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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평점 :
이 책은 요네스뵈의 작품중에서 헤리홀레 씨리즈가 아닌 별도의 작품으로 노르웨이의 한
시골을 배경으로 형제가 성장기에 당했던 성폭행, 형제의 범죄행위 등 가정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스릴러소설로, 이야기 구성 자체도 탄탄하고 소설을 읽고나서도 생각할 문제를 많이
던져주는 의미있는 작품으로 생각됩니다. 먼저 간단히 줄거리를 살펴보고 감상평도 적어보겠습니다.,
노르웨이의 오소라는 외딴마을에 15년만에 미국으로 유학가서 크게 성공했다고 알려진 청년이
아름다운 아내를 데리고 마을로 귀환하면서 그간 숨겨진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들이
다시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되고, 특히 청년과 이 청년의 형은전 그 부모의 자살로 추정되는 사건을 조사하던 마을 경찰의 20여년전 사망사건에 관해 경찰이 내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청년은 캐나다에서 호텔사업을 추진하다 실패한후 다시 노르웨이로 급거 귀국한 것이었는데
캐나다와 자연환경이 비슷한 자기 동네에서도 같은 설계와 구상으로 다시 호텔사업을
추진하게 됩니다. 그 청년은 카리스마넘치고 대중들을 설득하는 탁월한 재능을 가졌으며
마을 주민들에게 인기도 많았고, 그 청년의 형은 다소 음침하고 술을 마시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조횽히 프랜차이즈주유소를 운영하는 담당자로 살고 있는데, 호텔추진
과정에서 계속 각종 사건 사고가 이어지고 이를 은폐하거나 자금확보를 위해서 다시 살인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펼쳐놓습니다.
그 과정에서 매력넘치는 청년이 사실은 어렸을때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이를 곁에서 지켜볼 수 없었던 형이 동생을 위해 부모의 차에 브레이크를 망가뜨리고 이로 인해 차는 절벽에서 떨어져 부모가 죽게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이 죽음에 의문을 품은 마을 경찰이 형제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동생이 범행을 의심하는 경찰의 질문에 불안하여
다시 경찰을 살해하게 되고 형은 동생을 도와 마치 살인사건이 아니고 자살인 것으로 위장했던
과거가 밝혀집니다.
먼저,이 소설은 노르웨이의 자연배경 묘사가 뛰어나고, 그 자연환경을 살인의 주요 트릭으로 사용합니다. 즉, 자동차의 제어장치를 망가뜨려 절벽에 추락시킴으로써 살인을 마치 운전미숙에 의한 사고나 자살사건인 것처럼 위장하는 트릭입니다. 이 트릭은 처음에는 자연환경을 이용한 점에서 새롭고 이색적이었지만, 무려 3명의 피해자를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같은 장소에서 처리(?)한다는 점에서 개연성도 부족해보이고, 나중에는 너무 예측가능한 트릭이 되엇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둘째로 인물에 대한 설정이 미흡합니다. 즉, 동생의 아내는 바베이도스라는 중남미 빈국출신으로 캐나다로 유학하여 건축가가 된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그래서 작품 중반부까지는 아주 이성적이고 자신의 감정을 합리적으로 통제하고 냉소적인 인물로 나오는데, 마지막에 이르면 자신이 설계한 데로 호텔이 지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미 거의 완공단계에 이른 호텔에 불을 지르는 광기를 보여줍니다. 이성적이고 냉철학 건축가가 짧은 시간에 그런 광인이 된다는 것이 너무 황당했습니다. 즉, 건축가로서 자신의 자존심을 지킨다면 자신의 설계를 무시하고 예산등의 이유로 엉망으로 지어지는 건물이 지어지는 것을 보고나서 불을 지르기 보다는 그 건축현장을 떠나고 자신을 무시한 남편과도 헤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입니다. 그런데 극도로 이성적이고 냉철한 사람이 1년만에 광인이 되어 자신의 의도와 다른 건축물이 지어졌다고 불을 지른다는 것은 아무리 반전을 위한 트릭이라도 너무 지나쳐 보입니다.
셋째로 이는 문제점보다는 생각해 볼 문제인데, 과연 가족간에는 어디까지 덮어주고 은폐를 해주어야 할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가까운 가족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적극적으로 은폐하는 것이 가족간의 도의로써 당연하다는 등장인물들이 스스로를 달래기 위한넋두리가 한편으로 이해가 되면서 또 한편으로는 어떻게 그럴수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와 같이 친한 사람끼지 쉽게 형아우가 되는 가족문화가 사회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는 이런 식의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 무조건적으로 지켜줘야한다는 가치관(?)은 실로 많은 문제를 낳을 것이라는 사실이 명약관화해 보입니다.
넷째로 중국에는 꽌시가 있어야 성공한다고 하는데, 사실 꽌시라는 것이 인맥을 의미합니다. 이는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이 책을 통해 보면 정말 어떻게 이렇게 북유럽같은 서양사회도 다르지 않을까 하는 점을 느끼게 해준 책입니다. 참고로, 제가 그 동안 동양인들은 부패해있고, 인맥을 중시하고 공정하지도 않다는 서구에서 만들어낸 '오리엔탈리즘' 에 젖어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했습니다.
다섯째로 요네스 뵈는 넬레 노이하우스와 함꼐 현재 유럽대륙에서 스릴러물에서 최강자인 것 같습니다. 다만 제 생각에는 노이하우스가 스케일이라던지 디테일 그리고 인물설정에서 더욱 치밀하고 정교한 것 같습니다. 노이하우스 작품은 기초가 튼튼하고 잘 짜여진 독일의 3층 벽돌집 같다면 요네스 뵈의 작품은 숲속에 나무로 지어진 빈티지하우스로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요네스 뵈가 조금 더 구상을 다듬어서 개연성을 키우고 반전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면 훨씬 스토리도 탄탄하고 촘촘한 작품이 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만 그런 경우에는 책의 분량이 많이 줄어들긴 할 것 같아요.
끝으로, 다음 작품에서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내놓기를 기대하면서 이만 서평을 접어야 겠습니다. 역자분께서 번역을 너무 읽기 쉽게 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김영사에서 나온 책이어서 인지 번역이나 책 편집은 소규모 출판사와는 비교불가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