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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잎에도 깔깔 - 모든 것이 눈부셨던 그때, 거기, 우리들의 이야기
김송은 지음 / 꽃피는책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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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는 달리 초내성적인 성격이었던 학창시절, 중학교를 졸업하고 그때는 정말이지 '콩나물시루'라는 단어가 딱 맞아 떨어지는 빽빽하게 사람들로 꽉 찬 버스에 올라 타 어리버리 한강 다리 너머까지 힘겹게 고등학교를 다녔더랬다. 

겨우겨우 사귄 몇몇 친구들이 아직 한번도 팥빙수라는 걸 먹어본 적 없다는 내 말에 깜놀해서 데리고 간 숙대입구 삼강하우스. 팥과 연유, 떡과 몇가지 젤리 토핑이 다였던 매우 심플한 팥빙수였지만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과 시원함에, 그리고 그렇게 맛있는 걸 맛보게 해준 친구들한테 너무 고마웠었다.



스냅사진처럼 드문드문 기억났던 그 시절이 이 책을 읽고 나니 어제 찍은 동영상처럼 홱홱 돌아가고, 결국 아침부터 졸업앨범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한 얼굴들이, 앨범 속 그 얼굴들이 너무 친근해 잠깐 울컥했다.


"보고 싶은 순아, 잘 지내니? 여기는 바람이 분다. 추운 줄 알고 두꺼운 옷을 입고 바닷가에 나갔는데, 어느새 봄바람이 불고 있구나. 보고 싶은 순아, 잘 지내렴."


"보고 싶은 순아, 봄인 줄 알고 바닷가에 나갔는데, 어느덧 여름 햇살이 따가워 깜짝 놀랐다. 보고 싶은 순아, 그럼 잘 지내렴."


"보고 싶은 순아, 여름인 줄 알고... 벌써 가을이...."


(...)


"순아 잘 지내니? 부산은 지금 가을이 오고 있다. 나는 관절염 때문에 요즘 고생이다. 아프지 말고 잘 지내라."


작가의 어머니처럼 짧은 엽서라도, 카톡이라도 주고받으면서 살걸... 뭐 하고 사느냐고 그 달콤함을 선물해주었던 친구들을 잊고 살았을까. 이제와 후회해봤자 소용없지만,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생각하니 가슴 속이 따뜻해진다.


얘들아, 지금 어디서 뭐하면서 사니? 

한참을 웃다 보니 거짓말처럼 행복했다. 배도 아프지 않았고, 서러움도 날아갔다. 시현은 할 말이 없을 때마다 딸꾹질하듯 괜히 "개놈!"이라 소리를 질렀고, 나는 그 소리만 들으면 자동으로 웃음 폭탄이 터졌다.
저녁이 되자 시현은 버스정류장까지 배웅하겠다며 옷을 챙겨 입었다. 나이키 잠바, 그리고 하얀색 나이키 운동화.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짐’이 묻어 있었다.
나의 스펙스는 멀리서 보면 나이키와 닮아서, 그날 나는 시현과 커플 신발이라도 맞춘 듯 마냥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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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그리다
박상천 지음 / 나무발전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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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내손으로 심고 가꾼 바질! 너무 잘 자라줘 꽃대 올라올때마다 싹둑싹둑 잘라 물꽂이해준 녀석들이다. 한여름 장마철 듣도보도 못한 응애녀석한테 점령당해 거의 포기했었는데... 박선생님 사모님 장례식장 다녀오니 이렇게 꽃이 피었다! 이 작은 녀석도 이리 안타까운데 하물며 반평생을 함께 살아온 부부의 빈자리는 얼마나 아릴까~ 선생님의 슬픔이 좋은 추억으로 잘 자리잡기만을 바랄뿐이다."


10여년 전의 바람대로 선생님 옆 빈 자리가 시로 가득 채워진 걸 보니 기쁘면서도 가슴이 또 아리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접힌 책갈피로 혹은 낮익은 글씨로,

...

일요일 저녁 밥상에 앉아
함께 술잔을 나누다 보면
조금 말이 많아진 붉어진 얼굴로,

화초 위에 맺힌 물방울로,
성모자상 앞에 놓인 묵주로,
잘 닦인 싱크대의 반짝임으로,
아침이면 커피 내리는 소리나 그 향기로,
신문 위에 놓인 붉은 테의 돋보기로,
때론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로,
가을만 되면 이미 소파에 놓여있던 담요로,

당신은 늘 거기에 그렇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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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제작소 - 쇼트 쇼트 퓨처리스틱 노블
오타 다다시 외 지음, 홍성민 옮김 / 스피리투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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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가 되면 누구나 행복한 사회가 될 줄 알았는데, 세계는 점점 더 핍박해지고 점점 더 몹쓸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더군다나 올해 초 코로나19가 도래했을 때는 세기의 종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 반년!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기후에 몸과 마음마저 피폐해지고, 미래 따위 개나 가져가라, 나 몰라라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우연히 만난 이 소설(정말이지 더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만큼 너무 숏숏이다!)이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미래에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서 집을 사지 않아도 되고(국토부 장관에게 한 권 보내 주거정책 방안 연구에 참고하라고 하고 싶다), 편리한 미래, 사랑스런 미래, 교감하는 미래를 꿈꿔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사실 우리 모두가 꿈꾸었던 미래는 이런 것이 아니었나?

듣도 보도 못했던 전염병에, 찌는 듯한 더위와 갑작스런 영하의 추위를 오가는 급작스런 기후 변화, 대기오염으로 인한 미세먼지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추억은 생생하게 재생되고, 돌고래가 되어 바다로 뛰어들고, 어디든 생각한 곳에 도달할 수 있는.

그렇게 꿈이 마침내 현실이 되어가길,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길!

미래제작소에서처럼 열심히 꿈을 제작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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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바치는 심장 문득 시리즈 3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박미영 옮김 / 스피리투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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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의 심장이 만들어낸 공포와 환상. 벽 속에 갇힌 또 다른 고양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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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기행 1 -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편 유럽 도시 기행 1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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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와 함께 올 여름에는 유럽 여행 떠나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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