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거나
하지 않거나

어차피 후회한다면
해보라는 조언과 충고가
넘쳐 흐르는 시절

때로는
가만히 있는 것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헷갈려 하는 적도 많았지만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기로
열심히 마음 먹는 것 만으로도

주어진 생은
주어질 삶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한 달을 멈추어
열한 달을 나아갈 수 있는
생각의 힘 기를 수 있을 날도
또 하나의 여행이겠구나..

한 달 동안 나는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려고 한다.

일을 하지 않을 것이고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골똘하게 생각을 한다거나
오래오래 관찰을 한다거나

나아가서
화장을 한다거나
새 옷을 한다거나

누군가를 만난다거나
누군가를 그리워한다거나
누군가를 미워한다거나

더 나아가서

헤아린다거나
상상한다거나
표현한다거나

자책한다거나
후회한다거나
뉘우친다거나

그런 것들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한 달 동안 나는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을
가장 열심히 하려고 한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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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더하기 일이
항상 이가 되지 않는다는 걸

일에 일을 더하면
힘든 일일 뿐이라는 걸

일이 일이 되지 않으려면
더해야 할 때와 덜어야 할 때
잘 가늠해야 한다는 걸

세 살 먹은
아이도 알지만

여든 먹은 노인도
실천하기 힘든 일

처지와 처세
구분하지 못하고

작은 일
감당도 못하는 처지에
큰일 도모하니까
항상 큰 일 당하는 신세이더라도

오늘 하루만큼은
어제보다
덜어내고 멈출줄
아는 삶 되길..

용기란 떨쳐 일어나는 굳센 기운이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을 할 수 밖에 없을 때 필요한 힘이다.

다산은 평생 하고 싶은 일, 해야만 하는 일은 망설이지 않고 행하며 살아왔다. 설사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해도 잘못된 일, 불의한 일은 참을 수 없기에 두려움 없이 행했다. 학문을 좋아했기에 쉼 없이 공부했고, 정의로운 일이기에 남을 비판하는 데 주위를 돌아보거나 망설이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원한을 사고 비방을 받아 귀양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삶은 보다 신중해야 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절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산은 <여유당기>의 결론을 이렇게 내렸다.

마음에서 싹트는 모든 것은 매우 부득이한 것이 아니면 그만두며, 매우 부득이한 것일지라도 남이 알지 못하게 하려는 것은 그만둔다. 진실로 이같이 된다면 천하에 무슨 일이 있겠는가?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는 자세는 당연히 필요하다. 굳건한 마음이 없으면 일을 이루기 힘들다. 하지만 천명을 마음대로 할 수 없듯이, 삶 자체도 언제나 순탄하지만은 않다.

법과 원칙대로만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많고 때로는 정의롭다고 해서 반드시 승리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소신과 믿음을 함부로 굽혀서는 안 된다. 하지만 과감한 결단과 함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세심함도 갖춰야 한다.

담대심소.
담대하면서도 세심하게
주위를 살피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큰일을 이루고 싶다면 더욱 그렇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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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벌어질지 미리 결론을 알고 줄거리를 안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 인생이 아닐까.
아무도 줄거리를, 결말을 이야기해주지 않기에 끝까지 자신의 힘으로 읽어야 하는 책과 같은 것이 인생이 아닐까.

이미 수십 번을 읽었음에도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되살아나는 책이 있다는 것도 수십 번을 읽었기에 깨닫게 되는 즐거움의 하나가 된다.

"아무렴. 보물을 찾겠다는 마음도 마찬가지야. 만물의 정기는 사람들의 행복을 먹고 자라지. 때로는 불행과 부러움과 질투를 통해서 자라나기도하고, 어쨌든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세상 만물은 모두 한 가지라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48.p

‘그런데 내가 그대에게 맡긴 기름 두 방울은 어디로 갔소?‘ 현자가 물었네. 그제서야 숟가락을 살핀 젊은이는 기름이 흘러 없어진 것을 알아차렸다네.
‘내가 그대에게 줄 가르침은 이것뿐이오.‘
현자 중의 현자는 말했지.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데 있도다.‘62.p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자아의 신화는 더욱더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로 다가오는 거야‘124.p

"사막 속으로 깊이 잠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대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그대의 마음이 모든 것을 알 테니. 그대의 마음은 만물의 정기에서 태어났고, 언젠가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되돌아갈 것이니." 208.p

"걱정 마, 넌 죽지 않을 테니. 그리고 다시는 그렇게 바보처럼 살지마. 지금 네가 쓰러져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나 역시 이년 전쯤 같은 꿈을 두 번 꾼 적이 있지. 꿈속에 스페인의 어떤 평원을 찾아갔는데, 거기 다 쓰러져가는 교회가 하나 있었어. 근처 양치기들이 양떼를 몰고 와서 종종 잠을 자던 곳이었어. 그곳 성물 보관소에는 무화과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지. 나무 아래를 파보니 보물이 숨겨져 있지 않겠어. 하지만 이봐, 그런 꿈을 되풀이 꾸었다고 해서 사막을 건널 바보는 없어. 명심하라구." 259.p

자신에게 보물을 보여주기 위해 신이 사용했던 기이한 방법들...만일 그가 되풀이된 꿈을 믿지 않았더라면, 집시 노파도 늙은 왕도 도둑도 그 누구도 만나지 못했을 터였다.(...)
"만일 내가 미리 일러주었더라면, 그대는 정녕 피라미드를 보지 못했으리니. 어땠나?아름답지 않던가?"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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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1996년 6월
명동성당 부근

최루탄 내음 매캐하던
닭장차 구석

방독면 쓰고 완전무장 후
대기하던 그 찰나
눈물콧물 범벅 닦으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를
펼치지 않았더라면.

수없이 서울과 부산을 오가던
완행열차의 비루한 시간들 견디고.

100여 권이 넘는
그의 책들과 함께
그 무참한 세뭘을 건너오고

2020년
비 내리는 이 아침
이 책 펼칠 수 있었을까

만일 그 사월 오후에 
야구장에 가지 않았다면 
무라카미 씨는 지금 
소설가가 되었을까요

who knows? 그런 걸 대체 
누가 알 수 있을까
만일 그날 오후에 야구장에
가지 않았더라면 나는 
소설 쓰는 일 없이 일생을 
마쳤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뭐 특별한 불만이 없는 
인생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그 봄날 오후에 진구 야구장에 
가서 한적한 외야석에.

그 당시 진구 야구장은 
거의 비어 있었다.

누워 뒹굴며 데이브 힐튼이 
좌익수 쪽으로 멋진 2루타를 
치는 걸 보았고, 그래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라는 첫 소설을 
쓰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엑스트라오디너리 (심상치 않은)한 
사건이었을지도 모른다

무라카미 씨는 그와 비슷한 일이 
살면서 누구에게나 다 
일어난다고 생각하세요

난 잘 모르겠는데.
나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완전히 똑같다고는 
할 수 없어도 그와 비슷한 일은 
많든 적든 누구에게나 
언젠가 일어난다고 생각해

그런 여러 가지 일이 딱하고 
제대로 결합하는 계시적인 순간이 
언젠가 올 거라고 생각하지

뭐 적어도 그런 일이 꼭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 인생이 더 즐겁지 않을까.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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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을 때만 사색할 수 있다.
내 걸음이 멈추면 내 생각도 멈춘다.
내 두 발이 움직여야 내 머리가 움직인다.
장자끄 루소

한 장소를 파악한다는 것은 그 장소에 기억과 연상이라는 보이지 않는 씨앗을 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장소로 돌아가면 그 씨앗의 열매가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장소는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이다. 세상을 두루 살피려면 걸어 다녀야 하듯, 마음을 두루 살피려면 걸어 다녀야 한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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