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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 - 지친 영혼을 위한 여유로운 삶
피에르 쌍소 지음, 강주헌 옮김 / 공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직장생활의 피로감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 직장을 그만둔 지 오늘로 2년째이다.
사장의 잔소리와 직장 동료와 선후배 간의 신경전과 올라도 문제 안 올라도 문제인 끊임없는 매출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지금 내게 남은 것은 쌓여 있는 읽다 만 책들, 옥상에서 흐드러지게 피고 있는 꽃과 채소, 손바느질한 후 여기저기 서랍 속에 구겨 넣은 헝겊조가리, 아침마다 배우기 시작한 수영 연습 후 널브러져 있는 수영복과 젖은 수건...

느림은 빠름의 반댓말이 아니다.
느림은 정신없이 나도 모르게 지나가버리는 삶을 붙잡는 행위다. 그들과 나란히 걷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를 잊은 채 살아온 삶 속에서 나는, 우리는 학력과 경력, 통장 잔고로만 삶을 채워가고 있었다. 이러한 삶 속에서 진정한 '삶'은 방치된 채 내팽겨쳐져 있었다.
이미 다 마련된 여유로운 삶이 아니라, 적지만 만족하는 삶을 살 수는 없는 것일까?
시장통에서 산 파를 옥상 한 귀퉁이에 심으니 파꽃이 피고, 먹다 남은 감자도 땅에 심었더니 꽃을 피우는 이 지구에서 우리 아이들도 어른들의 욕심에 희생되지 않고 그저 무럭무럭 자라는 게 그들의 일이 되면 안 되는 걸까?
초등학교 5학년 때 중학교 과정을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운동장에서 친구의 손을 잡고 구름이 흘러가는 모양에 까르르 웃는 시간을 줄 수는 없는 것일까?
이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건 결국 그저 삶이 무럭무럭 잘 자라기를, 내가 살아가는 이 삶이 온전히 나의 것으로 호흡되길 바라는 이 마음과 꼭 같은데 '배움'은 없고 그저 '시험'과 '성적'만이 있으니 서울시교육청 권장도서도 되고, 대입논술고사에도 출제되었는데도 경쟁과 권력만을 앞세우는 이 사회는 여전히 '삶'은 없고 살아가는 '일'만 있다.
세월호 참사 후 아이에게 학원을 그만두게 했다는 엄마가 떠오른다!
수많은 희생자를 내며 깨달은 행복한 삶에 대한 반성이 이후로도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좋겠다.
느림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선택의 문제이다. 다시 말하자면, 정해진 시간을 앞당기지 말고 시간에 쫓겨 허둥대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사방에서 뭔가 재촉을 받고, 또 그런 압력에 자진해서 따르는 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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