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하면 자연스레 떠올리는
지브리스튜디오의 <귀를 기울이면>의
매미소리 가득한 장면들과
하루키의 글들과 더불어
기억될 여름풍경이 하나더
늘어난 기분입니다.
고교야구의 결승전이 끝나고
응원단이 깃발을 탁탁 접어서는
줄 지어 돌아갈 무렵이 되면
어린 마음에도 이젠
여름도 다 끝났구나 싶은 감회가
느껴졌던 것이다
어찌된 셈인지 폐회식이 끝나
구장 밖으로 나오면, 그런 풍경이
나의 소년 시절에 있어서 여름의 끝이었다
이 시기가 되면 코시엔의 해변도
이시야의 해변도 헤엄치기에는 차가워지고
숙제도 본격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신나는 일들은 모두 끝나고 만 것이다
가끔씩 왜 이렇게
여름을 좋아하는 것일까 하고
스스로도 불가사의하게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무라카미하루키 수필집 중에서

그 시절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여름만 되면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 하는 나 왠지 모르게 근사해 보이는 나 온갖 고민과 불안 따위는 저 멀리 치워두고 그 계절만큼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겨울인 사람은 여름 나라에서도 겨울을 산다. 손 닿는 것 모두 얼음으로 만들어버리는 겨울왕국의 엘사처럼 싸늘한 마음은 뜨거운 계절조차 차갑게 만들어버린다.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여름을 완성하는 건 계절이 아닌 마음이라는 것을.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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