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
프란츠 카프카 지음, 권혁준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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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프k가 어느날 잠에서 깨어나 체포되어 일어나는 일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카프카는 현대성을 분석하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로서, 이 책은 관료화란 현상을 대상으로 알레고리로 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관료제에 완전히 포로가 되어 모든 등장인물들이 자신이 정확히 무슨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오로지 주어진 직무에만 충실히 하는 기능인들의 모습을 하나의 우화로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느낀점은, 첫째, 카프카는 20세기 초를 살았는데, 어떻게 현대사회의 출현에 따라 비로소 등장한 관료기구와 그 조직에 대해 그 작용 메커니즘을 이렇게 잘 포착했는지에 대해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지금도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쳐해지게 될때 -예를 들어 조직에서 나쁜 사람으로 평판을 얻게된다던지, 인터넷에서 신상털이를 당한다던지 등- 자신의 노력만으로 그 문제에 접근조차 할 수 없고, 도와주는 사람들은 자신의 보수만 챙기기에 바쁘고 실체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현대인들의 곤란과 어려움을 카프카가 이 작품을 통해 미리 묘사해 둔 점은 탁월한 점이라 할 것입니다.둘째, 사회제도의 비효율성과 형식적이고 장식화되는 현상을 카프카가 정말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소송제도는 개인의 이익을 보호하고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현실에서 불행이도 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소송의 당사자에게 제대로 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여기저기 끌고 다니면서 시간만 질질 끄는 현상을 풍자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읽는 내내 입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습니다. 셋째, 이 책은 관료제에 대한 연구나 학습을 하는 분들께 좋은 입문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관료제에 대해서는 막스베버부터 오랫동안 연구되어 많은 결과가 축적되어 있으나, 이 책은 소송에 처한 당사자의 행위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관료제가 무엇이고 개인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또한 관료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권력을 행사하는지에 대한 많은 상징과 암시를 담고 있어서 관료제에 대한 좋은 입문서로서 역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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