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절 2 - 우리 오래 만나요
이지연 지음 / 좋은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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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긴 호흡의 글보다

짤막한 시구절이 더 많은 마음을 표현해줄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하던 때에

이지연 작가님의 <시계절 2 우리 오래 만나요>를 만나게 되었다.


시집이라는 것도 좋았지만

<우리 오래 만나요>라는 제목이 더 와닿는다.

'언제 봐야지'

'곧 보자'

'밥 한번 먹자'

'술 한잔 하자'

이런 말들을 진심으로 때로는 그냥 '안녕'이라는 헤어짐의 말보다는 더 경우를 차리는 느낌으로 많이 건내왔다.

그러나 그 말을 실천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오래 만나요'라는 말 안에

'또 만나고 싶어요'

'당신을 생각해요'

'당신은 내게 중요해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예요'

라는 말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다음에 누군가에게 헤어짐을 인사를 건낼 때 나도 써먹어야겠다.



이지연 작가님 소개글에

'맛있는 어른

신선한 작가가 되기 위해

오늘도 익어 가는 중입니다'

라는 부분도 너무 좋다.

제1부 우리 오래 만나요

제2부 아름다운 이벌

제3부 힘내라 인생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는 4편의 시가 마음에 와닿았다.

p.22 입춘

p.54 애별리고

p.90 시간

p.106 애벌레의 꿈

애벌레의 꿈

한 마리 애벌레가 있었다

어느 날

수많은 벌레들이

벌레 기둥을 만들며

위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더 많이 밀치고

더 많이 짓밟을며

애벌레도 기어올랐다

그 위에서 빛나고 있을

무엇을 상상하며

하지만

그 위에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동화는 거기서 끝났지만

애벌레는 말해 주고 싶었다

네 마음이 원하는 곳에

네 발길이 멈춘 곳에

너의 삶이 있어

그곳에

너의 행복이 있어



한해를 마무리하며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에

해내지 못한 것을 채근하는 나에게..

혹은 그런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 가족들에게 채근하는 나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인 것 같다.

조급하게 서두르며

달리고 달리다 길을 잃은 많은 이 시대의 동지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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