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통령들 - 누구나 대통령을 알지만 누구도 대통령을 모른다
강준식 지음 / 김영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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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 fui, ego eris

  강준식 저자가 어디선가 읽었다는 로마 황제의 묘비명이라고 한다. '나는 그대였나니 그대도 내가 되리라.'라는 의미이다.  그 옛날 솔로몬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나는 'Tu fui, ego eris'를 두가지로 해석했다.


​-  국민의 뜻이 곧 나의 뜻이다.

황제의 삶과 평민의 삶은 결국 탄생으로 시작하여 죽음로 귀결된다.

  먼저 '국민의 뜻이 곧 나의 뜻이다', 사실 이 문구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대선 때만 되면 수없이 쏟아지는 문구이기 때문이다. 당선이 되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취를 감추어버린다. 세상에서 가장 거짓말을 밥 먹듯, 능숙하게 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라는 말은 그래서 생겨났나보다.

  다음의 '황제의 삶과 평민의 삶은 결국 탄생으로 시작하여 죽음로 귀결된다'는 허무한 감정과 동시에 사람 위에 권력이 있을 수 없다는 의미로 와닿는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누구에게 물어도 백이면 백, 권력이 사람 위에 존재한다고 답할 것이 자명하다.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다.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마냥 슬프기만 하고 좌절감과 알 수 없는 패배감이 온몸을 휩쓸었을 텐데, 지금은 무언가 다르다.

  무엇이 다를까. 이에 대한 대답은 2017년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촛불'이 있다. '촛불'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추운 날, 가장 낮은 곳에서 모두 함께 가장 높이 치켜올린 작은 촛불들은 정의를 실현했다. 그리고 권력이 사람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면서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것이 크게 자랑스러웠던 적을 꼽으라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꼽을 수 있는 순간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감정이 격양되어 있다. 정신과 전문의가 국민들의 대부분이 '우울증'과 '화병'을 앓고 있다고 말했듯이. 박근혜 대통령이 구속된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 사태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감정적인 것이 옳지 않고 객관적인 것이 옳다는 흑백논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차분하게 다시 돌아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격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나하나 차근하게. 이 책의 가장 마지막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글을 읽으면, 이번 사건의 전말과 함께 그에 대한 또다른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권력과 권위를 내세운 정치를 했다면, 그와 반대되는 정치를 펼친 대통령이 있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는 우리에게 3가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책의 말을 빌리자면, 자연인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이 바로 그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나에게는 그리운 감정을 느끼게 하는 유일한 대통령이다. 그의 자연인으로서의 모습은 임기가 끝나고 낙향한 모습에서 다시 한번 보인다. 사람들은 그의 서민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에 편안함을 느꼈다. 또한 그의 모습은 'Tu fui, ego eris'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때 내세웠던 구호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 사는 세상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반 즈음에는, '노무현 신드롬'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보였다.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노무현을 떠올렸고, 봉하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소박하게 웃던 그의 모습을 그리워 하고, 날아오는 날계란을 맞아도 웃으며 이런 것 정도는 맞아줘야 국민들의 화가 조금은 풀릴 것이라며 너털웃음 짓던 그의 모습을 그리워 했다. 그의 변호사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변호인'이 개봉했고, 대중들은 그에 열렬히 화답했다.


  그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평검사들과의 공개토론'이다. 역시나 책에서도 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그가 대통령이되고, 지배세력을 교체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평검사들과의 공개토론을 추진했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면 검찰도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평검사들은 노무현에게 설득당하지 않고 오히려 상고 출신인 그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평가했다.


  개혁인사를 단행하려면 전격적으로 소리없이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날 김영삼의 하나회 제거에서 보듯 군인이나 검사는 옷을 벗기면 그걸로 그만이다. 그런데 일개 검사와 맞장을 뜨면 대통령의 권위는 어떻게 되겠는가? 일개 검사 수준으로 추락하고 마는 것이다.


  나는 작가의 생각에 반대한다. 일개 검사와 맞장을 뜬다는 것이 권위를 내려놓는 일이라면, 차라리 권위를 내려놓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대통령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다. 국민이 직접 투표하여 자신을 대신할, 그저 '대리인'을 뽑은 것이다. 그런 대리인과 검사가 토론조차 할 수 없다는 것, 이게 무슨 모순인가! 오히려 평검사들과 스스럼없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열띤 토론을 펼친 것은 국민에게 인상깊게 남았다고 생각한다. 김영삼의 하나회 제겇러럼 군인이나 검사의 옷을 벗기는 행동은 독선적이고 권위적일 뿐만 아니라 대중들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의사표현으로도 읽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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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헤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이고 노무현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이라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 글은 내가 썼기 때문에 주관적인 의견이 다분히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더 공고히 자리잡은 생각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역대 대통령들의 행적과 그들에 관한 사적인 일화들, 그들의 업적과 평가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작가가 중도를 잘 지키고 있다. 사실만을 보면서 자신만의 평가를 내려보는 것도 조금 이른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당신은 왜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둘때, 당신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p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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