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평범한 심리상담소 - 누구에게나 상담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이원이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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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평범한 심리상담소...

제목은 호기심이 들고 표지는 동화처럼 따뜻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인 이원이 선생님이 내 귓가에 조곤조곤 말을 건내는 느낌이다.

때론 내 내담자가 생각이 나서,

때로는 내가 고민했던 주제에 대해 언니처럼, 선생님처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것만 같아 마음이 금새 편안해진다.


p.67

아무리 많은 서글픈 눈동자가 옷자락 뒤로 쏟아져도 태양은 그날 일을 마치면 반드시 어둠 뒤로 사라진다. 내일 다시 떠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내일 다시 떠오를 준비를 하는 과정이라는 걸 그들이 알 수 있기를....

p.69

"경희 씨는 거울을 볼 때 무슨 생각을 하세요? 특히 아침에 처음 거울을 볼 때 말이에요?"

"음, 보통 어제 너무 먹고 자서 부었다, 얼굴에 뭐가 났다, 아니면 살이 너무 쪘네 같은 거요. 그러고 보니 아침에 제가 마음속으로 제 자신에게 하는 말들은 늘 이런 느낌이네요. 더 예뻐야 하는데, 더 아름다워야 하는데 오늘도 미달이네, 20**년 **월 **일 미달! 이런 도장을 받는 느낌이에요"

나도 식이장애 내담자와 참 많이 나누는 대화이다. 내심 반가웠다.

책에서 종종 식이장애 내담자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동지를 만난 것 같은 느낌에 표시를 해둔다.

내가 만나는 내담자에게도 보라고 권해드려야지 하는 마음이다.

나와 만나지 못하는 시간에 이원이 선생님이 대신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p.78

그냥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게 목적인, 살아온 습관 그대로 본연의 모습이 아닌 모습으로 보이는 데 치중하는 내담자도 있다. 그런 분들은 대개 두 번째 상담에 오지 않는다. 첫 회기 때 자신의 좋은 모습, 괜찮은 모습을 다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자신의 어두운 면을 이야기해야 하고, 그 포장이 벗겨지면 자신은 없어진다고 여긴다.

식이장애 내담자는 대체로 완벽주의가 강하고,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고, 수치심도 크다.

그래서 한번 상담 후 오지 않는 경우도 많고, 자신의 이야기를 열심히 하다가 갑자기 오지 않을 때도 있다.

더 보여주면 치료자가 자신에게 실망할까봐, 상담이 지속될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하는데 그러지 못할까봐, 이제 내 얘기에 흥미를 잃었을까봐, 할말은 다 했으니까, 낫지 않을까봐, 내가 한 얘기들 때문에 나를 이상하다고 생각할까봐 등등 그 이유는 다양한다.

그 이면에는 엄청난 수치심이 있다.

p.81

상담은 내가 받는 거고 변화도 나의 몫이다. 부모님이 바뀌어야 하고, 엄마나 아빠가 눈물 어린 사과를 해야만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진짜 시작이다. 나의 새로운 인생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내 삶의 주인은, 주체는 바로 나다.

내 삶의 변화를 원한다면 그 책임도 나에도 있다.

p.115

'허전한 마음이 들면 사랑을 하고 싶고, 사랑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차오릅니다. 그럼 순간 다시 허전해지고, 허기가 막 올라옵니다. 배달 앱을 열어 이것저것 주문합니다. 음식들이 도착합니다. 그날은 끝없이 음식을 집어넣어요. 맛도 도통 모르겠어요. 이전엔 좋아했다 생각한 음식들을 시켰는데 정말 맛이 없어요.'

정서적 허기, 정서적 폭식(emotional eating)이라고 한다.

식이장애 내담자는 신체적 허기와 정서적 허기가 있다. 신체적 허기는 규칙적인 식사를 하면 해결이 되지만, 정서적 허기를 해결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허기가 공허함, 외로움, 단절된 감정들와 얽혀 그것이 깊을 때 수년간의 치료가 필요하다.

p.120

보통 자기 자신에 대해 깨달아야 할 부분이 남아 있는 내담자는 스스로의 감정을 매우 잘 설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듣다 보면 그 설명이 너무나 주관적이다. 물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정확히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주변 사람이 자신에 대해 느끼고 평가하는 것과 정반대로 자신을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또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열등한 부분을 언급하며 자신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거듭 강조하다.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직면의 아픔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일종의 몸부림이다.

p.129

자신의 욕구는 자신을 통해 채워져야 조절할 수 있고 만족감도 커진다.

p.131

자신에게 문제가 많고 보잘 것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특징이 무엇인지 아는가? 삶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킨다는 저이다. 그리고 특히 부정적인 부분, 실패한 부분에 맞춰 자신의 삶을 해석하고 묘사한다.

p.132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가 풍부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첫째, 하고 싶은 걸 해봐야 한다.

둘째, 반복하고 계속해야 한다.

셋째, 꾸준히 반복하고 계속했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해본다.

넷째,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다.

p.134

어떤 삶도 그저 그런 삶은 없고, 이야기가 없는 삶은 없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고유하고 소중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우리가 누군가의 이야기에 감동하듯 소중한 나만의 이야기에 감동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이야기에 감동하는 순간, 나만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긴다.

p.165

'나는 행복해야 한다'라는 말을 예리하게 들춰보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불행이나 실패를 나만은 겪어선 안 되고 네가 내 행복을 책임져야 한다는 엄청난 기대와 의존을 상대방에게 투사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나만은 행복해야 해' '나만은 실패하며녀 안 돼'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내가 특별하다는 우얼감 때문일 수도 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불안'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p.170

내담자들은 '난 뭐가 안 되고, 뭘 못해요'와 같이 대개 자신의 단점과 모자란 점을 늘어놓는다.

상담사인 나는 온 힘을 다해 멈춘다. 달려드는 내담자의 부정적 에너지에 맞선다. 그리고 내담자에게 그 질문을 돌려드린다.

"그래서 어떻게 되고 싶으신 건가요?"

p.185

전 엄마가 우울증이 심해서 밥을 잘 안 챙겨 주셨어요. 라면을 먹거나, 빵을 먹거나, 제가 밥을 퍼서 남아 있는 마른 반찬이랑 먹어야 했어요. 먹는 게 참 맛이 없더라고요.

식이장애 내담자를 만나다보면, 가족이 우울증이나 불안, 강박이 심한 경우가 있다.

특히 엄마가 정서적으로 어렵거나 스트레스 상황에 장기화되었을 때 자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학대가 아니고, 부모의 자녀에 대한 사랑이 의심할 여지가 없을 때조차 아이들은 그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충분한 돌봄과 사랑을 받지 못할 때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자기 존재의 결함으로 인식하고, 내면에 깊은 구멍이 생긴다.

p.208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저 사람이 잘못된 사람이라는 증명이 필요한 것인지, 나를 좀 더 중요한 사람으로 여겨달라고 정확히 전달하고 싶은 것인지 곰곰이 돌아보기 바란다. 이 관계에서 나는 무엇을 원하고,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 때문에 마음이 상하는지 돌아보자. 여기에서 상대방에게 초점을 맞추면 답은 나오지 않는다. 모든 관계 속에는 나의 바람이 들어 있는데 그것을 들여다보지 못하면서 상대방만 물고 늘어지면 초점이 흐려진다.

p.221

바람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바람이 통과할 구멍이 있어야 한다. 제주도의 돌담을 떠올려보자.

바람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너무 긴장해 있거나 웅크리지 말자. 불안해하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서 하루를 보내지 말고 꼭 해야할 일, 해낼 수 있는 간단한 일부터 하기 바란다. 피할 수 없는 너무 큰 바람을 맞을 수밖에 없다면 바람이 지나갈 길을 터놓다.

p.258

진짜 용기는 내가 나 자신이 되기로 마음 먹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히 파악하고, 이 땅을 사는 평범한 한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다.

p.259

무언가를 자랑하거나 과장하지 않아도 평범한 나로서의 하루가 뿌듯했으면 한다. 여러분의 사소한 능력을 부디 사소히 취급하지 않기를. 오늘 만나는 사람, 오늘 내가 느낀 무언가, 오늘 내가 한 말, 오늘 내가 이룬 작은 것들을 하나하나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쓰다듬어 주기를. 그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현명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p.291

중요하나 건 내 나름대로의 날개짓입니다. 날갯집을 하지 않으면 날개가 퇴화해요. 꼭 독수리만큼 커다란 날갯짓을 하며 날 필요는 없어요. 그냥 나만의 날갯짓을 하면 됩니다.

p.324

상담 과정은 우주를 비행하는 것과도 같다. 어떤 두 사람이 마주하고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환경이 다른 두 개의 행성을 오가는 것과 같다. 내담자는 목숨을 건 비행을 하며 지금까지 살아낸 하나의 우주이자 신비로운 존재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대방의 마음의 문을 열고 내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 먼저 온전히 그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커다른 우주인 내담자가 '나'라는 낯선 타인을 믿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력해야한다. 진심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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