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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미술관 - 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양정무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평점 :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진실하게 말하는 것은 어린이였다.
'이 옷은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특별한 옷입니다.'라는 말에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두려워 보이는 대로 말하지 못하는 어른들, 그 침묵 속에서 특별하게 봐야만 하는 강요된 관점의 옷을 어린이는 완전히 벌거벗긴다.
" 임금님이 벌거벗었다!"
그 단순하고도 솔직한 진실의 소리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린다. 모두가 강요된 관점의 옷을 벗는다. 그리고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표정과 감정의 자유를 획득한다.
<미술관> 과 관련된 갓 읽은 두 권의 책 <벌거벗은 미술관/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미술관에 갑니다./미리엄 엘리아, 에즈라 엘리아> 은 '미술관을 어떻게 관람해야할까?' 라는 질문들에 이미 들어 있는 미술에 대한 신화화, 환상을 깨면서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길을 더 자유롭게 해 준다.
<벌거벗은 미술관/양정무의 미술 에세이>는 진실한 예술가의 모습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한다.
예술가들은 완벽함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겪는 일상적 번민을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점에서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완벽함과 위대함이 아니라 인간적인 고민과 그것에 대한 도전으로부터 옵니다. -벌거벗은 미술관/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이렇게 예술가의 진실한 모습을 참된 아름다움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태도는 <벌거벗은 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화가들의 삶을 더욱 역동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오늘날 사람들의 표정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우리 인류의 문화와 역사적 단계를 대표하는 표정은 무엇일까?'라는 저자의 질문이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탐구 여정이 2장 문명의 표정에 각 시대상황과 작품, 화가의 이야기와 함께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
누구도 아니고 누구도 될 수 없는 극도로 이상화된 얼굴을 표현하던 시대, 무표정의 미술이 자리잡고 있던 고전 미술을 지나 미술사의 대표 미술로 꼽히면서도 개인을 드러내는 단독 초상화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작품이라는 미술사 속 가치를 지녔던 모나리자의 미소.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간의 표정에 대한 집요한 연구의 결과물로서의 모나리자를 바라보게 되면서 화가의 고민과 노력의 순간들에 좀 더 주목해 보게 됩니다. 이 외에도 감정의 극적 표현과 표정을 통해 인간의 감정 연구한 렘브란트의 이야기와 자화상, 작품들도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온화한 얼굴을 미술이나 대중문화 속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와 앞으로의 우리 문명의 표정은 보다 따뜻했으면 하는 저자의 바람을 보며 미술이나 대중문화에서 표현되는 표정 중에 형식적인 웃음이 아닌 진짜 웃음이 담긴 작품들이 어떤 매체 속에서 가장 잘 담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예술에 대한 진실하고 좀 더 성숙한 생각 다듬기
예술은 크게보면 완벽과는 거리가 먼 오류의 세계다.
우리가 아는 최고의 예술가들도 실수를 곧잘 한다.
-양정무-
예술에 대한 진실하고 좀 더 성숙한 생각을 다듬는 것! 이 아름다운 책의 목표 덕분에 미술관에 가서 관람하는 표정의 변화를 상상하게 됩니다. 형식적 미소라는 가면을 쓰고 가던 것에서 부터 가면을 벗고 무표정을 넘어 다양한 표정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과정으로 변화하는 관람 표정의 변화!
어린이와 함께 미술관에 간다면 이제 작품을 보는 어린이들의 그 진실한 표정을 자세히 살펴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술관에 갑니다.> 책에 나오는 현대미술을 관람하는 엄마와 아이 사이의 대화 속 발가벗은 말들 중 인상적인 한 장면을 적어봅니다.
수전이 물어요.
"예술은 예뻐요? "
"아니." 엄마가 대답해요.
예쁜 건 중요하지 않아."
예술은 크게보면 완벽과는 거리가 먼 오류의 세계다. 우리가 아는 최고의 예술가들도 실수를 곧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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