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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절 2 - 우리 오래 만나요
이지연 지음 / 좋은땅 / 2023년 10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206/pimg_7270161244106872.jpg)
때로는 긴 호흡의 글보다
짤막한 시구절이 더 많은 마음을 표현해줄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하던 때에
이지연 작가님의 <시계절 2 우리 오래 만나요>를 만나게 되었다.
시집이라는 것도 좋았지만
<우리 오래 만나요>라는 제목이 더 와닿는다.
'언제 봐야지'
'곧 보자'
'밥 한번 먹자'
'술 한잔 하자'
이런 말들을 진심으로 때로는 그냥 '안녕'이라는 헤어짐의 말보다는 더 경우를 차리는 느낌으로 많이 건내왔다.
그러나 그 말을 실천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오래 만나요'라는 말 안에
'또 만나고 싶어요'
'당신을 생각해요'
'당신은 내게 중요해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예요'
라는 말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다음에 누군가에게 헤어짐을 인사를 건낼 때 나도 써먹어야겠다.
이지연 작가님 소개글에
'맛있는 어른
신선한 작가가 되기 위해
오늘도 익어 가는 중입니다'
라는 부분도 너무 좋다.
제1부 우리 오래 만나요
제2부 아름다운 이벌
제3부 힘내라 인생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는 4편의 시가 마음에 와닿았다.
p.22 입춘
p.54 애별리고
p.90 시간
p.106 애벌레의 꿈
애벌레의 꿈
한 마리 애벌레가 있었다
어느 날
수많은 벌레들이
벌레 기둥을 만들며
위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더 많이 밀치고
더 많이 짓밟을며
애벌레도 기어올랐다
그 위에서 빛나고 있을
무엇을 상상하며
하지만
그 위에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동화는 거기서 끝났지만
애벌레는 말해 주고 싶었다
네 마음이 원하는 곳에
네 발길이 멈춘 곳에
너의 삶이 있어
그곳에
너의 행복이 있어
한해를 마무리하며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에
해내지 못한 것을 채근하는 나에게..
혹은 그런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 가족들에게 채근하는 나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인 것 같다.
조급하게 서두르며
달리고 달리다 길을 잃은 많은 이 시대의 동지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