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있으면
순간도 영원이지만

저기나 거기에 있으면
영원도 순간이다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주제에
천 년 만 년 영원할 것처럼 굴지 말자

찰나생 찰나멸

청담 스님은 이렇게 노래한다. 청담 또한 경허스님의 제자다.

잠시 왔다 가는 인생이다
인생은 풀잎 끝의 이슬이고
구름 틈새의 번개다
만 년을 살 줄 아는가?
앉다가도 엎어지고
일어서다가도 넘어지는 게 인생이다
가난한 자나 부자나
귀한 자나 천한 자나
늙은이나 젊은이나
남자나 여자나 똑같이 죽는다
돈이 많고 따르는 식구가 많아도
죽는 길에는 같이 가지 못한다
누구나 태어날 떄는 맨 주먹이고
죽을 때는 빈 손이다
그러나 알고 지었던 모르고 지었건
지은 죄는 남에게 못 주고
짊어지고 죽었다가
다시 짊어지고 태어난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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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

하나의 지점을
완료하는 것.

자신이
찍어가는 지점들
연결하여
선이 되고
면이 되고
공간이 되고
시간이 되고
세계가 되고
우주가 되게 하여

매순간
우주라는 지점을
창조하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기록들로
남기는 것.

소설가가 소설을 잘 쓰고 싶다면 
우선은 서툴러도 좋으니 반드시 
작품을 완결해보는 경험을 
하라고 말하곤합니다

엉망진창이어도 좋으니 작품을 
끝까지 써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 
다음 작품을 쓰기 위한 디딤돌이 
된다고요. 이 말 뜻은 그 무엇도 
갑자기 잘 할 필요는 없으며 
우선은 하나를 완료하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목표를 유한화하는 일은 
모든 방면에서 중요합니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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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하면 자연스레 떠올리는
지브리스튜디오의 <귀를 기울이면>의
매미소리 가득한 장면들과
하루키의 글들과 더불어
기억될 여름풍경이 하나더
늘어난 기분입니다.

고교야구의 결승전이 끝나고
응원단이 깃발을 탁탁 접어서는
줄 지어 돌아갈 무렵이 되면

어린 마음에도 이젠
여름도 다 끝났구나 싶은 감회가
느껴졌던 것이다

어찌된 셈인지 폐회식이 끝나
구장 밖으로 나오면, 그런 풍경이
나의 소년 시절에 있어서 여름의 끝이었다

이 시기가 되면 코시엔의 해변도
이시야의 해변도 헤엄치기에는 차가워지고
숙제도 본격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신나는 일들은 모두 끝나고 만 것이다

가끔씩 왜 이렇게
여름을 좋아하는 것일까 하고
스스로도 불가사의하게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무라카미하루키 수필집 중에서

그 시절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여름만 되면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 하는 나

왠지 모르게 
근사해 보이는 나

온갖 고민과 불안 따위는 
저 멀리 치워두고
그 계절만큼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겨울인 사람은
여름 나라에서도 
겨울을 산다.

손 닿는 것 모두 얼음으로 
만들어버리는 겨울왕국의 엘사처럼
싸늘한 마음은 뜨거운 계절조차 
차갑게 만들어버린다.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여름을 완성하는 건
계절이 아닌 마음이라는 것을.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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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다른 산을 기대하게 했다.
모퉁이를 돌면, 정상에 서면, 다른 산이 보였다

저 산은 어디일까? 저 산의 이름은 뭘까? 저 산에 가고 싶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산들을 보면 가슴이 벅찼다. 그건 지금 이 순간 목표에 도달했다는 기쁨과는 또 다른 기쁨이었다

다음이 있다는 기쁨, 다른 산이 있다는 기쁨, 산이 있는 한 언제든 오를 수 있다는 기쁨, 문득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작은 점처럼 느껴졌다. 이 점을 계속해서 연결하고 싶었다. 더 많은 산에 오르고 싶었다. 더 높은 곳에 서고 싶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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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하나를
여러 번 되내이게 하는 건
작가와 저자의 분기점이다.

거기다가
위로까지 건넬 수 있는건
하나의 사건지평선이 된다.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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