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여러 잔
커피 마시듯
물 마시듯
시 한 잔도 좋다

저 많은 별들은 다 누구의 힘겨움일까
​
보푸라기 이는 숨을 쉬고 있어
오늘은
교외에 나갔다가
한 송이만 남은 장미꽃을 보고 왔어
아무도 보지 않은 자국
선명했어
숨결에 그 꽃이 자꾸 걸리데
​
보푸라기가 자꾸만 일어
​
저 많은 별들은 다 누구의 가슴 뜀일까
아스라한 맥박들이 자꾸 목에 걸리데
​
어머니
얘야, 네 사랑이 힘에 겨웁구나
예 어머니. 자루가 너무 큰걸요
​
저 많은 별들은 다 누구의 힘겨움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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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는 것은
죽은 사람을 위한다기보다 남겨진 자의 
후회를 진정하기 위한 일이다. 
​
죽은 뒤 허겁지겁 주위에서 늘어놓는 
미사여구를 고인은 과연 듣고 있을까.
​
듣는지 마는지조차 영원히 확인하지 
못한 채 우리는 중얼중얼 내내 그리워한다. 
​
회한의 자리를 메우듯 죽은 이에게 
용서를 구하듯 그리워하는 것이 무언가를 낳는다면
​
남겨져서 후회나 상실로 마음이
으스러질 듯한 사람끼리 
부드럽게 이어주는 일 정도다.
​
​
이제 되도록 그리워하기를 멈추려 한다. 
간자부로 씨뿐만 아니다. 
죽은 이를 그리워하지 말고 
살아 있는 사람을 살아 있는 동안에 
그리워하고 싶다. 
살아 있는 동 세대 사람들이 살아서 
힘을 낼 수 있는 동안 그들에게 
가닿는 말로 성원을 보내는 것
그것이 올해부터의 내 포부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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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
두 그루
마음도 세어두고
옮겨 심을 수 있다면
숲이 되고
산이 될 수 있으려나.

봄이에요.
사월이고요. 
단 하루도 슬프게 지내지 않을 거예요.
나무를 실컷 보겠습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린 잎이 어린 잎으로 
보내는 때는 짧아요. 
금세 지나가죠.
가끔 사람도 
한 그루, 두 그루 세고 싶어요. 
내 쪽으로 옮겨 심고 싶은 사람을 발견한다면
흙처럼 붉은 마음을 준비하겠어요. 61.p
​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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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되길 원하면서
종속되길 원하는
낯선 것을 원하면서
익숙한 것들에 머물기를 원하는
우리가 가진 모순성들이
우리를 오늘에
이르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먼 곳에서 온 사람일수록 한순간에
핵심이 파악되는 경우가 있다.
독립은 문서 상의 명분이고 
종속은 뼈아픈 현실이었다
​
나를 그저 먼 데서 온 
한 사람의 인류로 대하기보다 
주머니를 털고 싶은 관광객으로만 
대하는 시선 사이를 뚫고 
이슬람과 유럽문명이 오가며 
빚어놓은 황홀한 건축물들과 
마티스 그림에 등장하던 울창한 
원색의 세계 속을 유영하려 애썼다
​
꾸스꾸스라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사람들의 삶은 어떤 무늬를 
만들어 냈는지 궁금해 시장통을 
샅샅이 기웃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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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비가 새지 않을 정도,
식사는 굶지 않을 정도면
족하다."

리큐의 가르침이다. 집이 어떻든 비이슬만 피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굶지 않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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