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에서 아침을 트루먼 커포티 선집 3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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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 책을 가지고 만든 동명의 영화도 보고 책도 읽게 되었는데, 영화는 너무 교훈적이고 헐리우드 공식에 충실하여, 화려한 비주얼외에는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던데 반해 이 소설은 인물의 내면을 상세하고 충실하게 묘사하여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한마디로 영화보다는 소설쪽이 압승이라고 할 것입니다.

 영화에서 골라이틀리는 마지막에 브라질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남자주인공과 같이 뉴욕에 남는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사실 골라이틀리의 평소의 행동 허영심에 들떠서 무계획적이고, 남자에 의존만하는 사람으로 묘사되는데, 남자 주인공을 만나서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가난한 남자와의 사랑을 선택한다는 것이 매우 비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즉, 영화는 사랑을 통해서 철없는 여자가 세상물정을 알고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성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교훈적이고 순진한 구성은 원작에서 의도했던 대도시 뉴욕에서 신분상승을 꿈꾸며 사는 시골여인의 비극적 살내지는 모순적 삶을 재현하는 것과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소설은 대도시의 삶에 적응해가는 그래서 닳고 닳은 시골여인의 모습을 통해 인간소외와 피폐하고 건조한 도시생활을 그려내는 것이 주제의식인데, 동명의 영화는 한편의 로맨틱코미디로 만들어버려 주제의식에서 한참 빗나가 보입니다.

 

이 책은 요즘 많이 읽히는 더글라스케네디의 소설들과 매우 유사한 데, 그의 묘사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촘촘하게 재구성하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화려한 도시속에서 불나방처럼 살아가는 여인네의 삶의 단상을 이렇게 세밀하고 정교하게 포착해 낼 수 있다는 것이 작가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끝으로, 이 책은 인물묘사에 관한 소설 창작의 좋은 모범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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