들이 비슷한 문제로 얽히고설켜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쿠아리움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실제로든 비유적으로든 어딘가에 갇혀 있거나 무언가에 얽매여 있는 인물들을 등장시켰습니다."(본문 pp.7-8)라며, 즐겁게 이 책을 읽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소웰 베이'라는 미국 워싱턴주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마을에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바로 '소웰 베이 아쿠아리움'.

보잘것없어 보이는 이 곳에 실은 아주 신묘한 존재가 살고 있다. 인간에게 염증과 분노를 느끼는 괴팍한 문어, '마셀러스'다. 지능이 높고 위장에 능할 뿐 아니라 글도 읽을 줄 아는 그는, 5억 개의 뉴런이 퍼져 있는 여덟 개의 팔을 유연하게 흔들며 유리 수조 너머를 관찰하곤 한다. 아는 것이 많고 삶의 이치를 통달한 듯해 보이는 문어지만 그에게도 치명적이고 슬픈 약점이 있으니...그건 바로 살 날이 160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오래 된 아쿠아리움에는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 쓸고 닦으며 누구보다 성실하게 사는 70대 야간 청소부 할머니 토바가 일하고 있다. 어느 날 토비는 어찌 된 일인지 수조 밖에서 온몸이 전선에 뒤엉켜 꼼짝하지 못하는 못하는 발견하고 구조하게 되고, 둘은 친구가 된다.

토바는 아들 에릭을 그가 열여덟 살이 되던 해에 잃었다. 낚시를 하러 간 건지 바다로 작은 보트를 타고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하필 그날 저녁 에릭의 늦은 귀가에도 남편 윌과의 오랜만에 달콤한 사랑을 나누느라 미처 빨리 알아채지 못했다는 자책을 하며 평생을 우울하게 지내왔다. 윌마저 떠나 보냈기에.

토바의 아픈 사연을 알게 된 마셀러스는 이 특별한 친구를 위해 비밀을 밝혀내는데...

토바와 마셀러스의 에피소드 외에 자유로운 영혼인 어디엔가 소속되어 진득하게 하는 직업으로서의 일 대신 당장의 의식주를 해결할 만큼만 단기 아르바이트만 하며 삶을 꾸려가는 캐머런 캐스모어는 결국 연인 케이티의 집에서도 버림받고 쫓겨난다. 아빠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없었고 엄마는 캐머런이 아홉 살 때부터 약물중독으로 이모 진에게 맡기고 자신의 곁을 떠났다. 진 이모는 법원에서 캐머런의 단독 친권자로 지정받아 캐머런의 보호자를 자처한다.

그 진 이모가 건넨 엄마의 물품 상자에서 귀금속과 고교 시절 사진을 발견한 캐머런은 사진 속 엄마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엄마의 뺨에 입맞춤을 하려는 듯 고래가 옆으로 돌아가 있는 남자, 그리고 귀금속 중 반지 안쪽에 새겨진 'EELS'란 글자를 단서로 소웰 베이 고등학교로 검색된 스캔 사진 중 "다프네 캐스모어와 사이먼 브링스"란 사진 설명글을 발견한다. 자신의 나이를 역산하니 그 사진 속 엄마는 이미 자신을 임신한 상태였고, 그 팔을 두른 남자, 사이먼 브링스가 왠지 자신의 아버지라고 확신하고 그를 검색하니 상당한 재력가라는 소개글이 있었다. 마치 복권에 당첨된 기분으로 든든한 후원자라 생각한 캐머런은 아빠를 찾아 워싱턴의 소웰 베이 마을로 오게 된다.

어쩌다 보니 마트 사장 이선네 집에서 월세를 살며 이선의 소개로 토바가 아쿠아리움 청소 중 불량 사다리의 발판이 부러져 다리 골절상을 당해 6주 정도 병가를 쓰는 사이, 캐머런이 대체 직원으로 고용되어 일하던 중 자신의 소중한 일터 상태가 걱정되어 들렀던 토바와 대면한다. 하필 마셀러스가 탈출을 시도하여 사무실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닌 그 때, 영특한 마셀러스는 인간의 유전자 중 하나인, 국내 소설에서도 소재가 된 적이 있는 '걸음걸이'의 유사성은 피를 나눈 인간들은 걸음걸이가 정말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전에 있던 청소부와 새로 온 청년은 말이다. 걸음걸이가 똑같다. 두 사람 모두 보조개치고는 보기 드물게 아래쪽에, 왼쪽 뺨 아래쪽에 있으며 모양도 같은 하트다. 두 사람의 눈은 반점처럼 초록빛과 금빛이 섞여 있다.(…중략)얼마 전부터 청소 일을 맡게 된 젊은 남성은 발을 다친 여자 청소부의 직계 자손이다."(본문 pp.297-298)라고.

내가 받은 가제본의 도서는 대체로 마셀러스가 자신이 수족관에 감금된 지 "1,341일째"라는 일지의 기록을 남기며 끝이 난다.

"인간은 재미를 위해 진실을 거짓으로 말하는 유일한 종이다. 그들은 이를 농담이라고 부른다. 말장난이라고도 하고. 저의가 다른 말 말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그들은 웃거나 예의상 웃는 척 한다."(본문 p.315)라고 인간의 속성을 꼬집으며.

정식 출간본의 60%정도만 읽고 이 작품을 다 읽었다고 감히 말하기 힘들지만 출간본은 무려 550페이지 정도일테니-목차를 봤을 때-첨삭의 내용이 없다면, 애독자가 아닐 경우 선뜻 집어들기 힘든 분량일수도 있다. 다만, 독자층의

청소년부터는 읽어도 좋은 내용이니 미리 분량에 질려서 이 흥미로운 책을 제쳐두지 않길 바란다.

요즘 실제 바다 속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생태계의 교란이 심해 외래 어종이나 희귀 어종들이 출현하고, 해양쓰레기로 인해 점점 해양 생물들의 터전이 사라지는 서글픈 현실이다. 반면, 아쿠아리움은 실내에서 매일 청결한 환경에서

영양소까지 고려한 먹이도 정시에, 정량으로 제공되니 해양생물들에게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 마셀러스는 월드컵 경기때마다 우승팀을 맞출 정도의 문어보다 더 뛰어난 지적 능력의 문어로서, 자신이 수족관에 감금된 날수를 세며 관객들의 눈요깃감이 되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끼며 동시에 인간들을 향해 비판적 시선을 보낸다. 때로는 강도높게 비난도 하면서…. 그러나 자신을 구해 준 토바에 대해선 자신처럼 늙어가는 존재로서의 동병상련을 느끼듯 애틋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한편, 하나뿐인 자식 에릭을 열여덟 살인 채로 떠나보내고 그 뒤 남편 윌도 사망하니 홀홀단신으로 결국 요양원 입소까지 생각하고 집까지 처분하는 장면에서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면서도 언젠간 내 얘기가 되겠다 싶으니 괜시리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단순히 '동물과 인간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 라고만 평하기엔 뭔가 현자같은 마셀러스와 너무도 치열하게 사는 토바의 일생을 담은 두 종(種)의 각각의 자서전 같기도 한 소설이다. 마셀러스의 '토바와 캐머런의 친족관계'를 유추하는 과정은 마치, 이효석 작가의 《메밀꽃 필 무렵》이나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를 떠올리게 했고, 토바가 요양원 입소를 결정하는 장면에서는 왠지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UP》이 떠올랐다. 미처 아직 읽지 못했거나, 영화를 보지 못한 분들은 시간되시면 한 번 찾아 보시기를……

본 서평은 미디어창비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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