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장래 희망
박성우 지음, 홍그림 그림 / 창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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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이 있는 사람, 꿈이 없는 사람?


6년 차 혁신학교에서 4, 5, 6학년 학년 대표들을 모아 어린이 리더십 교육을 하고 학기 별로 어린이가 어린이를 위한 활동을 새롭게 기획하고 실천하는 '어린이 물결단' 활동을 하고 있다. 어린이 물결단은 '어린이의 가슴에 작은 물결을 일으키는 삶을 살아가신' 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뜻을 따라 우리도 '어린이가 어린이 가슴에 작은 물결을 일으키자.'라는 의미로 어린이 물결단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1학기에는 각 반에 고민을 가진 아이들이 많이 있고 이를 4, 5, 6학년의 다양한 시선으로 해결책을 함께 찾아보는 활동을 하자고 하여 소곤소곤 고민상담소를 진행했다. (소띠의 해와 작은 고민을 꺼내어도 된다는 의미를 담아 소곤소곤 고민상담소가 되었다.)


2학기에는 이에 이어 몇 가지 활동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그중 하나는 '꿈을 찾아주는 활동'을 기획해보자는 것이었다. 4, 5, 6학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친구들 중에서 꿈이 없어서 고민인 친구들이 많고, 또 꿈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교사인 나의 입장에서는 '꿈이 없다.'라고 말했을 때 혹시 꿈이라는 단어를 직업으로만 한정 지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꿈이 많아 고민이다.'라고 했을 때는 꿈은 하나로 선택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꿈'이라는 개념을 어린이들이 어떻게 갖고 있는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교사로서 나는 12살의 어린이에게 '꿈'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이 고민에 대해 내가 시도하고 있는 방식은 <꿈 스케치/임영복>에서 접근하는 꿈을 가슴 뛰는 동사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생각을 확장해보려고 하고 있다. '교사'라는 명사의 직업이 아니라 '대화하다.이끌다. 성장시키다. 배우다. 공감하다.디자인하다. 연구하다. 창조하다'와 같은 동사로 꿈을 접근하고 이 가슴 뛰는 동사를 연결하여 자신의 삶을 이끌어줄 열정 문장을 만드는 것으로 꿈에 대한 명사적 개념을 동사적으로 확장시켜 보고 있다. 나의 경우에도 교사라는 명사의 직업을  '나는 어린이들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며 그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수업 대화를 창조적으로 디자인한다.'와 같이 나를 움직이고 설레게 하는 동사의 콜라주로 바라볼 때 좀 더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이런 궁금증을 품고 도전을 하고 있는 내게 열두 살 장래 희망 책은 '꿈'에 대한 개념에 대해 어린이가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지 생각을 새로이 열어준다는 점에서 반가운 책이었다. 이 책의 차례를 읽어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건축가, 만화가, 가수, 사업가, 공무원과 같은 직업이 아니라 '어린이의 마음으로 사는 사람', '소원이 많은 사람', '예술을 가까이하는 사람', '취미가 여러 가지인 사람', '고민을 잘 들어주는 사람', '별을 보러 다니는 사람'처럼 직업인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장래 희망'을 얘기할 때 그래서 넌 꿈이 뭔데? 하는 직업으로 고정하고 지금 하는 행동이 어떤 직업이라는 결과로 보장되기를 바라는 시선들에 대해 내가 되겠다는 것은 직업이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해준다.


별을 보러 가겠다고 해서
별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겠다는 게 아니야.
별을 보다가 시를 쓰는 시인이 되겠다는 것도 아니야.

별이 좋아 별을 자주 보는 사람이 되겠다는 거야. 나도 별처럼 반짝이는 사람이 되겠다는 거야.

저 별자리는 어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까?
저 별자리는 어떤 사람들이 오래 바라보았을까?

별을 보는 마음으로 빛나는 세상을 열어 가겠다는 거야
별과 같이 반짝이는 하루하루를 설레고 벅차게 열어 가겠다는 거야.

나는 별을 보러 다니는 사람이 될 거야.

_열두 살 장래 희망/ 별을 보러 다니는 사람 중에서-



어린이가 별을 보는 일에 낭만을 느끼는 것 그것 그대로 온전하다.

별을 보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그 설렘과 열정

별을 볼 때 느끼는 기쁨과 환희는 그것 그대로 무한하다.

12살의 장래희망은 그러해야 한다. 12 어린이가 꾸밈없이 지금 현재의 자리에서 즐기고 사랑하고 가슴 뛰고 자유로움을 느끼는 그것을 가슴에 품을  있도록 허용되어야 한다.

온전하고 무한하게.


이 모든 차례를 읽다 보니 나의 장래 희망은 어린이의 마음으로 사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어린이의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생활 계획표 안에 갇혀 살아가는 게 아니야.
보살핌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게 아니야.

어린이처럼 씩씩하게 살아가는 거야.
어린이처럼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기쁘게 살아가는 거야.

작은 일에도 까르륵 기뻐하며 더욱 신나는 내일을 열어 갈 거야.

매일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을 찾아다니면서
더욱더 행복한 내일을 열어 갈 거야.

-열두 살 장래희망/어린이의 마음으로 사는 사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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